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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가 김이나, 시제는 '분단과 통일'···어떤 가사 빚어낼까

등록 2018.08.15 15: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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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나, 작사가

김이나, 작사가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좋은 노래'는 처음에 멜로디로 찾아온다. 그러나 오래도록 불리는 노래는 '좋은 노랫말'의 힘을 입는다. 

'나를 꽃처럼 불러주던 그대 입술에 핀 내 이름/ 이제 수많은 이름들 그 중에 하나되고'(이선희 '그 중에 그대를 만나'), '눈물은 나오는데 활짝 웃어/ 네 앞을 막고서 막 크게 웃어'(아이유 '좋은 날'), '시선 따윈 알게 뭐니/ 수군대는 쟨 또 뭐니/ 넌 내가 선택한 우주'(가인 '피어나')가 이 범주에 속한다. 

스타 작사가 김이나(39)의 작품들이다.

2015년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가 주는 작사 부문 대상을 받기도 한 그녀는 저작권 등록곡이 420곡이다. 이런 김 이나가 '한반도 분단의 아픔과 통일에 대한 열망'이 주제인 글로벌 통일송 '코리안 드림(Korean Dream)' 한국어 버전의 노랫말을 짓는다.

내년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통일문화운동 '2019 원 케이 글로벌 캠페인'의 프로젝트 중 하나다. 팝 프로듀서 지미 잼 & 테리 루이스가 작업한 '코리안 드림'을 김형석(52) 캠페인 공동총괄감독(작곡가)과 한국화한다.

'작사의 달인'이지만 통일이라는 주제는 자칫 작위적으로 흐를 수 있다. 게다가 이달 중 음원이 공개되는 '코리안 드림'에는 캠페인의 주제인 홍익인간, 즉 널리 인간세계를 이롭게 한다는 메시지를 녹여넣어야 한다.

김이나는 "'홍익인간'은 교과서의 텍스트로만 각인이 돼 있잖아요. 그 정신이 살에 닿은 작업이어야 했죠. 가사에 날것으로 넣으면 촌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라고 털어놓았다.

 김 작사가는 통일 노래에 일가견이 있다. 2015년 통일 노래인 '원 드림 원 코리아'를 김형석과 만들었다. '방탄소년단' 정국, '엑소' 백현, '갓세븐' 영재, '걸스데이' 민아 등이 함께 부른 곡이다. 판문점선언이 이뤄진 4월27일 남북 정상회담 마지막날 피날레를 장식하기도 했다.

"'원드림원코리아'는 '통일'이라는 단어를 피하려다 결국 입에 올리는 것을 택했어요. 어색할 수 있지만 가락을 따라서 발음하면 괜찮을 거라고 판단한 거죠. 많은 가수들의 힘을 빌린 거예요. 이번 '코리안 드림'도 은유나 비유로 돌리기보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다'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선에서 적용하려 했어요. 내 말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박물관 유리 안에 전시돼 있는 듯한 말을 꺼내서 흥얼거리게 만들고 싶었죠."

미국 포크가수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고, 미국 힙합스타 켄드릭 라마가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등 대중음악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인 영향력을 자랑한 이들의 수상에는 시적인 또는 저항의 노랫말이 크게 기여했다. 노래로 통일을 이야기하게 된 그녀도 감회가 새로울 법하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ONE K(원케이) 글로벌 캠페인 출범식이 열린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작곡가 김형석(오른쪽), 작사가 김이나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18.08.14.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ONE K(원케이) 글로벌 캠페인 출범식이 열린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작곡가 김형석(오른쪽), 작사가 김이나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18.08.14. [email protected]

"음악이 시적인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시대의 이슈에 대해 자기 의견을 담아 입술로 이야기한 점이 높게 평가된 것 같다"고 했다. 한국에서 좋은 노랫말을 쓰는 뮤지션으로 가수 루시드 폴과 이소라, 작사가 양인자를 꼽았다.

김씨는 2003년 성시경의 '10월에 눈이 내리면'을 통해 정식 작사가가 됐다. 벌써 데뷔 15주년이다. 예전과 지금, 좋은 노랫말의 기준이 달라진 점이 있을까.

"노랫말의 기저에 깔려 있는, 세계관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예전에는 뒤틀린 정서로 쓰는 미학도 있었죠. 앞으로 그런 미학의 노랫말을 쓰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에요. 다만 쓰는 사람의 정서가 튼튼해야, 뒤틀린 정서를 다루더라도 좀 더 건강하게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건 무의식적이 중요한 것이어서, 정신적으로 좀 더 건강한 상태를 유지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죠."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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