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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마저 사상 유례없는 실험대상이 되고 있다”

등록 2018.08.14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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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능력 외면한 채 선의만 믿고 대비태세 늦추는 건 모험 넘어 도박

과거 미국 장군들은 한국군과 함께 싸운 전우...지금은 전우애 못느껴

전방부대 뒤로 물리면 파주-일산-김포 주민들이 맨손으로 싸울건가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이 6일 서울 중구 뉴시스 본사에서 김현호 뉴시스 상임고문과 국가안보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8.13.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이 6일 서울 중구 뉴시스 본사에서 김현호 뉴시스 상임고문과 국가안보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8.13.  [email protected]


신원식 전 합참 차장

<김현호의 넛지인터뷰>

신원식 예비역 육군 중장은 군의 주요 보직을 두루 섭렵한 무장(武將)이다. 그는 육사 37기로 소대장부터 사단장까지, 또 수도방위사령관까지 각급 일선 지휘관을 거의 빠짐없이 지냈다. 국방부에서는 정책기획관을, 합동참모본부에서는 작전본부장과 차장을 역임했다. 군의 체계와 작전 운용 등에 관해 오랜 현장 체험과 해박한 지식을 보유한 그는 우리나라의 소중한 ‘안보 자산’이라고 할 만하다.
그는 2016년 예편 이후 고려대 연구교수를 맡고 있으면서 국가안보에 관한 자신의 소신과 지식을 활발하게 전파하고 있다. 방송 토론과 신문 기고 등을 통해 북핵문제와 한미동맹, 군 개혁 문제 등에 관해 전문가의 견해를 굴절없이 표출하고 있다. 그는 요즘 군에 있을 때보다 나라 안보가 더 걱정스럽고 그래서 군인정신이 더 강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중 그의 이야기는 거침이 없었고, 중간에 질문을 던지기가 쉽지 않았다.        

-나라의 안보가 흔들린다는 걱정들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군사전문가로서 어떤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안보가 위험해진다고 보고, 어떤 사람은 변화하는 시대상황에 맞게 단기적으로는 위험할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우리 안보태세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과정으로 볼 것이다. 저는 전자의 입장이나 현 정부는 후자일 것이다. 실체적인 역량을 강화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호의에 기대서 국가 안보를 유지하는 현 정부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인류 역사상 이변(異變)이요 기적이 될 것이다. 한 순간의 실수나 한 치의 공백도 허용할 여유가 없는 안보의 특성을 감안할 때 현 정부의 시도는 모험을 넘어 도박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

-역사상 검증되지 않은 실험이 진행 중이란 말인가, 소득주도성장에 이어 국가안보를 놓고도?

“그렇다. 국가 안보는 우리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상대의 의지가 아닌 능력에 기초하여 대비해야 유지된다. 의지는 한마디로 마음이다. 상대방의 마음은 정확하게 알 수도 없지만, 설사 알았다하더라도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반면 능력은 잘 살펴보면 알 수 있고, 변화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려 대응할 수가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실제 위해를 가하는 것은 의지(마음)가 아니라 물리적 능력이다. 현 정부는 북한이 핵 무력이나 재래식 군사력을 전혀 줄이지 않은 상태인데도 우리의 군사 대비태세를 먼저 약화 시키는 조치들을 연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남북 평화를 보장할 ‘의도’가 있다고 믿고, 거기에 맞춰 우리 안보 역량을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선제적으로 안보태세를 낮추면 북한도 여기에 호응할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역사상 국가안보를 이렇게 불확실한 실험대에 올려서 재앙을 맞지 않은 적이 없다.”
           

-정부는 우리 안보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보고 그러는 것 아닐까.

“정부가 그렇게 보는 것은 오직 상대의 선의만을 믿는 확증편향의 낙관적 기대 때문이다. 안보 환경은 점점 우리에게 불리하게 변하고 있다. 북한의 재래식 전력만 해도 우리에게 부담이 됐는데 지난해를 기점으로 핵무장까지 완성했다. 우리도 핵무기를 가지지 않는 한 남북 군사력 균형은 일거에 무너진 것이다. 또한 우리 주변에는 세계 1, 2위 국가끼리 미래 주도권을 놓고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지금은 통상 분야에 머무르고 있지만, 결국 패권싸움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소 냉전의 중심지가 유럽이었다면 이제 미-중 신 (新)냉전의 중심지는 동북아, 즉 우리 주변이다. 이를 반영하듯 우리 주변국들은 유례없이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호적으로 볼만한 변화가 도대체 무엇인가. 설사 정부의 기대처럼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가 원만하게 진전되더라도 중국·일본·러시아 등 세계 최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살아야 하는 게 우리의 숙명이다. 안보 역량보다 주변국의 호의와 절묘한 외교술(術)로 헤쳐 나가겠다는 생각은 5000년 민족사의 수난을 반복할 뿐이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이 6일 서울 중구 뉴시스 본사에서 김현호 뉴시스 상임고문과 국가안보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8.13.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이 6일 서울 중구 뉴시스 본사에서 김현호 뉴시스 상임고문과 국가안보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8.13.  [email protected]


