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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조동진, 1주기 추모공연···나무가 된 행복한 사람

등록 2018.09.16 00:3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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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1주기 추모공연

조동진 1주기 추모공연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포크 대부' 조동진(1947~2017)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나무다. 2016년 내놓은 뒤 유작이 된 정규 6집 제목도 '나무가 되어'다.

15일 오후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펼쳐진 조동진 1주기 추모콘서트 '행복한 사람'의 본격적인 공연 시작 전 음원으로 울려퍼진 '섬 안의 섬' 배경 영상에서도 섬과 나무가 주요 이미지였다.

조동진은 뜨거운 여름의 미열이 남아 있던 작년 8월28일 세상을 떠났다. 가을의 문턱인 같은 해 9월16일 한전아트센터에서 그의 첫 추모 공연이 열렸다.

꼭 1년이 지나 똑같은 가을 문턱에서 열린 고인의 1주기 추모 공연에서 나무는 가을 단풍처럼 여러 색깔을 계속 갈아입었다. 조동진을 따르고 존경한 후배들의 목소리를 빌린 고인의 노래는 가을 나뭇잎처럼 풍성했고 다채로웠다. 

한영애가 허스키한 목소리로 부른 '제비꽃'은 우아했으며, 김현철이 들려준 '흰 눈이 하얗게'는 시적이었다. 김광진의 '작은 배'는 투명했고, 조동희의 '슬픔이 너의 가슴에'는 아련했다.

강승원이 기타만 들고 부른 '나뭇잎 사이로'는 담백했고, 장필순의 '그날은 별들이'는 뭉클했다. 피아니스트 임인건이 피아노로 연주한 '언제나 그 자리에'는 순수했다. 전인권이 부른 '겨울비'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의 절박함 그리고 그곳에서 벗어났을 때의 위로가 느껴졌다.

건반 박용준, 드럼 신석철, 기타 이성열 등 조동진과 옛날부터 세션으로 합을 맞춰온 온 연주자들을 영상 속 조동진이 객석의 관객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작년 9월 조동진이 오를 무대였다가 직전에 그가 세상과 작별하면서 추모공연이 된 '조동진의 꿈의 작업 2017-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가 조동진의 가족이 꾸리는 것 같았다면, 올해 추모공연은 친구·동료가 함께 그의 음악을 기리는 자리였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는 "조동진이라는 음악가가 얼마나 훌륭했는지, 그의 음악이 얼마나 다양한 음악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는지 다시 한 번 되짚어볼 수 있는 소중한 무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는데 현실이 됐다.

[리뷰] 조동진, 1주기 추모공연···나무가 된 행복한 사람 

조동진의 음악활동에 직간접한 뮤지션들은 저마다 고인를 기리고 예를 표했다. 한영애는 무대 뒤 대형 스크린 영상 속 조동진에게 고개 숙여 공손하게 인사했고, 조동진에게 "고맙고 죄송하다"는 장필순은 무릎을 꿇고 노래했다.

김현철은 "'흰 눈이 하얗게' 노랫말에 영향을 받아서 제가 쓴 노래 곳곳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고, 김광진은 "생각이 자유로웠던 분으로 꼰대 기질이 하나도 없었다"면서 “생각이 열려 있어 항상 위안을 받았다"고 했다. 강승원은 "또래 형들 중 가장 잘생기고 멋있었다"고 웃으며 돌아봤다. 전인권은 맨 마지막 가수로 등장에 뮤지션들이 "조동진 형님이 다 하라는 대로 하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날 앙코르 곡은 역시 '행복한 사람'. 전인권이 선창했고, 모든 가수들이 무대 위로 나와 합창했다. "울고 있나요/ 당신은 울고 있나요/ 아아~ 그러나 당신은 행복한 사람/ 아직도 남은 별 찾을 수 있는/ 그렇게 아름다운 두 눈이 있으니." 그렇게 하늘에서 이날 공연을 지켜볼 고인을 비롯 후배들 그리고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 모두 위로를 주고받았다.

김광진이 김현철도 욕심냈던 곡이라고 하면서 공연 중간에 부른 '다시 부르는 노래'도 이날의 또 다른 주제곡이라고 할 법했다. "서러워 말아요 꽃잎이 지는 것을 / 그 향기 하늘 아래 끝없이 흐를 텐데 (···) 부르지 말아요 마지막 노래를 / 마지막 그 순간은 또 다시 시작인데" 하늘에 있는 조동진에게 들릴 법한 노래였다.

진짜 마지막 곡은 영상 속에서 조동진이 찍은 사진들을 배경으로 들려온 '아침이 오고 다시 저물고'. 일상에서 길어 올린 조동진의 감성이 현재를 살아가는 객석으로 번졌다. "그대 떠나고 멀리 떠나고 우리 사랑의 말 한마디 나누는 사이" 조동진을 그리워한 시간만큼 우리는 성장했다. 공연장을 벗어나자 조동진 같은 나무가 하늘 향해 두 팔 벌리고 있었다. 가을밤의 별들은 오선지 위에 음표가 돼 조동진의 노래를 불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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