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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한국 클래식 스타들, 왜 독일 베를린에 모여 사나

등록 2018.08.22 0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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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베를린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아는 음악 동료의 90%가 베를린에 살고 있어요. 어마어마한 숫자죠. 왜 그럴까 생각해봤어요. 사람들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런 시기가 있죠."(김선욱)

피아니스트 임동혁(34) 손열음(32) 김선욱((30) 조성진(24) 선우예권(29),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31) 이지윤(26)···.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이 약속이나 한 듯 독일 베를린에 모여 살고 있다. 지금 베를린은 유럽의 핫스폿으로 통하는 예술도시다. 3개의 대형 오페라하우스를 보유한, 애초부터 클래식음악의 도시로 통했지만 최근 젊은 아티스트들 사이에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 

19세기 초반에는 오스트리아 빈이 모든 예술인들의 본거지였다. 19세기 중반에는 상당수 예술가가 프랑스 파리에 모여 살았다. 유럽이 세계 대전으로 몸살을 앓은 20세기 초중반에는 유럽의 능력 있는 예술가들이 미국으로 옮겼다. 1900년대 중후반은 영국의 미디어가 활발해지면서 영국이 급부상했다. 이제는 베를린이다.

지난해 8월 베를린에 둥지를 튼 조성진은 올해 초 "최근 젊은 음악가들이 베를린에 많이 가고 싶어 하고 살고 있다. 마치 트렌드처럼. 왜 그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선욱은 "연주자들이 살기에 편한 나라"라고 했다. "연주자들이 주변에 많아 연주자가 있다는 것이 자연스럽고, 대중이 연주자들 많이 존중해준다"는 것이다. "음악가 친구들도 많아서 좋다"고 했다. 조성진 역시 "좋은 음악가와 오케스트라가 많아서 음악인으로서는 살기에 참 좋은 도시"라고 했다.

 베를린에서는 약 2만명의 예술가가 활동하면서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클래식 기획사들의 합동공연 '스타즈 온 스테이지'에서는 독일에 거주 중인 임동혁, 김수연,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가 협연했다.

김선욱

김선욱

임동혁, 김선욱, 선우예권도 이날 앙코르 무대에서 함께 연주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있는 이들은 연주뿐 아니라 마음까지 합을 맞춰야 하는 실내악에서 차진 화음을 들려줬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은 각각 30여개국의 다국적으로 구성됐다.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에는 김수연이 악장, 김유빈이 플루트 종신 수석으로 있다. 이지윤은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악장이다.

노승림 음악칼럼니스트(문화정책학 박사)는 베를린이라는 도시의 관대함을 짚으며 "비교적 예술인들에게 비자가 쉽게 나와 정착하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최근 국민들의 반대가 심해지기는 했지만 독일은 유럽에서 난민 문제에 가장 호의적인 곳이다. 또 다른 예술도시들인 파리, 런던이 이민자에 대한 태도가 강경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유연한 베를린으로 집결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또 베를린은 런던 등과 비교해 비슷한 삶의 질,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를 누릴 수 있는 도시다. 거주 비용도 높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김선욱은 "집값이나 음식 값이 크게 비싸지 않다"고 했다.

조성진

조성진

베를린은 오래전부터 이방인 예술가에게 너그러웠다. 한국 아티스트의 예만 봐도 그렇다. 윤이상, 박영희, 진은숙 같은 작곡가들이 세대를 이어 베를린에서 인정받았고 인정받고 있다.

이런 문화적인 전통 유산을 바탕으로 도시재생에 성공한 것도 베를린의 장점이다. 자연스럽게 문화재생으로도 이어졌다. 클래식음악계의 '옐로 라운지'가 보기다. 2004년 12월 베를린에서 시작된 '옐로 라운지'는 클래식 콘서트의 형식과 틀을 깬 프로그램이다. 클래식에 클럽 음악(DJ), 영상(VJ)를 접목시킨 신개념 클래식 음악파티다. 노 칼럼니스트는 "베를린은 문화적인 자양분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협업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그렇다고 베를린이 무조건 젊은 클래식음악인들 사이에서 모범답안인 것 만은 아니다. '목관악기계 어벤저스'로 통하는 목관 5중주단 '바이츠 퀸텟' 멤버들인 함경(26)과 김한(23)은 9월부터 핀란드 방송교향악단에서 각각 오보에와 클라리넷 부수석으로 활약한다. 이들을 계기로 북유럽 클래식 강국인 핀란드에 한국의 클래식 연주자들이 터를 잡을 수도 있다.

노 칼럼니스트는 "예술가마다 편안해하는 지역이 다르다"면서 "특정 지역에 대한 선입견, 편견을 버리고 자신과 음악 스타일에 맞는 음악 공동체를 찾아가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한은 "핀란드 방송교향악단의 스타일과 내 소리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래서 함께 연주하고 싶은 동기부여가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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