-한미동맹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

“6.25 전쟁 후 한미동맹의 가치를 낮게 본 미국 대통령은 39대 지미 카터와 45대 도날드 트럼프일 것이다. 카터 대통령은 도덕적 관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상업주의적 관점에서 한미동맹을 봤기 때문이다. 카터 대통령은 ‘인권외교’를 기치로 친미국가들 중에서 민주적 정통성이 약한 모든 나라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특히 아시아에서는 박정희 정부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래서 주한미군 철수를 대선 공약으로 했고 대통령이 된 후에는 실제로 이를 추진했다. 그러나 카터 대통령은 곧 고립무원(孤立無援)이 됐다. 당시 우리 정부와 국민들은 한미동맹에 대해 확고한 신뢰와 지지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과 달리 반미(反美)라는 단어도 생소할 때였다. 또한 미국 행정부와 의회, 미 국민 대부분이 주한 미군 철수에 반대했다. 미국은 군사 문제에 관한한 군의 의견을 존중한다. 당시 거의 모든 미군 장성들은 6·25 전쟁 때는 위관장교로, 월남전 때는 영관장교로 참전해 한국군과 같이 싸운 전우였다. 그들이 우선 주한미군 철수를 반대했다. 미군은 같은 동맹군이라도 일본·독일군과 달리 한국군을 진정한 혈맹(Bloody Alliance)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싱글러브 장군(주한미군 참모장)이 주한 미군 철수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도 이런 분위기의 연장이었다. 결국 카터의 도덕적 이상은 전략적 이해와 형제같은 양국 정서를 넘지 못하고 여론의 압력에 못 이겨 주한미군 철수는 백지화됐다.”

-지금은 무엇이 다른가.   

“서글픈 역설이지만, 현재 한미 공조가 가장 잘 되는 분야는 한미동맹에 대한 저평가인 것 같다. 그래서 한미동맹이 출범한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미북 정상회담이 끝나고 트럼프 대통령은 폭탄선언을 했다. 한미 연합훈련이 돈도 많이 들고 북한에게 도발적이어서 중단하고, 주한 미군도 언젠가 철수 하겠다고 했다. 지난해만 해도 이 정도 일이면 엄청난 파장이 있었을 텐데, 지금은 우리 국민과 정부 모두 놀라울 정도로 무덤덤하다. 앞으로 종전선언이 있거나 북한이 1년 정도 평화공세를 계속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반미세력이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대규모 시위를 벌이거나 실제 철수가 이뤄져도 우리 국민 대다수가 그냥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다.
 미국 분위기도 많이 변했다. 한국-월남전 참전 장군들은 모두 은퇴했다. 함께 생사를 넘나든 군인이 이제 한국에도 미국에도 없다. 한국군은 그동안 미군과 함께 많은 해외파병작전을 했다. 그러나 월남전을 제외하고는 한국군은 직접 전투에 투입된 적이 없다. 미군들은 피 흘리며 전투를 하는데 후방에서 길이나 닦고 치료나 해주고, 막강한 특전사를 보내놓고도 전투대신 태권도나 가르치는 한국군을 미군이 아직 혈맹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한미동맹은 군사동맹이다. 두 나라 군인들 간에 전우애와 존중감이 없이는 진정한 동맹군이 되기 어렵다. 지금은 미국 군인들이 공식적인 표현과 달리 과거처럼 한미동맹을 절실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연합훈련이 장기간 중단되면 사태는 더 악화된다. 미국은 훈련 안 된 군대는 전장에 투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승리 가능성도 낮고 준비 안 된 병사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비윤리적 행위라는 판단에서다. 북핵 협상 장기화로 연합훈련 중단이 계속되면 미국 내 주한미군 철수 여론이 급물살을 타고, 결국 한미동맹은 문서상에만 존재하게 될 수 있다. 1973년 파리 평화협정이 체결됨에 따라 주월 미군은 철수했으나 미국·베트남 방위조약은 유지됐다. 1975년 월맹이 남침하자 미군은 오지 않았다. 주한 미군도 떠나면 오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핵, 생·화학 공격을 무릅쓰고 미국 대통령이 6·25 때처럼 참전을 결심할 가능성이 별로 없을 것 같다.“

