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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행복기금' 보이스피싱…탈출 시도 조직원엔 끓는 물

등록 2018.09.17 12: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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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대출" 빌미, 312명에게서 68억원 빼돌려

끓는 물 붓고 야구 방망이로 때리며 조직원 협박

'국민행복기금' 보이스피싱…탈출 시도 조직원엔 끓는 물

【서울=뉴시스】남빛나라 기자 = 저금리 대출을 빌미로 312명으로부터 68억원을 빼돌린 보이스피싱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여행사 콜센터 일자리 등을 제안받고 중국으로 간 조직원들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동원돼 끓는 물을 맞는 등 가혹 행위를 당하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보이스피싱 조직 관계자 85명을 검거해 총책 이모(36)씨 등 70명을 범죄단체 등 조직 및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이중 18명이 10대로 확인됐다.

 이들은 중국, 태국, 필리핀에 콜센터를 세워놓고 2015년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국내에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312명으로부터 68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1인당 피해 금액은 최대 6000만원에 달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고객님은 국민행복기금 발급 대상자이십니다. 더 자세한 상담을 원하시면 1번, 차단을 원하시면 2번을 눌러주세요"라는 대량 음성메시지를 발송한 뒤 1번을 택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자들의 연락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불법 거래됐다.

 이들은 "상환능력을 확인해야 한다. 다른 은행에서 일단 대출을 받은 뒤 지정된 계좌로 대출금을 보내면 즉시 저금리 대출을 해주겠다"고 피해자들을 꼬드겼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수집해 신용 정보를 조회하고 대출 심사를 진행하는 등 최소 3명이  역할을 나눠 맡았다.

 조직원 중 일부는 감금 상태에서 맞아가며 보이스피싱 대본을 외우는 등 폭력 행위에 시달렸다. 휴대전화와 여권을 빼앗긴 상태에서 탈출을 시도한 한 조직원은 끓는 물을 뒤집어쓰고 화상을 입기도 했다.

 이들은 가족의 실종 신고를 방지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국내에 전화하게 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조직을 나갔던 구성원이 협박 끝에 다시 가입한 사례도 있었다. 한 차례 조직을 탈퇴했던 A씨는 지난 2016년 5월 모텔로 끌려가 총책 윤모(28)씨로부터 야구방망이로 폭행을 당하며 "가족을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은 끝에 다시 중국으로 가 범행에 가담했다.

 경찰은 지난 1월 중국 내에서 이 같은 범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첩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뒤 태국과 필리핀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경찰 관계자는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를 캐내려 하거나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것을 권유하면서 개인정보를 물어보는 경우 보이스피싱일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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