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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이산상봉 2일차 종료…"내일 눈물 흘리지 않기로 약속하자"

등록 2018.08.21 20: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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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해

가족들과 사진 찍거나 다과 나눠먹기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상봉장서 합창

상봉 종료 '10분 전' 방송과 함께 눈물

"형님 이야기 들어서 죽어도 한이 없어"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야"

【금강산=뉴시스】김진아 기자 =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날인 21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백민준(93) 할아버지의 북측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8.08.21.  bluesoda@newsis.com

【금강산=뉴시스】김진아 기자 =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날인 21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백민준(93) 할아버지의 북측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8.08.21. [email protected]

【금강산·서울=뉴시스】통일부공동취재단 김성진 기자 = "내일 눈물 흘리지 않기로 약속하자."

 이산가족 상봉행사 종료 하루를 앞둔 21일 김병오(88)씨는 북측 동생 김순옥(81·여)씨와 눈물을 흘리지 말자고 약속했다.
 
 남북 이산가족은 이날 오후 3시3분부터 5시까지 금강산호텔에서 2시간 동안 단체상봉을 했다. 단체상봉 행사가 종료됨에 따라 2일 차 일정이 마무리됐다.

 북측은 이날 단체상봉 전 가족들에게 사탕, 초콜릿맛 과자, 과일단묵, 강정, 배단물(음료), 금강산 샘물, 캔 커피 등이 들어있는 다과 보따리를 선물로 줬다.

 전날 눈물바다였던 단체상봉 행사장은 이날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됐다. 가족들은 다과를 나눠 먹거나 서로의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유관식(89)씨의 아들 승원(53)씨는 취재진을 향해 "객실 상봉(오전 개별상봉)이 아주 재미있었다. 왜 방에 안 왔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식씨의 북측 사촌 옥녀(63·여)씨가 개별상봉 때 노래하는 모습을 담은 디지털카메라 동영상을 보여줬다. 옥녀씨는 "기자 선생한테 그런 건 왜 보여주냐"며 웃었다.

【금강산=뉴시스】김진아 기자 =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날인 21일 오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를 북측 아들 리상철(71) 씨가 바라보고 있다. 2018.08.21.  bluesoda@newsis.com

【금강산=뉴시스】김진아 기자 =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날인 21일 오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를 북측 아들 리상철(71) 씨가 바라보고 있다. 2018.08.21. [email protected]

  신재천(92)씨는 다른 가족들보다 늦게 상봉장에 들어섰다. 북측 동생 금순(90)씨는 오빠 재천씨가 들어오자 아들 라천주(53)씨에게 "들어온다!"라며 활짝 웃어보였다.

 차제근(84)씨는 테이블에서 동생 제훈(76)씨를 보자마자 "동생!"이라면서 손을 잡고 반갑게 인사했다. 제근씨 아들 성태(55)씨와 북측 조카 성일(50)씨는 '형, 동생'하면서 말을 놓기도 했다.

 김병오(88)씨의 아들 종석(55)씨는 일회용 카메라로 "여기 보세요"라며, 아버지와 북측 가족들의 사진을 찍어줬다. 종석씨는 북측 가족들이 카메라를 가지고 오지 않아 부지런히 촬영해 헤어질 때 카메라채로 선물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산가족 단체상봉이 진행된 금강산호텔에서는 '우리의 소원', '고향의 봄', '찔레꽃', '휘파람', '반갑습니다' 등 노래가 울려 퍼지기도 했다.

 그러나 행사장에 "집체상봉(단체상봉) 종료 10분 전입니다"라는 방송이 나오자 곳곳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남은 과자를 서로 챙겨주거나, 행사가 끝날 때까지 사진촬영을 하기도 했다.

 시각장애 1급인 이금연(87)씨와 북측 올케 고정희(77)씨와 조카 리경순(53·여)씨, 광옥(48·여)씨는 이날도 전날과 마찬가지로 눈물바람이었다. 
【금강산=뉴시스】김진아 기자 =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날인 21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민병현(82) 할아버지 가족들이 북측 가족과 사진을 찍고 있다. 2018.08.21.  bluesoda@newsis.com

【금강산=뉴시스】김진아 기자 =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날인 21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민병현(82) 할아버지 가족들이 북측 가족과 사진을 찍고 있다. 2018.08.21. [email protected]

  이씨는 "눈물이 난다"며 연신 울었고, 남측에서 온 아들 이성재(48)씨와 딸 은자(45)씨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조카며느리 김명선(55)씨와 상봉한 조권형(80)씨는 해주고 싶은 말을 따로 편지지에 적었다. 편지지에는 '새옹지마', '남의 일을 내 일 같이하라'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조씨는 "이런 자리가 또 있을지 모르니까. 앞으로 인생살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라고 숙소에서 적어온 거야"라며 "이번에 상봉행사로 인해 (형님의) 생사를 안 거야. 형님은 수목장까지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죽어도 한이 없어"라고 말했다.

 어지럼증을 호소해 단체상봉을 포기한 김달인(92)씨를 대신해 아내 황정희(82)씨는 남편의 여동생인 유덕(85·여)씨를 '고모'라고 부르며 아쉬움을 달래줬다.

 황씨는 "내일 점심 먹고 헤어지는 거야.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거니까 울지마"라는 말을 반복하며 달랬다. 유덕씨는 별다른 말없이 손수건으로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았다.

 김봉어(90)씨는 동생 팔녀(82)씨와 조카 리명화(50·여)씨에게 "헤어질 생각을 하니 아쉽다. 편지가 수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헤어짐이 아쉬워 아내 이신옥(82)씨와 동생 팔녀씨, 조카 리명화씨와 사진을 찍었다. 리씨는 눈물을 흘리고 손수건으로 훔쳤다.
【금강산=뉴시스】김진아 기자 =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날인 21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최동규(84) 할아버지와 북측 조카 박성철(40)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2018.08.21.  bluesoda@newsis.com

【금강산=뉴시스】김진아 기자 =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날인 21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최동규(84) 할아버지와 북측 조카 박성철(40)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2018.08.21. [email protected]

  이날 피로 누적으로 단체상봉을 포기했던 한신자(99·여)씨는 상봉 5분을 남겨두고 딸들을 만나기 위해 참가했다.

 한씨는 오후 5시 "집체상봉 종료합니다"라는 방송이 나오자 아쉬운 표정으로 북측 딸들의 손을 계속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딸 김경복(69)씨와 아들 경식(60)씨가 "어머니, 내일 또 만나실 수 있어요"라고 하자, 겨우 일어나 행사장 밖으로 나갔다.

 한편 이날 단체상봉이 종료되면서 2일 차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마무리됐다.

 남북 이산가족은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작별상봉을 가진 후, 낮 12시부터 1시간 동안 공동오찬을 한다.

 당초 22일 행사는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작별상봉을 하기로 계획됐으나, 남북은 협의를 통해 1시간 연장했다.

  남측 상봉단은 방북 때와 같이 동해선 육로를 통해 귀환할 예정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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