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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그룹 방탄소년단, 선구자라 할수밖에···세계로 말달리는

등록 2018.08.27 07: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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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국적 관심이라는 중압감 극복한 자연스런 앨범

[초점]그룹 방탄소년단, 선구자라 할수밖에···세계로 말달리는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방탄소년단(BTS)'을 '삼위일체'라고 묘사해도 될 듯하다. 앨범의 '콘셉트', 무대 위에서 퍼포먼스로 증명하는 '실천력', 두 개가 합쳐질 때 생기는 시너지 효과로 인한 '메시지', 이 셋이 하나로 뭉친다.

24일 공개한 리패키지 앨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로 일단락된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가 보기다. 2016년 3월부터 이어온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는 타이틀 의미대로 '스스로를 사랑하라'고 노래하고 메시지를 던졌다. 

25, 26일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포문을 연 새 월드 투어 '러브 유어셀프'는 이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한 자리다.

앨범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가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방탄소년단식 앨범 화법으로 담아낸 '이론' 편이라면, 투어 '러브 유어셀프'는 방탄소년단만의 무대 어법으로 이를 실천해내는 '실전' 편이다.

힘들어하는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를 위로하는 '팬송'으로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에 실린 '매직숍'이 콘서트장에서 울려 퍼질 때 4만5000명으로 꽉 찬 객석이 잔잔한 환희로 채워지는 먹먹함, 고민과 방황 끝에 결국 '자기 사랑'은 축제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이를 상징하는 리패키지 앨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의 타이틀곡 '아이돌'의 흥겨움이 이 공식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콘셉트 앨범의 완결판으로 부를 수 있는 이번 앨범 '러브 유억셀프 결 앤서'는 확실한 참고서다.

◇리패키지 앨범의 놀라운 유기적 구성

[초점]그룹 방탄소년단, 선구자라 할수밖에···세계로 말달리는

기존 리패키지 앨범은 앞서 발매한 정규 앨범에 신곡 2, 3곡만 추가하는 의례적인 툴로 통했다. 아껴둔 신곡을 뒤늦게 내놓는다는 의미와 함께 몇 곡을 추가하면서 새로운 포장으로 내놓아 앨범 판매량을 더 늘리려는 일종의 묘안이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이번에 이 리패키지에 대한 고정관념과 가치관을 바꿔버렸다. '아이돌'을 비롯해 신곡이 7곡 수록됐다. 그리고 각 곡은 앞선 앨범 수록곡들과 유기적으로 단단히 얽혀 있다. 특히, 트랙리스트 A에 수록한 16곡은 음악, 스토리, 가사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만남과 사랑으로부터 자아를 찾아가는 감정의 흐름을 따른다.

'아이돌' 외에 드럼&베이스 장르의 곡 '아임 파인'은 방탄소년단의 앞선 앨범 '화양연화 영 포에버' 수록곡 '세이브 미' 가사를 차용했다.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의미를 뒤집는 독특한 작업으로 방탄소년단의 서사를 따라온 팬은 감동을 두 배로 느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방탄소년단이 UNICEF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러브 마이셀프' 캠페인 영상에 삽입된 음원을 발전시킨 '앤서: 러브 마이셀프'도 눈길을 끈다. 이 곡은 이번 콘서트를 마무리한 노래다.
 
[초점]그룹 방탄소년단, 선구자라 할수밖에···세계로 말달리는

아이돌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 편집장인 대중음악평론가 겸 작곡가 문용민(필명 미묘)씨는 "작년부터 방탄소년단이라는 서사를 교묘하게 음반에 결합하고 있다. 자신들을 이야깃거리로 만들어서 노래한다"면서 "그냥 보통의 노래들처럼 뭔가 소재가 따로 있는 노래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또 어떻게 보면 방탄소년단과 이들을 둘러싼 세상에 관한 노래처럼 들리기도 하는, 그런 애매한 지점을 짚고 있다"고 들었다.

