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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방비·집값 때문에…홍콩서 '맥도날드 난민' 급증

등록 2018.08.07 17: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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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보다 6배 늘어…비공식 통계

돈·가족불화·외로움 등 사유 다양

【홍콩=AP/뉴시스】홍콩의 한 24시간 맥도날드 매장에서 남성이 아예 의자에 누워 이불까지 덮고 잠을 자고 있다.홍콩에서는 맥도날드 매장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맥난민'이라고 부른다. 2015.11.12

【홍콩=AP/뉴시스】홍콩의 한 24시간 맥도날드 매장에서 남성이 아예 의자에 누워 이불까지 덮고 잠을 자고 있다.홍콩에서는 맥도날드 매장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맥난민'이라고 부른다. 2015.11.12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홍콩에서 높은 집값, 냉방비 등을 아끼려고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 매장에서 잠을 자는 일명 '맥 난민'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CNN은 6일(현지시간) 24시간 운영하는 홍콩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밤을 보내는 '맥 난민'이 5년 전보다 6배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청년회의소(JCI) 홍콩 지부 연구에 따르면 6~7월 맥도날드 매장에서 잠을 자는 사람은 33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5년 전 2013년에 집계됐던 57명에 비해 6배 정도 늘어난 수치다.

연구 주책임자인 제니퍼 헝은 "당초 이 연구의 목적은 (난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는데, 연구를 진행하다보니 홍콩 당국 내 맥 난민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며 "당국 역시 통계가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홍콩 내 24시간 맥도날드 점포 110곳을 방문한 연구진들은 많은 수의 '맥 난민'들이 집이 있음에도 맥도날드에서 잠을 자는 사실을 발견했다.

응답자의 70% 이상은 공공임대주택 등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상당수는 정규직 등 직업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 주요 이유로는 높은 집세나 전기세 등 사회 경제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 꼽혔다.

미국 부동산 컨설팅업체 데모그라피아가 작성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홍콩 집값은 3.3㎡당 6800만원 정도(1㎡당 1700달러)로,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올랐다.

헝은 "창문 하나 없는 작은 집인데다 에어컨을 살 여유도 없어 맥도날드에서 잠을 자는 사람이 있었다"며 "무더운 여름밤 이 사람은 에어컨 사용을 위해 2달러를 지불하는 대신 에어컨이 잘 작동하는 맥도날드를 즐겨 찾았다"고 소개했다.

헝은 또 "무료 와이파이, 값싼 음식, 깨끗한 화장실 시설 등도 맥도날드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이 늘어난 원인들"이라고 덧붙였다.

가족이나 개인적인 사연으로 집 대신 맥도날드에서 잠을 청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한 청년은 부모와의 불화 때문에 집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했다. 55세의 한 여성은 남편의 학대 때문에 집에 들어가지 않고 맥도날드에서 잠을 잤다.

별다른 갈등이 없어도 맥도날드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 여성은 아이가 없는 상황에서 남편이 사망하자 외로움을 느껴 맥도날드에서 잠을 잔다고 연구진에 전했다.

JCI는 홍콩 정부에 '맥 난민'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집계하고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헝은 "사회적 태도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며 "현대인들은 주변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는데, 서로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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