-한미동맹의 약화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미동맹은 역대 우리 대통령 2명의 전략적 승부수 덕분에 오늘날까지 우리의 번영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 경험에서 위기 극복의 길을 찾아야 한다. 이승만 대통령은 탁월한 전략과 용기로 기적에 가까운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이끌어냈다. 강대국과 약소국의 조약은 대부분 강대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평등 조약이다. 그러나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반대로 약소국인 우리만 일방적 수혜를 받게 돼있다. 양국이 외부 침략을 받을 때 서로 도와준다고 돼 있지만 미국은 멕시코나 케나다로부터 침공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거니와, 그런 상황이 와도 한국에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래서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약소국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특이한 불평등조약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0년대 한미동맹의 위기에 맞서 과감한 전략적 승부수를 던졌다. 박 대통령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1969~1974)의 주한 미군 감축과 지미 카터 대통령(1977~1981)의 철수 계획에 핵개발로 맞섰다. 이를 지렛대로 삼아 결국 1978년 한미 연합사령부를 창설했다. 결정적 위기의 순간에 한미동맹을 한 차원 격상시키는 위대한 반전을 이룬 것이다.
 지금 우리는 과거 경험에서 교훈을 얻기는 고사하고, 어렵게 만든 귀중한 자산을 스스로 허물고 있다. 연합훈련은 중단되고, 연합사는 2022년 해체될 운명이다. 주한 미군 존재도 불투명하다.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은 전략적 식견과 벼랑 끝 전술도 마다않는 결기 덕분이었다. 우리가 이승만-박정희 시대의 경험을 무시하고 폄하하는 사이에 오히려 북한이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그들이 사력을 다해 핵무기를 개발하고 미국과의 협상에 온갖 지혜를 다 짜내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정부는 당장 한미동맹을 복원시키고 강화시킬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연합사 해체는 북핵문제가 해결되고 안보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연기해야 한다. 우리가 자체 핵무장을 추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한미 핵공유협정(Nuclear Sharing Agreement)을 추진하는 것도 검토해 볼만하다. 핵 공유협정은 핵보유국의 핵을 동맹에 참여한 국가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가장 강력한 핵우산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다. 미국은 동맹국 중에 유일하게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핵 공유 협정을 맺고 있다. 핵기획그룹(NPG)을 두고 모든 회원국이 정책협의와 이행을 공동 결정한다. 미국의 전술핵을 회원국 내에 배치하고 사용 시 회원국의 항공기를 사용하게 되어 있다. 냉전 시기 최대의 위협은 옛 소련이었고 유럽이 가장 중요한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가장 중요한 지역은 동북아이고 북핵은 국제사회가 당면한 심각한 위협이다. 미국에게 한국이야말로 핵 공유가 가장 필요한 지역이 됐다는 것을 이해시키면 된다.
 한·미 핵 공유 협정은 냉전 때 서유럽처럼 미국이 어떠한 경우에도 동맹을 저버리지 않겠다는 확실한 메시지이고, 북한에게는 핵으로 얻고자 하는 한미동맹 약화 시도가 부질없음을 인식시킬 것이다. 중국에게는 북한을 옹호해서 얻는 것보다 한·미 핵 공유체제의 출범에 따라 잃는 게 훨씬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고 북핵 해결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게 만든다. 핵 공유 협정은 북한 비핵화를 압박하면서, 유사시 북한의 핵사용을 억제하는 강력한 양날의 칼이다.“