 "그러면서 여러 노래의 디테일에서 이전의 다른 노래에 등장했던 요소나 가사를 자꾸 끌어와 서로 연결지점을 만드는 구석도 많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를테면 '아이돌'의 '고민보다는 걍 달리네'라는 노랫말은 작년 9월 '러브 유어셀프 승 허'에 실린 '고민보다 고(Go)', '런(Run)'이나 '트리비아 기: 저스트 댄스'의 '우(Uh)', '에이(Ay)'라는 가사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의 '소 왓' 등으로 서로 얽힌 이야깃거리들이 복잡한 하나의 서사 덩어리를 이뤄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를 구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를 망라하다 보니 이번 리패키지 앨범의 트랙이 26개나 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문 평론가는 "트랙 수가 많은 것 자체는 요즘 팝에서 그런 음반들이 자주 나오니 아주 특이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서로 얽힌 의미망으로 콘셉트 앨범을 구성하는 것은 방탄소년단 특유의 작법이고, '마이크 드롭'이나 'DNA'처럼 도전적인 작품이 많았던 이 시리즈를 탄탄하게 하나로 묶어내는 비결"이라고 평했다.

김영대 음악평론가도 "콘셉트 앨범이라는 것은 아이돌 음악에서는 자칫 작위적으로 보일 수 있기에 난해한 시도이지만 진정성과 개성이 전제가 된다면 아티스트 본연의 색과 메시지를 가장 심오 있게 드러낼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는 전제를 깔면서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는 방탄소년단의 지난 청춘 연작의 메시지를 그대로 이어나가면서 이를 모든 이들이 보편적으로 감동할 수 있는 방식의 메시지로 전달했다는 점에서 K팝에서 기념비적인 시도로 기억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앨범 전체적으로는 이미 지난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 앨범에서 들려준 트렌디하고 프로페셔널한 팝 음악의 느낌을 가져가면서도 '결'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마무리되는 느낌이 설득적이었다"면서 "각각의 곡이 저마다의 색이 있지만 그것이 일관된 내러티브로 연결되면서 듣는 이에게 자연스러운 감정의 흐름을 가져가게 만드는 것은 탁월한 부분"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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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한국적' 수식을 굳이 달지 않아도 되는 그룹

이번 리패키지 앨범에서 또 특기할 만한 것은 타이틀곡 '아이돌'의 장르와 색깔이다. 방탄소년단식 글로벌 송인 '아이돌'은 사우스 아프리칸 댄스 스타일의 곡이다. 일각에서는 '조선 EDM'으로도 부르는데, 아프리칸 비트 위에 국악 장단과 추임새가 겹쳐지고 트랩 그루브의 랩을 최신 유행의 EDM 소스가 받쳐준다.

무엇보다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한 이들이 국악을 접목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가수 서태지가 1993년 발표한 정규 2집 '하여가'의 동명 타이틀곡에서 강렬한 록 사운드에 태평소 연주를 접목한 것이 떠오른다.

국내외 문화 요소가 절묘하게 혼합된 '아이돌' 뮤직비디오 역시 마찬가지다. 열대 사바나 초원과 북청 사자놀이, 유로 아시안 건축과 한국 전통 양식을 차용한 화려한 세트가 바탕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신나고 흥겨운 분위기를 이어간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세련된 한복을 입은 모습도 보여준다. 서브 컬처의 그래픽 효과가 더해져 색감은 감각적이고 화려하다.

이번 앨범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팬들과의 축제'가 축약돼 녹아들어갔다. 아프리칸 댄스 구아라구아라와 한국의 사물놀이 및 탈춤이 만난 퍼포먼스는 흥겨운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때문이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처음 공개된 이 곡의 무대에서 "같이 고민해왔으니까 결국은 이 짧은 시간을 즐겨보자라"는 방탄소년단식 마법이 펼쳐졌다. "얼쑤 좋다. 지화자 좋다. 덩기덕 쿵더러러. 얼쑤"라는 21세기 식 아이돌의 뼛속에 절로 배인 한국적 흥취가 무대는 물론 객석에서도 그냥 나올 수밖에 없다.

