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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조영학 '여백을 번역하라'·려도 '중국 신노동자의 미래'·조은주 '가족과 통치'

등록 2018.08.18 07: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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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조영학 '여백을 번역하라'·려도 '중국 신노동자의 미래'·조은주 '가족과 통치'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여백을 번역하라

번역가 조영학씨가 17년 번역, 7년 강의에서 느낀 소회를 담았다. 한국의 번역 풍토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원서와 원작자를 떠받들다 보니 번역 투를 남발하는 '원서 사대주의'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문법체계가 다른데도 단어(기호)만 바꾸는 직역을 한다면, 그것이 바로 오역이다. 불편한 번역은 독자들을 책에서 멀어지게 한다." 영어와 한국어 문법체계, 사고방식 차이로 빚어지는 문제들을 정리해서 '번역 표준'을 제시한다. "번역에서 여백이란 문법체계 외에도 우리말 습관, 상징, 비유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의미"라며 "번역은 '다시 쓰기'라고 할 수 있다. 외국어 텍스트의 내용(의미, 형식, 상황, 비유 등)을 먼저 파악하고, 그 결과를 우리말로 다시 쓰는 과정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될 때 '번역해야 할 대상이 단어·구문이 아니라 텍스트의 의미가 되므로 번역 투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고 번역 텍스트가 외국어 텍스트에서 상대적으로 독립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286쪽, 1만5000원, 메디치미디어
[새책]조영학 '여백을 번역하라'·려도 '중국 신노동자의 미래'·조은주 '가족과 통치'

◇중국 신노동자의 미래

중국 사회학자이자 '북경 노동자의 집' 활동가인 려도의 연구서다. 도시에 정착하지 못하지만 농촌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신세대 농민공을 '신노동자'로 칭했다. 이들을 수년에 걸쳐 인터뷰하고 생애를 추적했다. 중국 신노동자의 문화와 운명을 다룬 이 책의 핵심은 문화에 관한 사유다. 이때의 문화는 행동이나 의식주, 생활양식뿐만 아니라 교양과 가치관, 정신문화를 망라하는 것이다. 저자가 천착해 온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은 한 개인의 문화적 정체성의 총체적 표현이다.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문화에 관한 정의를 빌어 문화를 총체적인 생활 방식이며, 일상적인 것이자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인 것으로 본다. 려도는 "중국과 그리 멀지 않은 한국은 대다수 중국인에게 여전히 낯선 곳"이라며 "나는 전태일을 매우 존경해서 한국에도 따뜻한 애정이 있다"고 전했다. "사람 간의 거리에는 물질적 요소뿐만 아니라 정신적 요소도 있다. 한 지붕 아래 사람들끼리도 범접할 수 없는 냉엄한 계층으로 나뉠 수 있고, 반면 멀리 떨어져 격리된 사람들도 서로 뜻이 통해 도움과 위로가 될 수 있다. 뜻과 지향이 일치한다면 하늘과 땅만큼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리는 늘 곁에 있는 것 같은 동지다." 정규식·연광석·정성조·박다짐 옮김, 606쪽, 2만원, 나름북스
[새책]조영학 '여백을 번역하라'·려도 '중국 신노동자의 미래'·조은주 '가족과 통치'

◇가족과 통치

조은주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조교수가 썼다. 2000년대 초반 저출산이 문제화되는 방식에 주목하고, 가족이 통치의 도구로 전환되는 결정적 계기가 1960~70년대 가족계획사업이라는 것을 설명한 책이다. 국가가 임신과 출산에 관련된 국민의 사적영역을 재구성함으로써 어떻게 통치의 실천을 수행했는지 따졌다. 당시의 잡지, 각종 정책과 통계자료, 국내외 조사연구 프로젝트 등을 분석하면서 인구 문제가 당시 국가권력의 근대적 재편과 연관을 맺으며 부상했다고 주장한다. 한국 사회를 여전히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해준다. 조 교수는 "가족계획사업은 통제와 감시 아래 여성들을 단순 편입시킨 것이 아니라 성과 사랑, 결혼에 관한 담론들을 통해 여성을 특정한 방식으로 주체화했다"며 "낭만적 사랑, 연애결혼, 합리적으로 가계를 운영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여성의 주체성과 자율성 등이 강조됐지만 그러한 자유를 얻은 여성의 삶은 가족관계와 남성의 일대기에 더욱 종속됐다"고 지적했다. 376쪽, 1만8000원,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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