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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리치앤코 남상우상무 "싸이월드 도토리 팔다 보험팔게된 사연요?"

등록 2018.08.1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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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최초 앱 '굿리치' 출시…부엉이 캐릭터 등 브랜드 입혀

싸이월드, 라이코스, 네이트닷컴 등 경험 밑바탕

보험업계에서 변화 잠재력 읽어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리치앤코 남상우 상무가 7일 서울 중구 리치앤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8.07.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리치앤코 남상우 상무가 7일 서울 중구 리치앤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8.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보험판매 대리점(GA) 리치앤코 남상우 상무(CMO)의 이력은 특이하다. 보험은 물론 금융업계에 단 한번도 몸 담은 적 없는 '보알못(보험을알지못하는)'이다.

오히려 그는 LG인터넷부터 라이코스, 네이트닷컴, 싸이월드 등 PC통신 이후 90년대 인터넷 초창기 역사를 함께 해왔다. 그랬던 그가 지난 2015년 리치앤코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보험판매업에 뛰어들었다. 가장 혁신적이고 빠르게 돌아가던 인터넷 업계를 뒤로하고 가장 보수적이면서 변화가 느린 보험업계에 발을 들인 셈이다.

싸이월드에서 수많은 '일촌앓이'를 양산하고 네이트닷컴에서 '점보는 사람'을 기획했던 그가 보험업계에서 시도하려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뉴시스가 지난 7일 서울 중구 리치앤코 사옥에서 그 사연을 들어봤다.
 
리치앤코는 보험업계 하이마트라 불리는 대형 보험대리점(GA) 중 하나다. GA는 다양한 보험사 상품을 전속 설계사를 통해 판매하는 회사로 국내에는 4000여개 법인이 존재한다. 2000명 넘는 설계사를 보유한 대형 GA만도 30여개가 넘는다. 이처럼 포화시장인 보험판매 업계에서 리치앤코가 지닌 무기는 '앱'이다. 지난 2016년 업계 최초로 선보인 보험 앱 '굿리치'는 100만 다운로드를 넘어섰다.

 남 상무는 "보험판매에 대한 일반인의 시각은 굉장히 부정적이다. 사촌이 부탁해서 어쩔수없이 가입하면서 보험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많다. 미안해서 해약도 못하고 매달 보험료를 납부하지만 정작 대다수가 내가 갖고 있는 보험상품이 몇개이며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잘 모르니 필요할 때 보험금 청구도 못한다. 계약 전에는 그렇게 연락해오던 보험설계사는 계약 후 감감무소식이기 십상이다"고 운을 띄웠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리치앤코 남상우 상무가 7일 서울 중구 리치앤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8.07.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리치앤코 남상우 상무가 7일 서울 중구 리치앤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8.07. [email protected]


이어 "이런 보험판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굿리치는 내가 가입한 보험목록을 한 눈에 보여주고 자유롭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이다. 배달의 민족이나 직·다방과 같은 앱 서비스가 왜 보험에는 없을까 싶었다. 보험의 부정적 인식을 없애고 소비자 편익을 높이기 위해 업계 최초로 앱을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는 어느 업계보다 변화가 느리고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상품이 복잡하고 어렵다보니 진입장벽도 높다. 그 속에서 그는 보험업계에서 보기 힘든 변화를 시작했다. 친근감을 높이기 위해 부엉이 캐릭터 '올치(올바른 보험의 이치)'등 브랜드를 입혔고 배우 하정우를 등장시킨 유머스러운 광고를 선보였다. 새 비전과 함께 사명을 지금의 리치앤코로 바꾸고 업계최초 상장(IPO)작업에 돌입했다.

이같은 업계 최초 변화를 시도할 수 있던 이유로 보험이 아닌 인터넷업계에 몸 담았던 경험을 꼽았다.

 그는 영화 '접속'의 소재가 됐던 하이텔, 천리안 등 PC통신 시대에 대학 졸업을 앞뒀다. 야후 등 검색서비스가 나오면서 이들 서비스가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곤 곧 인터넷 시대가 도래할 것을 직감했다. 결국 당시 광고기획사 제일기획 합격을 뒤로 하고 LG인터넷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라이코스 코리아, 싸이월드, 네이트닷컴, SK커뮤니케이션 등을 거치며 인터넷 역사를 함께해왔다.

남 상무는 "싸이월드 '일촌앓이'가 한창일 때 배우 조승우와 프라하에서 함께 여행하는 컨셉으로 콘텐츠를 기획한 적 있다. 이를 미니홈피 스킨은 물론 장신구 등으로 만들고 이벤트도 선보여 인기몰이를 했다. 주된 광고채널인 TV광고가 아닌 새로운 마케팅 형식을 차용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네이트닷컴을 런칭할 때는 청담동 한 카페에서 사주보는 철학자 30명을 데려오고 디제잉도 하는 등 색다른 기획도 했다. 라이코스에서는 뮤직 음반사업도 맡았다"고 회상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리치앤코 남상우 상무가 7일 서울 중구 리치앤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8.07.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리치앤코 남상우 상무가 7일 서울 중구 리치앤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8.07. [email protected]


이같은 경험을 새로운 영역에서 풀어내고 싶었다. 그 선택은 보험이었다. 보험을 잘 알지 못했지만 오히려 이같은 변화의 바람이 닿지 않은 곳이란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리치앤코가 대형 GA이긴 하지만 대기업이 아니란 점에서도 변화의 잠재력을 읽었다.

남 상무는 "작은 회사부터 대기업까지 근무해봤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대기업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어렵다고 느꼈다. 대기업은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하고 느렸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실행하고 아니면 철수하고 이를 피드백을 하는 과정이 빨리 이뤄져야 하는데 그것이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이에 리치앤코는 지난달 분사를 감행했다. 굿리치 등 빠른 변화가 필요한 분야에서 스타트업처럼 빨리 대처하기 위해서다. 남 상무는 "고객 피드백을 받아 내년 초 굿리치 3.0버전을 출시하려 한다. 최근까지 만든 보험관련 콘텐츠를 DB화하고 마음에 드는 설계사를 직접 연결해주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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