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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탁기영 유니오 대표 "실물경제와 연결되지 않은 블록체인, 살아남기 힘들다"

등록 2018.08.19 08: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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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에 대한 보상, 창작자의 동기부여 요소...수익 모델 아니다"

"유니오, 기술력 과시보다 블록체인이 실생활에 쓰일 수 있다고 증명하는 프로젝트"

올해 하반기 메인넷 구축 완료...내년 상반기 SNS 서비스 출시 목표

【서울=뉴시스】탁기영 유니오 대표가 서울 서초구 유니오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8.19 (사진 = 유니오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탁기영 유니오 대표가 서울 서초구 유니오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8.19 (사진 = 유니오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종희 기자 =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콘텐츠 창작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주겠다고 강조하지만, 보상만으로는 아무 의미 없습니다. 보상은 콘텐츠 창작자의 동기부여를 하는 요인이지 수익 모델이 돼선 안됩니다."

  상당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탈중앙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 중 하나가 콘텐츠다. 이들의 목표는 한결같다.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콘텐츠 창작자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보상의 기준이 될 암화화폐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콘텐츠 보상 플랫폼 '스팀잇'은 자사 암호화폐 스팀의 가격(코인마켓캡 기준)이 1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아무리 활동을 열심히 해도 보상이라고 인식할만한 현금을 쥐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블록체인 기반 콘텐츠 보상 플랫폼 유니오(UUNIO)의 탁기영 대표는 최근 뉴시스와 인터뷰를 통해 "많은 콘텐츠 플랫폼들이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한 선순환되는 경제 구조를 만들지 못했다. 토큰 경제도 실제 매출을 기반으로 실물경제와 연결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탁 대표는 콘텐츠 보상 플랫폼들이 사용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보상에만 급급해, 실제 매출을 만들어 내는데 미진했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한마디로 돈을 벌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실물경제와 연결되지 못한 블록체인 기술은 살아남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콘텐츠 보상 플랫폼은 암호화폐로 얼마나 많은 투자금이 몰리느냐에 따라 보상의 크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코인에 대한 재투자를 통해 적정한 가격이 유지되지 않으면 힘들다"고 설명했다.

 탁 대표는 "사용자들이 암호화폐를 보유할 이유를 찾지 못한 채 매도만 계속하고 있어 암호화폐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며 "사용자들이 암호화폐를 보유할 이유와 암호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수익 구조가 없으면 이 두 가지 모두 생길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스팀잇이 자사의 플랫폼을 이용한 사용자에게 지금까지 약 400억원 규모의 보상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탁 대표는 "보상액은 결국 스팀잇 투자자의 돈으로 충당한 것"이라며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한 판매자에게 마케팅 비용까지 전가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다른 의미로 스캠(Scam·사기)라고도 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팀잇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고를 판매해 암호화폐를 매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마저도 올바른 대책은 아니라는 것이 탁 대표의 주장이다.

 탁 대표는 "스팀잇의 가입자가 105만명 정도인데, 이들은 대부분 대학원 이상 고학력을 가졌으며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광고 타게팅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며 "이 가운데 한국인이 30만 정도다. 다시 말해 3분의 1은 다른 언어로 콘텐츠가 유통되고 있다는 의미인데, 이런 이유로 광고 플랫폼으로의 매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유니오는 대표주자인 스팀잇이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콘텐츠 보상 플랫폼을 제대로 만들어 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유니오 프로젝트는 '유니풀 체인'이라는 블록체인과 유니오라는 소셜 유통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 분야의 탈중앙화를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유니풀 체인을 통해 토큰 경제를 접목할 툴을 만들고, 유니오를 통해 사용성 높은 서비스를 구현할 계획이다.

 탁 대표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라는 컵을 여닫는 문은 사용성이다"며 "유니오는 기술력이 아니라 블록체인이 실제 산업에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유니오는 지난달 20일 첫 번째 탈중앙화앱(Dapps)으로 모바일 암호화폐 지갑 클렛(CLET)을 출시했다. 클렛은 기본적으로 유니오 프로젝트의 암호화폐인 '유니풀 코인'과 '유니오 토큰'을 교환하는 역할을 하지만, 점차 영역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탁 대표는 클렛을 통해 유니오 토큰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계획이다. 클렛은 유니오 토큰을 활용해 타 암호화폐의 ICO에 참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자들이 서비스 참여의 대가로 얻은 보상을 사용할 수 있는 수요를 만든 셈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이 코인을 보유할 이유를 만들어준다는 계획이다. 

 유니오는 올 하반기 유니풀 체인 메인넷 구축을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 두 번째 탈중앙화앱인 소셜 유통 플랫폼 유니오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소셜 유통 플랫폼 유니오는 스팀잇과 같지만 다른 사용자 환경을 추구하고 있다.

 탁 대표는 ▲보상 기간 ▲사용자 영향력 ▲콘텐츠 제작 환경이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우선, 스팀잇은 보상 기간이 일주일인 데 반해 유니오는 받은 추천수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보상이 제공된다.

 또 스팀잇은 '스팀파워'라는 돈 보유량에 따라 추천 영향력이 달라지지만, 유니오는 모든 추천이 동등한 영향력을 가진다. 스팀잇은 글을 기본으로 하는 블로그 서비스에 가까운데 비해, 유니오는 사진을 비롯해 방송 등 모든 형태의 콘텐츠에 대해 보상을 지급할 방침이다. 

 탁 대표는 유니오 프로젝트를 구상한 이유에 대해 "한국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외형적 크기보다 성장이 더딘 편"이라며 "콘텐츠 창작자가 합당한 보상과 대우를 받으면 시장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라 가설을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셀럽과 초심자로 양분된 콘텐츠 창작자 집단에서 중간에 있는 실력 있는 창작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이들이 유니오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작해 수익화를 도와주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유니오는 이 콘텐츠 창작자가 만들어 낸 '스토리'를 판매할 예정이다. 탁 대표는 "글이면 글, 그림이면 그림이라는 획일화된 콘텐츠는 몰입도가 높지 않다"며 "완성도 있는 콘텐츠로 제대로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탁 대표는 미국 UC버클리대학교를 졸업하고 블록체인 애스톤 프로젝트의 ICO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암호화폐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과거에도 스타트업을 경영한 경험이 있는 그는 유니오가 네 번째로 창업한 회사다. 그는 "현실적으로 유니오가 삼성, 페이스북처럼 어마어마한 기업이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변화가 필요한 각 영역에서 탈중앙화를 꿈꾸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작은 변화를 불러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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