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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만에 출금→압색→소환…돈스코이 수사 '속도전', 왜?

등록 2018.08.12 12: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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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보물선 돈스코이호' 발견 발표

제일제강, 신일그룹 인수설에 주가 급등세

여러 의혹 불거지고 투자자 피해 확산 우려

경찰, 수사 4일만에 주요 관계자 출국금지

곧바로 신일 경영진 자택 등 8곳 압수수색

압색 이틀만에 신일 전현직 대표 소환 조사

이들은 '몸통'이 아니라서 일찍 소환 관측도

핵심은 류승진·유모씨, 당장 조사는 어려워

다음 주부터는 피해자들 조사에 본격 착수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경찰이 보물선으로 알려진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 투자 사기 의혹 사건과 관련해 신일그룹(현 신일해양기술)을 전격 압수수색중인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신일그룹의 로고가 보이고 있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8시30분께부터 전담수사팀 등 27명을 동원해 서울 영등포구 신일그룹과 서울 강서구 신일그룹 돈스코이호국제거래소를 포함한 8곳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2018.08.07.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경찰이 보물선으로 알려진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 투자 사기 의혹 사건과 관련해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신일그룹(현 신일해양기술)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2018.08.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류병화 기자 = 대국민 사기극으로 기울고 있는 '돈스코이호 투자 사기'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출국금지 열흘 만에 경영진을 소환하는 등 수사 초반부터 속도를 내고 있다. 이례적으로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보물선 투자사기 의혹은 신일그룹(현 신일해양기술)이 경북 울릉 앞바다에서 발견한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 안에 150조원에 달하는 금화와 금괴가 실려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지난달 17일 발표하면서 증폭됐다. 돈스코이호는 1905년 러일전쟁에 참전했다가 울릉도 앞바다에서 금괴와 금화 150조원어치를 싣고 침몰한 것으로 알려진 '전설의 보물선'이다.

 신일그룹 측은 코스닥 상장사인 제일제강을 인수할 의사를 밝혔고, 제일제강이 '보물선' 테마주로 거론되며 주가도 급등세를 보였다. 2000원을 밑돌던 제일제강 주가는 지난달 17일 상한가를 쳤고, 다음 날에는 장중 5400원까지 올라갔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투자자 유의사항을 배포하고, 해양수산부가 서류 미비를 이유로 신일그룹의 돈스코이호 발굴 신청을 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물선의 실체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의혹이 계속되자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해소하겠다면서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회피성 발언들로 의혹이 가시지 않았다. 최용석 신일그룹 대표는 돈스코이호의 보물이 150조원 가치가 있다고 했다가 10조원으로 줄이고 '역사적 사료'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등 석연치 않은 해명을 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최용석 신일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07.26.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최용석 신일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2018.07.26.  [email protected]

이런 가운데 2003년 먼저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는 동아건설이 '보물선 소유권'을 주장하고, 동아건설 출신인 홍건표 신일광채그룹 회장이 신일그룹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보물선을 둘러싼 공방은 수사기관으로 옮겨졌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달 26일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아 신일그룹 경영진들의 사기 의혹에 관한 수사에 정식 착수했고 나흘 만에 경영진을 포함한 주요 관계자들을 출국금지했다. 이후 사안의 중요성과 피해 규모 등을 감안해 사건이 강서경찰서에서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로 지난 2일 이관됐으며, 지수대는 전담수사팀을 꾸려 지난 7일 신일그룹과 경영진 자택 등 8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이틀 만인 9일에는 신일그룹의 최용석 대표와 류상미 전 대표가 전격 소환됐다.

 주요 인물들을 출국금지시킨 지난달 30일부터 경찰이 최 전 대표와 류 전 대표를 소환하기까지 열흘밖에 걸리지 않았다. 압수물 분석을 마치기 전에 전·현직 대표들을 같은 날 소환했을 정도로 통상적인 수사에 비해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되는 양상이다.

 경찰이 이처럼 정공법으로 빠르게 경영진을 부른 배경에는 압수물에만 의존하기 어려운 수사의 고충을 반증한다는 관측도 있다. 주요 피의자들이 해외로 도피하거나 구치소에 수감돼 압수수색의 실익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기존 압수물에서도 의미있는 단서를 발견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이 사건에서 최용석 대표와 류상미 전 대표가 '몸통'이 아니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경찰이 이 두 사람을 '주변 인물'로 보고, 수사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일환으로 일찌감치 소환했다는 것이다. 돈스코이호 투자 사기 의혹 사건에서 핵심 인물은 베트남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싱가포르신일그룹 전 대표 류승진(가명 유지범)씨와 인천구치소에 수감된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대표 유모씨가 비중있게 거론된다.

 신일그룹의 실질적인 운영자로 알려진 류씨는 인터폴에 적색 수배됐다. 그가 국내로 송환되기까지 그에 대한 수사는 진행되기 어렵다. 유씨는 다른 사건으로 법정 구속된 상태다. 사건이 지수대로 이관되기 전 서울 강서경찰서는 유씨를 구치소로 찾아가 접견했으나 유씨는 조사를 거부했다. 유씨는 코인을 구매하려는 투자 피해자들 돈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받은 '자금관리책'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150조원 보물선',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 인양 투자 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최용석 신일해양기술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8.08.09.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150조원 보물선',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 인양 투자 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최용석 신일해양기술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8.08.09. [email protected]

경찰은 신일그룹 측 인사들을 우선적으로 소환했지만 다음 주부터는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도 본격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적으로 손실을 입은 피해자들이 신일그룹 경영진에 대해 추가 고소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신일골드코인(SGC)에 수천만원 넘게 투자했던 한 피해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경찰로부터 시간이 되는 대로 출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다음 주쯤 경찰에 투자 경위와 규모를 자세히 설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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