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붕괴된 伊교량 설계자, 40년전 이미 "부식관리 필수" 경고

등록 2018.08.20 06:46:26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모란디, 해풍·공해로 녹슬기 쉽다며 특별관리 부탁

【 제노바=AP/뉴시스】이탈리아 제노바에서 14일(현지시간) 모란디 다리가 붕괴해 있다. 이번 사고로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18.08.15

【 제노바=AP/뉴시스】이탈리아 제노바에서 14일(현지시간) 모란디 다리가 붕괴해 있다. 이번 사고로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18.08.15

【 서울= 뉴시스】차미례 기자 = 지난 14일 이탈리아 북부 제노바 지역 고속도로 교량 붕괴로 사망자가 43명에 이른 가운데,  이 다리를 설계한 이탈리아 기술자가 40년 전에 이미 해풍으로 인한 녹과 콘크리트 오염에 대해 이를 제거하는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경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영 RAI 텔리비전 방송사와  AP통신 등은 19일(현지시간)  이 다리를 설계한 고(故) 리카르도 모란디가 제노아에서 자신의 이름을 가진 이 다리가 개통된지 12년만인 1979년에 직접 쓴 보고서의 내용을 보도했다. 

 AP통신이 설계기술 뉴스 포털에서 영어로 다운 받은 방송보도 내용에 따르면 모란디는 보고서를 쓴 당시에 이미 "콘크리트 표면의 화학처리 물질이 해풍과 인근 제련소의 배출가스로 인해 보호 기능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기가 특별히 그 보고서를 쓰는 것은  이 다리의 퇴락이 다른 환경에 있는 비슷한 교량 구조물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히 "복잡하고 공격적인" 양상을 띠고 있어 곤욕스러운 상황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서라고 밝혔다.

 모란디는 자신이 설계한 다리의 설계상의 강도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음을 재확인 했지만 "조만간, 어쩌면 몇 년내로 이 다리의 철골물에서 모든 녹을 제거하고  부식된 곳을 메워 보수하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에폭시 수지 등으로 철골물을 덮어서 이 다리의 철제부분에 "고도의 화학적 저항력"을 유지시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다리는 8월 14일 폭풍우와 강풍 속에서 무너져 43명의 사망자를 냈고 인구 밀집지역인 부근의 주민들이 대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며 일단 사망자와 실종자의 수색이 끝난 19일에는 건설교통부 조사팀이 현장에서 예비조사를 마쳤다.  정부 조사팀의 로베르토 페라자 팀장은 예비조사 결과 이 다리의 붕괴원인은 여러가지가 가능하며,  무너진 구간이  매우 길고 처음부터 약간 비틀려 있는 상태여서 간단히 한 가지 원인으로만은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ANSA통신은 "앞으로도 붕괴현장의 폐허를 조사해서 이미 균열이 가 있던 곳이 교량 구조물의 불균형을 초래해 무너진 것이 아닌지도 조사해야한다"고 페라자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제노아(이탈리아)= AP/뉴시스】이탈리아 제노아시 부근의 모란디 교량 붕괴현장에서 19일(현지시간) 중장비들이 파괴된 잔해를 치우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제노아(이탈리아)= AP/뉴시스】이탈리아 제노아시 부근의 모란디 교량 붕괴현장에서 19일(현지시간) 중장비들이 파괴된 잔해를 치우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시사잡지 에스프레소는 19일  페라자는 이미 2월 1일 교통부와 이 다리의 관리를 맡고 있는 회사의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 중의 한 명으로,  주요 교량의 부식이 진행된 상황을 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회의의 자세한 회의록에는 페라자의 서명이 들어있으며,  회의 결과 "부식의 경향을 보이고 있는" 교량에 대해서는 즉시 보강공사를 해야한다고 권하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이탈리아 매체들에 따르면 당시 이 공사는 2천만 유로( 2300만달러)의 공공사업으로 4월에 입찰공고가 나간 것으로 되어 있다.

 모란디 다리는 밀라노와 프랑스를 잇는 간선 고속도로로,  양쪽 상권의 중요한 통로이자 지중해와 산악지역으로 가는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기술자들은 모란디가 흔히 쓰이는 강철 케이블 대신에 콘크리트를 입힌 지지 케이불을 사용한 특이한 구조로 설계한 이 교량에 대해서 오래 전부터 안전도를 우려해왔다고 말하고 있다.

 19일 밤 수 십명의 제노아 시민들은 중앙 광장에 모여들어 일부는 교량 붕괴에 대한 분노와 슬픔을 표현하는 집회를 가졌고 많은 사람들이 광장 표지석에다 하얀 종이에 쓴 메모와 시를 남기며 애도를 표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