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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이 동시에 겨냥한 '더블 타깃'…조양호 사법처리 기로

등록 2018.09.13 16: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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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면세품 통행세' 수백억대 횡령·배임 의혹 수사

경찰은 회삿돈으로 자택 경비원들 부린 혐의에 집중

아내, 두 딸까지 포토라인에…한진家 초유 수난시대

구속영장 '기각 릴레이', 조 회장에 또 이어질지 관심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회삿돈으로 자택 경비비용을 충당한 혐의를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12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로 소환되고 있다. 2018.09.12.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회삿돈으로 자택 경비비용을 충당한 혐의를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12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로 소환되고 있다. 2018.09.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예슬 남빛나라 기자 = 사정당국의 수사선상에 동시에 오른 조양호 한진 그룹 회장에 대해 경찰과 검찰 중 어느 쪽에서 먼저 사법처리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9월 회삿돈을 자택 인테리어 공사 비용으로 쓴 혐의로 경찰에 불려나온 조 회장은 올 들어서도 세 번이나 포토라인에 섰다.

 지난 6월28일 수백억원대 조세 포탈 혐의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고, 7월5일에는 구속 여부를 가리는 법원의 영장실질 심사에 나왔으며, 9월12일에는 자택 경비원 용역비를 계열사가 대신 지급하게 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출석했다. 두 가지 수사는 모두 '현재진행형'이다.

 우선 서울남부지검에서 특수수사를 주로 맡고 있는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일)는 조 회장을 둘러싼 수백억대 횡령·배임 의혹 등을 수개월째 들여다보고 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기내 면세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아들과 딸 등 일가가 운영하는 중개업체를 내세워 이른바 '통행세'를 걷는 방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를 받고 있다. 자신의 세 자녀가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주당 10만원 정도로 취득했다가 25만원에 되팔아 약 40억여원의 이득을 본 과정에서 이를 계열사에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조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약사법 위반,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지난 7월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애초 검찰은 수사의 단초가 됐던 수백억대 상속세 탈루 혐의는 공소시효에 관한 법리판단이 복잡해 영장범죄사실에서 일단 제외했다. 영장 기각 당시 검찰은 "이해가 안 된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검찰은 조 회장에 대한 보강수사를 진행하며 영장 재청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르면 10월께 조 회장에 대한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계열사 신고 과정에서 허위자료를 제출한 의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 회장을 고발한 부분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공정위는 한진그룹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공정위에 제출하는 자료에서 총수일가가 소유한 4개 회사와 62명의 친족 정보를 누락한 행위에 대해 동일인인 조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 회장이 누락 행위를 얼마나 인식했는지 고의성 여부를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도 같은 혐의로 1심에서 벌금 1억원을 선고받은 바 있어 검찰은 조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탈세 및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8.06.28.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탈세 및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8.06.28. [email protected]

경찰도 조 회장을 겨눈 수사를 2년째 이어오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해 10월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 대납 의혹을 받고 있는 조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소환했다. 재벌 총수가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것은 2007년 보복폭행 논란에 벌어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이어 10년만이었다.

 경찰은 올해도 조 회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엔 자택 경비원 용역비를 계열사인 정석기업이 대신 지급하게 한 혐의다. 조 회장은 전날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해 11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새벽에 귀가했다. 경찰은 조 회장의 진술 내용과 압수물 분석자료 등을 비교한 뒤 조만간 사법처리에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지난 5월 조 회장의 막내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을 시작으로 한진 오너 일가에 대한 검·경의 수사가 이어지면서 올해는 한진가(家)의 수난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가족이 돌아가며 포토라인에 서긴 했지만 검·경의 영장은 번번이 퇴짜를 맞으면서 수사기관에서 구속을 의미하는 은어인 소위 '골인'은 하지 못했다.

 조 전 전무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이 검찰 단계에서 한 차례 기각됐고, 6억대 밀수혐의를 받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해 관세청이 신청한 영장도 검찰이 반려했다.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두 번의 구속 위기에 처했다. 운전기사와 경비원 등을 상대로 폭언·폭행한 혐의로 경찰이 영장을 신청했고,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법무부 산하 출입국외인청 이민특수조사대가 신청한 구속영장을 서울중앙지검이 검토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역시 법원에서 기각됐다.

 현재 경찰과 검찰이 별건의 사건으로 조 회장을 동시 수사 중인 가운데 구속영장 기각 릴레이가 조 회장에게 다시 적용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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