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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잡식 작가 맥도웰, 체홉부터 봉준호까지···연극 'X'

등록 2018.09.17 16: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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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베스트 앤 퍼스트' 연극 'X' 원작자 알리스테어 맥도월(Alistair McDowall)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 씨어터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베스트 앤 퍼스트' 연극 'X' 원작자 알리스테어 맥도월(Alistair McDowall)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 씨어터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인터넷을 통해 문화 잡식성이 됐다. 듣고 읽은 모든 것이 한꺼번에 나타나게 되니 (일반적인 사상의 흐름인) 사조를 드러내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

30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X'는 '영국 연극의 미래'로 불리는 작가 알리스테어 맥도웰(31)의 작품이다.

명왕성에서 지구와의 송신이 끊겨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 탐사대원들이 고립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초연작을 선보이는 '올해의 아르코 파트너-베스트 앤 퍼스트' 시리즈의 하나다. 극단 작은신화의 최용훈(55) 연출이 고른 작품으로 그가 연출까지 맡았다.

최 연출은 "고립감을 다룬 작품인데 단순하지만 많은 걸 담고 있다"면서 "일그러진 시간과 혼재된 기억을 맞춰가는 퍼즐의 느낌과 묵직한 여운을 전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X'는  SF장르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다. 그러나 맥도웰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사이언스 픽션이라면, 과학이 기반이 돼야 하는데 'X'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대신 체홉의 '벚꽃동산'에서 영향을 받은 'X'는 부유하는 분위기, '율리시스' 등을 쓴 제임스 조이스 소설에 나타나는 '의식의 흐름' 등이 묻어 나 있다. '율리시스' 속 블룸 부부의 이야기는 조이스가 선택하고 나열한 언어를 통해 현존의 문제로 나타나는데 'X' 역시 내용은 다를지라도, 언어의 배열과 조합으로 현존에 대해 고민한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베스트 앤 퍼스트' 연극 'X' 원작자 알리스테어 맥도월(Alistair McDowall)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 씨어터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베스트 앤 퍼스트' 연극 'X' 원작자 알리스테어 맥도월(Alistair McDowall)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 씨어터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어머니에게 이 작품을 헌정한다는 맥도웰은 가족, 즉 집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하우스가 홈이다. 하우스가 물리적인 공간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 홈은 감정적인 공간의 의미도 아우른다.

'X'는 요약하면 멀리 집을 떠나는 이야기인데 그 집은 물리적인 공간뿐 아니라 정신적, 심정적인 상태도 가리키는 것이다. 명왕성에 고립된 이들의 모험담이 아닌 심리극으로 읽히는 이유다.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살던 집을 팔고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것은 감정의 사라짐이기도 했다"면서 "'X' 역시 시간과 공간과 상관없이 어린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을 다뤘다"고 했다.

'X'가 유럽 밖에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두산아트센터에서 맥도웰의 작품 '포모나'가 리딩공연으로 한국 관객을 만난 적이 있지만 맥도웰이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 놀랐다. 세상의 다른 쪽에서 내 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 고맙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영국의 내 집에서 한밤중에 작업한 일이 이렇게 멀고 큰 도시로 데려온 일이 놀랍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베스트 앤 퍼스트' 연극 'X' 원작자 알리스테어 맥도월(Alistair McDowall)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 씨어터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베스트 앤 퍼스트' 연극 'X' 원작자 알리스테어 맥도월(Alistair McDowall)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 씨어터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맥도웰은 2011년 '브릴리언트 어드벤처'로 '브런트우드 프라이즈'를 탄 뒤 영국을 포함한 유럽에서 크게 주목 받는 중이다. '포모나' '캡틴 어메이징' 'X' 등을 통해 평단과 관객의 관심을 동시에 받고 있다.

 맥도웰은 다양한 장르의 문화 콘텐츠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피너츠'로 잘 알려진 찰스 먼로 슐츠, 체홉과 도스토옙스키 등이다. "이 모든 것이 으깨져서 나온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살인의 추억' '설국열차' '옥자' 등으로 '봉준호 장르'를 개척한 봉준호 감독을 좋아한다는 그 역시 특별한 장르로 규정하기 힘들다. "'X'를 비롯해 내 전작들을 보통 '사이언스 픽션'이라고 부르지만 난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다. 우주에 고립됐다는 것으로 인해,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X'는 차라리 테네시 월리엄스의 '유리동물원'에 가깝다."

미국 근현대를 대표하는 희곡 작가인 테네시 윌리엄스의 '유리 동물원'은 미국 경제 대공황시기를 배경으로, 세상의 속도에 발 맞추지 못하고 고립되는 가족의 이야기다. 'X'의 맥락과 맞닿는다.

연극 'X'

연극 'X'

이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관객의 심리와도 연결된다. 맥도웰은 "연극이라는 것은 상상에 기반한 장르"라면서 "배우와 연출과 작가의 상상력뿐만 아니라 관객의 상상력도 기반"이라고 환기했다.

"상상력은 어디든지 갈 수 있는 힘이다. 글쓰기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관객이 가지고 있는 맥박과 연극의 맥박이 일치되게 만드는 것이다. 그 맥박 수를 찾기 위해 연극을 한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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