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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인간은 입이 하나 귀가 둘'…폭염 극복 지름길은 소통

등록 2018.08.08 07:00:00수정 2018.08.13 09: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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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인간은 입이 하나 귀가 둘'…폭염 극복 지름길은 소통

【서울=뉴시스】배민욱 기자 = "인간은 입이 하나 귀가 둘이 있다.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 더 하라는 뜻이다."

 유대인 율법학자들이 사회의 모든 사상에 대해 구전·해설한 것을 집대성한 탈무드에 있는 말이다. 말을 했다면 들어야 하고 듣고자 한다면 충분히 말을 해야 한다. 말하지 않고서는 듣는 것이 없고 말한 후 듣는 것이 없다면 대화는 없다.

 이 명언이 마음속에 크게 와 닿는다. 왜일까. 올해 역대 최악의 폭염을 겪으면서 수없이 들었던 생각이다. 물론 살다보면 소통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지만 최악의 폭염에 대처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나도 40년을 살았지만 이런 여름은 처음이다. 물론 1994년과 같은 최강의 여름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르다. 1994년의 더위는 머릿속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나에게 최악의 폭염은 2018년 여름뿐이다.

 올해 폭염은 대한민국의 더위 역사를 새롭게 썼다. 지난 1일 강원도 홍천의 낮 최고기온은 41도를 기록했다. 기상관측이 시작된 1917년 이후 가장 더웠던 1942년 8월1일 대구의 낮 최고기온 40도를 넘어섰다. 같은 날 서울은 39.6도까지 치솟았다. 1907년 기상청이 서울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11년 만에 최고 기온을 경신한 것이다. 서울의 밤 최저기온이 30도가 넘는 '초열대야' 현상도 나타났다. 온열환자는 34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40명이 넘었다. 가축 폐사 등 재산피해도 역대급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반면 '정부의 대책은?'이라는 질문에는 선뜻 자신 있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물론 정부가 최악의 폭염에 맞서 무더위 쉼터 운영시간을 연장하고 취약지역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등 몸부림치고 있다는 건 안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활동에 온힘을 다하고 있다는 것도 눈에 보인다.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시키고 국가 차원의 대처 방안도 추진하고 있을 정도니 말이다.

 그런데도 아쉽다. 매우 아쉽다. 정작 서민들이 요구하는 부분에 대해선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민들의 가장 큰 고충은 바로 전기료다. 지금의 폭염은 전기료 폭탄이 무섭다고 에어컨을 틀지 않고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서민들은 마음 놓고 에어컨을 켜기가 겁난다고 한다. 전기료 폭탄이 폭염만큼이나 무섭다는 게 이유다.

 전기료 문제에 대해 서민들은 정부에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고민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서민들은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는 정부의 모습을 더욱 보고 싶어했다. 국민을 위해 정부는 존재해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7~8월 현행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겠다고 했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폭염과 같은 자연재난이 인간을 덮칠수록 정부는 시민들에 대한 관심과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폭염은 이제 개인이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하지만 2만원 가량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수준의 대책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많은 서민들은 허탈과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면서 "대체 소통은 누구랑 하시나요"라고 정부에 되묻고 있다.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 더해야 한다"는 탈무드의 격언을 정부가 새겨들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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