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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축제 폭력 소극 대응 논란…"경찰 방관에 부상자 속출"

등록 2018.09.11 16: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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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경찰이 퀴어축제 폭력 방관"

축제 당시 경찰 대응 비판 목소리 고조

"부상자 30여명, 실제로는 더 많을 것"

"맞불 집회서 경찰 확성기 사용하기도"

"적극적 조치 취하지 않아 폭력에 노출"

【인천=뉴시스】 이정용 기자 = 8일 오전 인천 동인천역 북광장 일대에서 열린 제1회인천퀴어축제에서 찬반 단체간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2018.09.08.

【인천=뉴시스】 이정용 기자 = 8일 오전 인천 동인천역 북광장 일대에서 열린 제1회인천퀴어축제에서 찬반 단체간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2018.09.08.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최근 '용산참사', '쌍용차 파업' 등에서 과잉 진압으로 공권력을 남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경찰이 이번에는 공권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아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8일 인천 동구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열린 퀴어축제 과정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를 두고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경찰의 대응이 미진했다는 비판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평화로운 집회와 시위를 보장한다고 했던 경찰이 과격한 반대 행동을 충분히 제지하지 않아 물리적 충돌까지 사태가 비화됐다는 취지다.

 11일 복수의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인천 퀴어축제 당시 경찰의 대응에 대해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기독교 단체 등 맞불 집회 참가자들이 신고된 장소를 사실상 점거하고 있었으며, 지속적으로 수위 높은 혐오 발언을 내놓았음에도 경찰이 제지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축제를 사실상 진행할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혜연 인천 퀴어축제 조직위원장은 "반대 측에서 집회 장소를 점유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신고된 공간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라며 "이후 반대 측 행동이 과격해지면서 경찰이 막아섰는데, 오히려 퀴어 축제를 하는 쪽을 둘러싸 고립되면서 생리현상을 해결하거나 음식, 물을 구비할 수도 없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경찰은 계속 집회를 일찍 해산하거나 행진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느냐는 식으로 말을 했다. 깃발을 내리고 행진하라고 하거나, 행진 도중 반대 측에 확성기를 넘겨줬다"라며 "마무리 집회를 할 때에도 폭력에 노출된 상황이었고, 다시 반대 집회 쪽에 확성기를 내주는 일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인천=뉴시스】 이민지 인턴기자 = 3일 오후 인천 동구 송현동 동인천역북광장에 동구 자생단체가 부착한 퀴어문화축제 반대 플래카드가 붙여져 있다. 2018.09.03lmj0922@newsis.com

【인천=뉴시스】 이민지 인턴기자 = 3일 오후 인천 동구 송현동 동인천역북광장에 동구 자생단체가 부착한 퀴어문화축제 반대 플래카드가 붙여져 있다. [email protected]

경찰 등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서는 퀴어축제 주최 측, 연대 단체 관계자 2000여명과 기독교 단체, 보수 성향 단체 회원 등 1000여명 사이에 대립이 벌어졌다. 경찰은 7개 중대 840여명이 배치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맞불 집회 측이 퀴어축제 측을 압박하면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직위 측은 "살점이 떨어져나갈 정도로 물려서 다치거나 할퀸 자국이 심한 사람도 있다"라며 "공식적으로 집계된 부상자만 30여명이고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했다.

 인권단체들은 평화적인 집회·시위를 보장한다는 경찰이 신고된 행사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집회 조기 종결을 권유하거나 맞불 집회 측에 확성기를 내줬던 것 등은 평화 집회를 보장해주는 적절한 관리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인천 퀴어축제 사태와 관련한 성명에서 "경찰은 1000여명의 병력을 투입했으나 평화적으로 집회·시위를 보장해야 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라며 "축제장 곳곳에서 벌어진 폭력에 경찰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고 이어지는 폭행 신고에도 불구하고 출동하지 않았다"라고 제시했다.

 이어 "정당한 절차를 통해 신고한 행진 또한 방해로 인해 계획대로 진행할 수 없었으나 경찰은 적절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라며 "평화적 집회·시위에 참여한 참가자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집회 참가자들에게 행해진 폭력을 방치하고 방관한 경찰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인천=뉴시스】 이민지 인턴기자 = 10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지방경찰청 앞에서 인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가 인천지방경찰청과 동구청을 규탄하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8.09.10. lmj0922@newsis.com

【인천=뉴시스】 이민지 인턴기자 = 10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지방경찰청 앞에서 인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가 인천지방경찰청과 동구청을 규탄하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8.09.10. [email protected]

심기용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참가자들이 6~7시간 고립되거나 폴리스라인 밖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비롯한 시민들이 폭행과 폭언에 노출되는 등 대처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웠다"라며 "경찰은 역부족이었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으로 확성기를 어떻게 해서 맞불 집회 측이 폭언하는 데 쓰게 됐는지, 공식적인 사과를 할지 여부는 아직 지켜봐야할 문제"라고 했다.

 김랑희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는 "퀴어 축제에 반대하는 쪽에서 혐오 행동을 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다"라며 "정상적으로 신고된 집회를 보장할 수 있는 조치가 단호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집회를 방해하러 온 세력과 한편처럼 행동하는 것으로 의심할 법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일선 경찰서나 담당자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문제가 아니다"라며 "평화로운 집회와 시위를 보장한다는 기조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었는지를 경찰에서 밝혀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한편 조직위 측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고 현장 피해 사례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서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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