-한미동맹이 약화되면 우리 스스로의 자강 노력이라도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당연하다. 그런데 이것도 거꾸로 가고 있다. 1960~70년대 1·21 청와대 기습사건 등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데다 닉슨독트린이 발표되자 자주국방을 시작했고, 그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투입해 중화학공업을 집중 육성했다. 오늘날 우리의 먹거리도 이때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이 새로운 제2 자주국방을 시작할 때다. 여기에는 인공지능, 최첨단 정보통신, 나노, 신소재 등 미래 첨단 기술의 발전이 필수기 때문에 70년대처럼 국방태세와 미래 산업 발전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안보위기에 맞서 죽기 살기로 하면 엄청난 국가적 에너지가 나온다. 이런 시기에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나. 사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약소(弱小)지향의 국방정책만 남발하고 있다. 왜 하필 이 시점에 군복무 기간 단축이 발표되고 기무사 문건 등으로 군 내부를 뒤흔들어 놓는가. 위수지역을 없애고 평일 병사들의 외출을 30%까지 확대해야 선진병영문화가 조성되는가. 우리 군을 6.25 전쟁 직전 상태로 만들려고 한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DMZ안의 GP를 철거하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남북이 모두 GP를 철수한다면 검토해 볼 수 있지만 우리만 일방적으로 철수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 이보다도 양측 모두 DMZ에서 10km씩 물러나자는 북한의 주장을 수용할 경우에 더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판문점에서 평양까지는 210km이나, 서울까지는 62km다. 우리의 전략적인 완충공간이 북한에 비해 3.5배 정도 부족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보다 훨씬 더 촘촘하게 전투력을 배치해야 한다. 북한이 전면 남침을 해 올 경우, 한국의 육-해-공군과 미국의 해-공군은 초반에 북한군을 막아내면서 한국군의 예비군 동원과 대규모 미 지상군이 투입되는 시간을 벌어야 한다. 이 기간에 전방 전선이 무너져 서울이 점령당하면 치명적이다. 수도권에는 2천만 인구와 산업이 밀집해 있다. 전쟁 초기에 수도권을 지키기 위한 가장 핵심 전력은 최전방 사단이다. 그런데 이 부대를 대폭 감축하겠다고 한다. 현재 여건에서 최전방 방어력을 확실하게 대신할 미래 첨단전력 확보는 시기상조다. 세계 최강 첨단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군도 불가능하다. 게다가 비무장지대(DMZ)에서 10km씩 물러난다면 수도권 최전방 방어선은 파주와 일산이 된다. 1990년대 중반 이전까지는 휴전선 남쪽에 여러 개의 방어선이 구축돼 있었지만, 일산·파주·김포 신도시들이 들어서면서 거의 아파트와 도로로 대체됐다. 제대로 된 방어진지는 비무장지대에서 10km이내에만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마저 평화지대란 명분으로 없어지면 유사시 북한의 공격을 막아낼 유력한 방어진지가 전무(全無)하게 된다. 또 철수한 부대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있는 부대도 나가라는 판에 경기도 어느 곳에서 부대 주둔지를 마련해 줄 것인가. 아예 없어지거나 후방의 심심산골로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사시 제때에 전선에 배치될 수 있겠는가. 혹자들은 첨단 감시 수단으로 북한군 남침을 사전에 알 수 있고 즉각 배치하면 된다고 한다. 이거야말로 탁상공론이다. 북한이 평화공세를 강화하면서 훈련을 가장해 야간에 기습 공격하면 제때에 부대를 전방으로 이동시킬 수 있을까. 정말 일산·파주·김포 신도시 주민들이 맨주먹 붉은 피로 북한군의 선봉을 막아야 할지 모른다. 현 정부가 공백을 메울 수단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 서둘러 최전방 사단을 감축해 우리 국방태세 근간을 허무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우리 군대가 가야할 방향은 무엇인가.

“1960년대까지 우리 군은 불완전한 산업화 군대였다. 그걸 제대로 된 산업화 군대로 바꾼 게 70년대 자주국방의 핵심이었다. 이제는 정보화 군대, 4차 산업혁명형 군대로 바꿔야 한다. 이게 새로운 제2 자주국방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 길은 시간도 걸리고 성공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자본시장에서 얘기하는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이다.  국방 분야 발전은 공백이 발생하면 안 되기 때문에 민간 조직과 달리 더디고 신중할 수밖에 없다. 또한 예상치 못한 수요 변화에 즉각 부응할 수 없어 핵심 전투력은 우발적 수요까지 포함해서 미리 준비해야 한다. 가령 육군 전방사단이 추가적으로 필요할 경우 기업처럼 한두 달 사이에 뚝딱 만들거나 수입 또는 인수·합병해 늘릴 수가 없다. 그래서 가야할 방향이 맞더라도 안보환경과 기술 개발, 예산 뒷받침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군이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정립하되, 이를 합리적 속도로 추진하는 것이 이길 수 있는 강군을 만드는 핵심이다.”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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