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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옥주 ABCC 한국 총괄 "암호화폐 거래소, 기본에 충실해야"

등록 2018.09.10 15:29:12수정 2018.09.10 22:3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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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주 ABCC 한국 총괄, 지난 7일 뉴시스와 인터뷰

해킹 방지 못하고 이익에 급급한 거래소..."보안·거래 기본 갖춰야"

【서울=뉴시스】김옥주 ABCC 한국 총괄이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패스트파이브 홍대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18.09.10 (사진 = ABCC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옥주 ABCC 한국 총괄이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패스트파이브 홍대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18.09.10 (사진 = ABCC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종희 기자 = 정부가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를 벤처업종에서 제외, 블록체인 업계가 멘붕에 빠졌다. 블록체인 생태계가 정상적으로 성장하려면 암호화폐와, 이를 실물통화와 교환해주는 거래소가 필수적인데 정부가 투기를 빌미로 외면, 소중한 기회가 날아갈 판이라는 항변이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을 곱씹어보면 업계가 자초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툭하면 거래소가 해킹을 당하니 대중이 신뢰를 받기 어려웠고, 투자자는 지갑에서 디지털 자산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게다가 기준 없는 무분별한 상장으로 논란을 키우고, 수수료를 위해 코인 급등락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다름 아닌 거래소다. 
 
 거래소가 이런 문제를 털어내지 못하면 위기는 더욱 깊어질 것이 자명하다. 싱가포르계 거래소로 지난달 한국에 진출한 ABCC는 이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다. 

 김옥주 ABCC 한국 총괄은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패스트파이브 홍대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암호화폐 거래소가 위기에 몰린 것은 기본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총괄은 거래소가 지켜야 할 기본으로 '보안'과 '거래'를 제시했다.

 그는 "투자자의 자산을 지켜야 한다는 측면에서 거래소 보안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보안은 거래소의 생명과 마찬가지다. 기술력을 갖췄다고 보안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보안기술 강화를 통해 투자자 보호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 측면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투자자와 암호화폐를 매개하는 '게이트웨이'"라며 "투자자가 모든 암호화폐의 백서를 살펴보거나 기술적 검증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거래소가 책임을 다해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총괄은 "일부 거래소는 단기적 이익에 급급해 블록체인 업체에 막대한 상장비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한 어떠한 검증 없이 상장비만 내면 일사천리로 상장이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단기 이익보다는 투자자가 좀 더 거래소를 믿고 신뢰할 수 있도록 업계의 자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총괄은 변호사로 근무하며 2000년대 초반부터 IT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변호사 시절 자신의 파트너사였던 중국 알리바바의 제의를 받아,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 한국 사업 개발을 담당했던 경력이 있다. 핀테크 기술을 공부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접하며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관심을 이어왔다.

 그가 최근 합류한 ABCC는 올해 4월 28일 출범한 신생 암호화폐 거래소다. 이 회사는 싱가포르 국회의원 출신인 캘빈 쳉(Calvin Cheng)이 설립했으며, 암호화폐 거래를 하면 이용자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마이닝 트레이딩을 지원하는 채굴형 거래소다.

 채굴형 거래소는 암호화폐 시장이 침체되면서 거래량과 수익이 줄어든 업계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초기만 하더라도 거래소 토큰은 거래 수수료를 할인해 주거나 상장투표 시 권한을 주는 제한적인 용도로 사용됐다.

 하지만 거래소 이용자와 이익을 공유하는 모델로 발전하고 있다. 이용자는 암호화폐 거래를 대가로 거래소 토큰을 지급받게 되며, 이 토큰은 보유하고 있으면 배당을 받을 수 있다. 또 토큰은 다른 암호화폐와 마찬가지로 거래할 수 있다.

 채굴형 거래소는 이용자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기존 거래소를 제치고 거래량 기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거래소로는 에프코인, 코인베네, 비트지 등이 있으며, 국내는 코인제스트가 채굴형 거래소다.

 ABCC는 거래량 기준 암호화폐 거래소 순위를 제공하는 코인힐스(7일 오후4시 기준)에서 18위에 올라있다. 출범 4개월 만에 이룬 성과로, ABCC는 전 세계 투자자로부터 기술력과 안정성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자부한다.

 지난 8월 홈페이지 한국어 서비스를 개시하며 본격적인 국내 진출을 알렸다. 이달 모바일 버전 한글 서비스 출시에 이어 조만간 한국어 앱도 출시할 예정이다.

 ABCC는 이용자에게 수수료 비율에 맞춰 거래소 토큰 'AT'를 지급한다. 이들은 거래소 수익의 80%를 이용자에게 돌려주기 때문에 AT를 보유하기만 하고 있어도 수익이 발생한다.

 김 총괄은 "AT를 7일 이상 보유해야 배당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을 ABCC에 장기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이용자로 보고 있다"며 "장기투자자를 운영에 참여시켜 선순환 생태계를 구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괄은 "채굴형 거래소는 투자자에 혜택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블록체인의 기본정신은 모든 참여자와 공유하고 공개하는 기술인데, 이것을 구현할 좋은 방법이 마이닝 트레이딩"이라며 "투자자와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기본 철학이 내재해 있어 업계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초기 채굴형 거래소는 자체 토큰 가격이 급락을 거듭해 중간에 진입한 이용자의 경우 손해를 입어 의혹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더구나 자체 토큰 발행량이 정해져 있어, 채굴이 끝나는 시점에는 이용자가 토큰을 보유할 이유가 사라져 토큰 이코노미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 생겨나기도 했다.

 ABCC는 자체 기술인 'ToM(Trade-to-Mine)'을 이용해 AT의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이용자가 토큰을 보유할 이유를 만들어준다는 계획이다.

 AT는 이더리움 기반 ERC20 토큰으로 발행량이 2억1000만개로 정해져있다. 이 가운데 40%인 8400만개를 ToM기술로 이용자에게 분배하게 된다.

 ToM기술은 비트코인 채굴과 마찬가지로 반감기를 거치며 공급량을 제한하는 기술이다. 비트코인의 경우 채굴난이도를 높여 4년마다 반감기를 갖지만, AT는 120일마다 반감기를 갖는다. 첫 120일 동안 4200만개를 배분하며, 이후 720일까지 총 5번의 반감기를 통해 8400만개 토큰을 이용자에게 나눠준다.

 또한, 토큰을 분배받은 ABCC팀과 투자자는 일정 기간 또한 AT를 팔지 못하도록 '락업(Lock-up)' 기간을 거치도록 했다. ABCC팀은 전체 20%의 물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락업 기간은 3년이다. 투자자는 전체 10%의 물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락업기간은 2년이다.

 이같은 조치는 일시에 많은 토큰이 시장에 풀리면서 가격이 급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책이다. 김 총괄은 "거래소가 토큰을 남발하거나 토큰 발행량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 가격의 급락을 피할 수 없다"며 "AT는 ToM을 통해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AT는 1달러를 기준으로 급등락 없이 안정적인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또한, AT를 활용해 이용자가 보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방침이다. AT는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테더(USDT)로 교환 가능하며, 이를 통해 다른 암호화폐에 투자할 수 있다. 

 최근에는 AT를 보유한 이용자가 투표를 통해 암호화폐 상장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앞으로 AT를 보유한 이용자를 위해 다양한 혜택을 늘려갈 예정이다.

 김 총괄은 "ToM이 ABCC의 최종 목표는 아니다"라면서 "우리의 종착점은 거래소 기본에 충실히 하는 것이다. 이용자가 암호화폐 중개를 믿고 맡길 수 있도록 앞으로 꾸준히 신뢰를 쌓아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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