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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상암벌 달군 남북노동자 "우리는 하나"…"열심히 찹시다" 격려

등록 2018.08.11 19:43:03수정 2018.08.11 22: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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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남북노동자축구대회'…2015년 평양대회 이후 3년만

남북 선수단 손 맞잡고 입장하자 2만여 관중 손들어 환영

"오늘 천천히 하시죠" "이따가 열심히 찹시다" 덕담하기도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경기에서 남북노동자 선수들이 손을 맞잡고 경기장을 돌며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18.08.11.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경기에서 남북노동자 선수들이 손을 맞잡고 경기장을 돌며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18.08.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30번 문지기 한원철 선수, 3번 방어수 문성호 선수, 8번 중간방어수 차혁철 선수…"

 11일 오후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여느 때라면 장내 아나운서는 골키퍼와 수비수, 미드필더라고 호명했겠지만 이날은 달랐다.

 3년만에 서울에서 재개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가 월드컵경기장 1층 관중석 절반가량을 채운 2만여 관중의 열띤 응원속에 막이 올랐다. 주최측 추산이지만 관중 2만여명은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홈경기를 치르는 K리그1 FC 서울의 올 시즌 평균 유료 관중 1만2489명보다 많은 규모다.

 1999년 평양대회를 시작으로 2007년 경남 창원, 2015년 평양을 오간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는 이번이 네 번째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남측 양대노총과 북측 조선직업총동맹(조선직총)은 지난 6월 평양에서 8월내 남측 개최에 합의하고 정식 명칭을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로 정한 바 있다.

 '킥오프'에 앞서 남측과 북측 노동자 선수들이 몸을 풀기 위해 경기장에 모습을 보이자 1층 관중석에선 '반갑습니다' 노래가 울려 퍼졌다. 북한 노동자 선수들은 노래에 맞춰 손을 흔들며 미소로 인사를 대신했다.

 경기에 나서지 않는 선수들은 경기 관전을 위해 관중석으로 향하면서 만나는 남측 응원단과 일일이 손뼉을 맞췄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에서 시민들과 북측관계자들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2018.08.11.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에서 시민들과 북측관계자들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날 대회에선 한국노총이 조선직총 건설노동자팀과, 민주노총은 경공업팀과 차례대로 전후반 30분씩 총 60분간 총 4개팀이 실력을 겨뤘다. 북측 조선직총에선 건설노동자축구팀(김정현 감독) 13명과 경공업노동자축구팀(백명철 감독) 13명이 경기에 나섰다.

 양측 선수들은 각자 대기실이 통제된 탓에 많은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 입장전 손을 맞잡고 간단한 인사를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선수들은 한손엔 한반도기를 들고 다른 한손으로 상대팀 손을 꼭 쥔채 그라운드로 들어섰다.

 한국노총 대표단에 따르면 선수 입장전 남측선수 한명이 "오늘은 천천히 차시죠" 하고 말을 건네자 북측 선수가 "이따가 열심히 찹시다"라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대회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난 4월27일 판문점 선언이후 열린 첫 남북 민간교류행사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이날 축구경기가 교류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거란 기대감 때문이다.

 '판문점 선언 이행'이라는 같은 구호를 내건 화합의 장이었지만 선수들은 골을 향해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에서 조선직업총연맹 건설팀 선수가 넘어진 한국노총 김종현 선수를 일으켜세워주고 있다. 2018.08.11.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에서 조선직업총연맹 건설팀 선수가 넘어진 한국노총 김종현 선수를 일으켜세워주고 있다. [email protected]

그러면서도 상대가 넘어졌을땐 다가가 상태를 물은 뒤 등을 토닥였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오른 가운데 치러진 첫 경기는 서대성 선수의 이번 대회 첫 골에 이어 공격수 강진혁 선수가 두골을 추가한 조선직총 건설노동자팀이 '3대1' 승리했다. 지난 대회때 설욕을 다짐했던 한국노총 노동자 선수들은 지난 대회 무득점 기록을 깬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골을 넣은 선수의 소속팀은 달랐지만 관중석에선 그때마다 "우리는 하나다"라는 응원구호가 터져 나왔다. 한국노총과 조선직총 건설노동자팀이 펼친 첫 경기중엔 남측 관중석에서 빨간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우리는 하나'라는 카드섹션이 펼쳐졌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부터 널리 알려진 응원구호였던 '대한민국'도 이날 만큼은 '조국통일'로 바뀌었다.

 경기도중 북측 선수 한명이 다리에 쥐가 나 쓰러지자 서측 1층 관중석을 채운 9000여명은 막대풍선으로 박수를 치고 해당 선수 이름을 부르며 격려했다. 부상을 털고 일어선 북한 노동자 선수는 천천히 선수 대기석으로 걸음을 옮기며 응원해준 남측 응원단에 머리 위로 손뼉을 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에서 남북 노동자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2018.08.11.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에서 남북 노동자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경기를 마친 선수들도 서로 등을 두드려줬고 상대팀에 인사를 전한후 포옹을 하며 대회 취지를 되새겼다.

 앞서 주영길 조선직총 중앙위원회 위원장 등 북측 대표단 64명은 전날 오전 육로를 통해 한국을 찾았다.

 북측선수단은 마지막날인 12일 마석 모란공원을 찾아 전태일 열사와 어머니 이소선 여사, 문익환 목사 묘소에 참배하고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북한으로 돌아간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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