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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자치단체장, 휴가 중 공적 활동의 명암

등록 2018.08.21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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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천영준 기자 = 21일 충북도에 따르면 이시종 충북지사는 여름휴가를 이틀 미루고 기획재정부를 방문해 중부내륙고속철도 등 10건의 사업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 사진은 국토교통부를 방문한 이시종 지사. 2018.8.21.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청주=뉴시스】천영준 기자 = 21일 충북도에 따르면 이시종 충북지사는 여름휴가를 이틀 미루고 기획재정부를 방문해 중부내륙고속철도 등 10건의 사업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 사진은 국토교통부를 방문한 이시종 지사. 2018.8.21.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청주=뉴시스】천영준 기자 = 민선 7기 충북 도내 자치단체장들이 취임 후 첫 여름 휴가철을 보냈다.

 업무 파악이나 시·군정 운영 구상 등을 위해 계획을 잡지 않은 일부 초선을 제외하면 대부분 단체장이 이달 중순까지 휴가를 다녀왔다.

 하지만 휴가를 떠난 단체장 중 일부는 내년도 국비 확보를 위해 사전 예고 없이 출장을 다녀오거나 폭염과 가뭄 현장을 점검했다.

 지역 발전과 민심 챙기기에 나선 것이지만 직원들은 단체장의 활동에 마음놓고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과연 이런 행보가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휴가는 업무 연장선"…폭염 현장 점검·국비 확보

 휴가를 떠났어도 자치단체장들은 시·군정을 완전히 외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머릿속은 온통 주요 현안 사업으로 가득하다.

 한범덕 청주시장이 휴가 중에도 국비 확보를 위해 구슬땀을 흘린 이유다.

 지난달 30일 여름휴가를 떠난 한 시장은 같은 달 31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과 세종에 머물렀다.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를 찾아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주요 현안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일꾼 도지사'로 불리는 이시종 지사는 휴가를 연기하며 국비 확보에 애를 썼다. 이 지사는 애초 지난달 30일부터 5일 간 쉴 계획이었다.

 하지만 휴가를 이틀 미루고 기재부를 방문, 중부내륙고속철도 등 10건의 사업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

 이 지사는 2016년부터 2년 연속 여름휴가를 가지 않았다. 이번에는 급한 업무를 본 뒤 휴가 일정을 소화했다.

 휴가를 연기하거나 반납한 단체장도 있다. 조길형 충주시장은 지난 6일부터 일주일로 예정됐던 여름휴가를 무기한 연기했다.

 앞서 조 시장은 직원 월례조회에서 "충주 호수축제와 바이오헬스 국가산업단지 지정 현장 실사, 재난 수준의 폭염 등 당면 현안이 많아 휴가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달 중 진행될 기재부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3차 심의 대응을 마무리한 뒤 휴가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

 이차영 괴산군수는 휴가를 반납했다. 폭염과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챙기기 위해서다.

 이 군수는 고추재배 농가와 젖소사육 농가 등을 찾아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농민들의 애로 사항을 들었다.

 송기섭 진천군수와 류한우 단양군수 등도 휴가를 반납한 채 폭염 대응에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폭염이 연일 계속되자 휴가를 미룬 조병옥 음성군수는 최근 간담회 자리에서 "맞춤형 가뭄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가뭄 상황이 발생하면 민·관이 긴밀히 협조해 군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청주=뉴시스】천영준 기자 = 21일 충북 청주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여름휴가를 떠난 한범덕 청주시장은 같은 달 31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과 세종에 머물며 국비 확보를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사진은 한 시장이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에게 내년도 주요 현안 사업을 설명하는 모습. 2018.8.21.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청주=뉴시스】천영준 기자 = 21일 충북 청주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여름휴가를 떠난 한범덕 청주시장은 같은 달 31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과 세종에 머물며 국비 확보를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사진은 한 시장이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에게 내년도 주요 현안 사업을 설명하는 모습. 2018.8.21.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휴가 중 업무·떠나지 않은 단체장 눈치 보는 직원들

 이시종 지사는 최근 간부회의 때마다 "마음 놓고 휴가를 다녀오라"라고 당부했다. 그는 지난 2년간 휴가를 가지 않아 일부 간부 공무원들도 마찬가지 신세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올해는 이 지사가 휴가를 다녀와 공무원들은 다소 편안한 마음으로 휴가를 가고 있다. 하지만 도청 내에선 여전히 부담을 갖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 지사가 갑작스레 휴가를 연기하면서 국비 확보 활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때 휴가를 잡은 직원은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이런 상황은 비난 충북도뿐만 아니다. 다른 시·군의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단체장이 여름휴가 중 공적인 활동을 하거나 반납하면서 눈치를 보는 것이다.

 더욱이 올해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휴가를 떠나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도내 지자체의 한 직원은 "단체장이 휴가를 가지 않으면서 직원들도 마음 놓고 휴가를 갈 처지가 못 된다"며 "그래도 재충전을 위해 휴식은 필요한데…"라며 말을 흐렸다.

【괴산=뉴시스】김재광 기자 = 지난 11일 이차영 충북 괴산군수가 휴가를 반납하고 관내 인삼재배 농가 등을 찾아 애로사항을 청취했다.2018.08.12.(사진=괴산군 제공) photo@newsis.com

【괴산=뉴시스】김재광 기자 = 지난 11일 이차영 충북 괴산군수가 휴가를 반납하고 관내 인삼재배 농가 등을 찾아 애로사항을 청취했다.2018.08.12.(사진=괴산군 제공) [email protected]



 ◇재충전 필요…휴가 떠나는 분위기 만들어야

 올해는 어느 때보다 단체장들이 휴가를 연기하거나 반납한 경우가 많다. 최악의 폭염이 이어지면서 휴가를 다녀올 정도로 마음이 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휴가를 떠난 단체장 중 일부는 국비 확보나 현장 점검 등에 나서기도 했다. 이럴 경우 담당 직원들은 휴가 중이라도 업무에 복귀해야 할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 때문에 단체장들의 이 같은 행보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일각에선 다소 부정적인 의견이 나온다.

 재난 상황이 발생한 게 아니면 단체장이 직원들을 위해 휴가 중에는 공적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비 확보 등 시각을 다투는 급한 일이 있다면 휴가 일정을 조정하면 된다는 것이다.

 재충전은 일하는 사람에게 필수 요소란 이유에서다. 충분히 쉬어야만 활력이 생겨 업무도 더 잘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단체장이 휴가를 다녀와 다소 편안하게 휴가를 갈 수 있게 됐다"며 "일 년을 단위로 계획적으로 일하는 공무원 등은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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