[초점]그룹 방탄소년단, 선구자라 할수밖에···세계로 말달리는

세계적인 그룹이 됐다고 '사명감'에서 비롯된 '한국적 요소 삽입'이 아닌, 자연스럽게 곡에 어울려서 넣게 됐다는 '흥겨운 음악적 취향'이 바탕이 됐다는 것이 아주 멋지다.

리더 RM(24)은 "한국적인 것은 우연이다. 곡 마무리 작업 중 추임새를 고민하다 '얼쑤'를 장난으로, 재미 삼아 넣었는데 머릿속에 계속 생각나고 마음에 걸리더라. 어릴 때 판소리도 배워 그것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멤버 슈가도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으로 잘 돼서 한국적인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의도보다는 여러 시도 중 이번에 잘 어울리는 것으로 골랐다"고 설명했다. 'K팝' '한국적' 수식으로 세계 메인 팝 시장에서 이방인 취급을 하는 경향을 사실상으로 첫 번째 벗어난, 그룹의 자신감이 묻어나 보인다.  

문 평론가는 "전작에서 이전보다 노래 중심의 팝송 같은 느낌을 많이 줬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합본이라고는 하지만 보통 합본이나 리패키지가 트랙들을 단순히 순서대로 붙여놓는 것에 비해, 트랙 순서를 재배치하고 '트리비아'란 제목의 트랙들을 배치하면서 새로운 음악적·서사적 흐름을 구성한 것이 흥미롭다"고 했다.

특히 "'아이돌'의 한국적 요소들은 본격적인 '접목'이라기보다는 '기믹(ˈɡɪmɪk; 일종의 술책)'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K팝이 '고작 한국음악'일 뿐이다, '충분히 한국적이지 않다' 같은 시선에 노출되는 것을 패러디한다는 인상도 있다. 마치 '한국인이 여기까지 오는 게 놀라워?'라는 듯"이라고 해석했다.

김 평론가는 '아이돌'에 대해 "(남아프리카로부터 퍼진 하우스음악인) 곰(Gqom) 이라는 장르인데, 남아프리카의 더반에서 유행했고 미국에서도 아직은 메인스트림이 아닌 탓에 생소한 비트"라면서 "아직 레게톤이나 뭄바톤의 공식이 K팝 뿐 아니라 미국팝에서도 여전히 먹히는 시점에서 동어반복하지 않고 트렌드를 앞질러 갔다는 것에서 현재 글로벌 스타로 거듭난 이들의 고민과 포부를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초점]그룹 방탄소년단, 선구자라 할수밖에···세계로 말달리는

"비트에 굳이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게 국악을 가미하고 ‘얼쑤’ ‘덩기덕 쿵더러러' 등을 넣은 것은 글로벌 보이그룹으로 거듭남에 있어서 동시에 그들의 정체성을 잃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들렸다"는 평이기도 하다.

결국 방탄소년단은 굳이 어떤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없는 방탄소년단 그 자체라는 결론이 나온다.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는 '러브 유억셀프' 시리즈가 고민해온 메지시의 답이자, 그간 이 팀이 인기를 끌어온 것에 대한 각종 분석과 시선에 대해 방탄소년단이 내놓은 음악적 답이기도 한 셈이다.

김 평론가는 "가장 흥미로운 것은 보컬, 랩, 음악의 디테일한 정서에 있어서 모두 어떤 장르를 대입하더라도 방탄소년단이라는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고유함이 그들이 현재 최고의 위치에 오른 이유 중 하나"라고 풀이했다. "국가적으로 관심이 쏠려 있는 상황에서 중압감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또 하나의 K팝이 아닌 BTS만의 음악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는 앨범"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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