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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윌리의 얼굴' 전무송, 연극 이상의 의미 던지다

등록 2018.08.21 16: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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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윌리의 얼굴' 전무송, 연극 이상의 의미 던지다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윌리 로먼'을 일곱번째 연기하는 전무송(77)의 주름이 더 깊어졌다. 30여년 간 오로지 세일즈맨으로 살아온 로먼의 근심과 걱정, 좌절의 더께가 한눈에 들어온다.

26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세일즈맨의 죽음'은 원작의 힘과 노배우의 명연이 빚어낸 울림을 묵직하게 객석에 전한다.
 
미국 현대 희곡을 대표하는 극작가 아서 밀러(1915~2005)가 1949년 발표한 작품이다. 퓰리처·연극비평가·앙투아네트페리상 등 연극계 3대상을 휩쓸었다.

급격한 사회의 변화로 실직하고 목숨까지 잃는 윌리를 통해 부조리한 현대 미국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았다. 이 비판은 2018년 한국에서도 유효하다. 집 마련을 위한 은행 대출에 허덕이는 삶, 실업과 노년의 삶에 대한 근심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여전히 슬픈 아버지들의 초상을 그려나간다. 이 그림은 전무송의 윌리에게 상당한 빚을 지고 있다. 1984년 극단 성좌의 '세일즈맨의 죽음'을 시작으로 '윌리의 얼굴'이 된 전무송은 달려 나가기만 하다가 소모돼 볼품없는 존재로 전락하는 처연함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집 또는 삶의 목적지를 향해 정신없이 운전한 후 넋을 잃은 표정, 과거에 매몰돼 혼자 중얼거릴 때 웅크린 어깨가 보기다. 냉혹하고 차가운 현실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윌리의 흔들리는 내면에 객석도 요동친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소외된 노인들이 사회갈등의 주체로 부상하는 흐름이 더 뼈아프다. 

이번 '세일즈맨의 죽음'은 원로 연극인들의 축전 '제3회 늘 푸른 연극제'의 개막작이다. 한국연극협회가 연극계에 기여한 연극인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마련했다. 평생 연극 한 길만 걸으며 족적을 남긴 현역 원로배우들을 만날 수 있다. 전무송은 이 연극제와 원로 배우의 존재 이유를 증명한다.

'세일즈맨'은 윌리를 둘러싼 가족들의 심리 갈등도 적확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특히 아버지 윌리에게 실망한 후 그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비프는 증오, 연민, 열등감, 자괴감 등으로 똘똘 뭉쳐 있다. 그런 비프에 대한 죄책감, 못마땅함 등이 혼란스럽게 뒤섞인 존재가 윌리다.

[리뷰]'윌리의 얼굴' 전무송, 연극 이상의 의미 던지다

전무송은 '세일즈맨'을 가족과 함께 한다. 아들 전진우(43)가 큰아들 '비프'역을 맡았다. 딸 전현아(46)는 극단 그루의 예술감독으로 이 연극을 제작했다. 사위인 김진만(49)은 연출과 각색을 했다. 초등학생 외손자(김태윤)는 어린이의 목소리로 등장한다.

화목한 진짜 가정이 빚어내는 극중 가정의 불안이 암울하기만 한 것이 아닌 이유다. 세상이 산업화, 현대화될수록 자본논리는 막강해지고, 노년이나 젊은 세대나 물질만능주의에 짓눌려 가족이 해체되지만 그 사이에서 인물들은 영혼까지 팔지는 않으려 발버둥친다.

현실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는 노년과 청춘의 좌절은, 실제 세상에서 암울하지 않으려는 관객의 노력과 맞물리며 상쇄된다. 전 세대가 포함된 가족과 연극인들이 '세일즈맨의 죽음'을 통해 내보이는 진심이 오롯하게 전달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화다양성 증진 정책 대표 사업인 '무지개 다리'의 하나로 종로문화재단이 이 사업을 통해 '푸른연극제'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세대문제에 주목, 문화다양성의 화두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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