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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BMW에 끌려다니는 국토부

등록 2018.08.22 13:59:26수정 2018.08.28 09: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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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BMW에 끌려다니는 국토부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 잇단 BMW 차량 화재로 국토교통부 장관이 담화문을 3번씩이나 발표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정작 문제의 당사자인 BMW측으로부터 자료 확보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해 "BMW에서 아직 충분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자체 조사해 제출하지 않은 자료에 대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장관이 이런 상황을 알고 있다 해도 현재로선 자료 독촉이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는 얘기다.

BMW는 정부 요청에도 화재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수차례 누락해왔다. 그러다 지난달 정부가 강제조사에 들어간 뒤에야 뒤늦게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 결함을 시인했으나, 일부 자료만 내놓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는 여전하다.

그런데도 자료 미제출에 대해 국토부가 부과할 수 있는 과태료는 고작 100만원. 시간당 100만원을 부과한다 해도 기업 입장에서는 '의미 없는' 액수다.

BMW측의 늑장 리콜 의혹이 추후 사실로 밝혀져도 자동차관리법 제74조에 따라 매길 수 있는 과징금(자동차 매출액 1%)은 700억원 규모다.

하지만 수조,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물리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사례와 비교해보면 '미미한 액수'다. 기업들이 긴장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미국에서 토요타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했을 때 미 정부는 늑장 리콜을 이유로 벌금 약 1조3000억원을 부과했다. 급발진 사실에 따른 소비자 배상금액도 아닌 징벌적 성격이다. 2014년 3월 당시 미 정부는 토요타가 차량 급발진 문제를 인지해놓고 소비자와 규제당국을 속인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잘못을 한 기업으로부터 자료 제공을 받기는 커녕 BMW가 발표한 화재 원인에 기대어 리콜 대상 차량 운행정지 등 대책을 발표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안전진단을 마친 차량에서 불이 나거나 4대 중 1대꼴로 리콜 대상 아닌 차량에 화재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BMW 사태에 대한 정부의 부실 대응은 기업 입만 바라보다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또한 2015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때 국토부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했다면 BMW가 과연 저런 식으로 나왔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당시 국회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관련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국토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한국 소비자들은 미국 소비자의 10%에도 못 미치는 배상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현대·기아 등 징벌적 손배배상제도 도입을 우려한 국내 대기업의 로비 때문에 도입에 소극적이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앞으로 국토부가 국내 소비자를 보호하고 기업체에 질질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먼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 관련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특히 기업들이 정부와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행태를 근절시키려면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하는 선진국들처럼 배상액 수준을 대폭 높일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국토부 뿐 아니라 국회도 무늬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 면피하려고 했다면 그런 생각은 당장 버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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