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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투자자문사 대표 주가조작 수법 공개...시총 적은 바이오株 노린다

등록 2018.09.18 18:5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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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진화...명동사채업자·대포폰 이용은 옛말

저축은행까지 포섭...비트코인·텔레그램 등 이용

【서울=뉴시스】금융위원회·서울남부지방검찰청·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는 18일 서울 여의도 거래소 서울사옥에서 공동으로 '불공정거래 규제기관 합동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번 워크숍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2018.09.18

【서울=뉴시스】금융위원회·서울남부지방검찰청·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는 18일 서울 여의도 거래소 서울사옥에서 공동으로 '불공정거래 규제기관 합동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번 워크숍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2018.09.18

【서울=뉴시스】이진영 기자 = 과거 주가조작에 직접 참여한 전력이 있는 유사투자자문사 대표가 직접 주가 작전에 통용되는 은어와 주작 조작에 가담하는 속칭 선수(꾼)들의 수법을 공개했다.

명동사채업자, 대포폰 등보다는 저축은행, 비트코인, 텔레그램 등을 활용하며 갈수록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또 최근에는 급등락하는 제약·바이오주가 주 공략 대상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유사투자자문사 A 대표는 18일 금융위원회·서울남부지방검찰청·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가 개최한 '불공정거래 규제기관 합동 워크숍'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A 대표는 먼저 시세조정이 이뤄지는 조직에서 통용되는 은어를 소개했다. '주포'는 주가조작 대상 회사와 접촉해 구체적인 이슈를 등을 통해 주가를 총괄하는 기획자를 지칭한다. 이때 주가 조작 대상 상장사는 '쉘'(Shell), 주가 부양을 위한 호재성 공시, 뉴스, 이슈 등은 '펄'(Pearl)이라고 부른다. '모찌'는 주포의 차명계좌다.

'롤링'(Rolling)은 주식을 사고팔면서 거래량을 늘려 주가를 올리는 행위를 말한다. '화가'는 매일의 주식 거래량, 종가 등을 계획하고 개인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등 주가 상승을 유도하는 스케줄을 맡는 이들이다. 

A 대표는 시세조정 등 불공정거래의 주 공략 대상은 대주주 지분이 크고 시가총액 및 유통주식 수가 적은 기업이라고 전했다. 작전 세력들은 특히 30% 정도로 주가를 흔들 수 있을 만큼 유통주식수가 적은 회사, 호재성 재료가 있는 회사를 선호한다. 주식으로 전환가능한 전환사채(CB), 워런트, 저가주 등도 대상이 될 수 있다. A 대표는 또 최근 작전 트렌드에 대해서는 주가 변동성이 큰 제약·바이오 업종을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작전에 가담하는 이유는 보유 주식의 고가 매도를 통한 차익실현이지만 최근에는 이렇게 하는 이들은 줄고 있다고 전했다. 점차 무자본 인수합병(M&A)을 위해 자금조달을 위해 주가 부양을 한 후 고가 매도를 해 인수자금을 상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인수자들이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주식으로 전환해 시장에 전환가 이상으로 매도할 수 있도록 유도해 발행회사의 부채를 줄이는 목적으로도 시세조종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조작 과정도 공개했다. 우선 상장사가 '브로커'를 통해 '선수'를 모집한다. 브로커는 매수에 필요한 계좌를 모집하거나 회사 자금 조달을 중계하는 역할을 한다. 사주의 지인이나 명동사채시장을 통해 브로커를 섭외하는 경우도 있다.

A 대표는 "얼마나 많은 익명의 자금과 계좌를 동원할 수 있는지에 따라 선수의 역량이 판단된다"며 "선수들은 겉으로 볼 때 멀쩡한 회사를 운영하며 자신을 그럴듯하게 포장을 하는 경우가 다수다"라고 말했다. 

작전에 동원되는 연계 기관은 전방위적이라고 A 대표는 폭로했다.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을 끌어들였으며 다수 일임 계좌를 보유한 증권사 직원, 해외 유명인, 해당 업종의 전문가, 유학파, 언론사를 섭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마약, 도박 등을 이용해 공모자를 포섭하는 기상천외한 방법까지 이용됐다. 

A 대표는 "룸사롱 마담, 텐프로, 마약 등을 이용해 자산가인 병원장을 섭외해 인수자금 80억원 정도를 마련하는 사례를 봤다"며 "작전세력의 섭외 방법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라고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명동사채업자보다는 저축은행을 통해 자금조달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은 이 과정에서 챙기는 금리는 연 18%이다.

A 대표는 "거래정지, 주가 하락 등으로 반대매매가 어려울 경우 저축은행이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는데 채권 보존을 위해 유능 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겨 회사를 정상화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불법은 없지만 금융기관의 순기능인지 고찰이 필요하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주가 조작은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고 환기했다. 과거에는 주포 중심의 단일팀을 꾸려 주식통제, 주가 부양을 도모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현재는 다수팀이 다단계 점조직으로 주가 조작이 이뤄진다. 혐의자 간 서로 알지 못하도록 하고, 한번에 여러 종목을 교차 매매 방식으로 시세조정을 해 적발을 피한다는 것이다.

시세조정 자금 규모도 슈팅팀, 거래량팀, 단주매매팀, 프로그램매매팀 등 많은 계좌와 자금을 동원해 대규모로 키워 공략한다고 A 대표는 밝혔다. 서로 간 연락 방법은 과거처럼 대포폰보다는 텔레그램 비밀방, 텔레그램 전화 등을 위해 추적을 피한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세조정 의심을 피하기 위해 다수 종목을 동시에 불공정거래를 한다고도 상기시켰다. 

자금 세탁도 철저히 이뤄진다. 현금으로 세탁해 직접 전달하고,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통한 돈세탁도 성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 단주매매, 엑셀프로그램 등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주가 조작도 성행하고 있다고 A 대표는 말했다. 이 방법은 계좌에 큰돈이 필요 없고 매매 수수료를 넘는 금액 정도만 있으면 돼 자주 활용된다. 이런식으로 거래량을 늘리면 아무것도 모르는 개인 투자자들이 들어와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노성 서울남부지검 검사는 "병원장, 변호사 등 학력, 지위 고하에 상관없이 작전 세력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며 "개인들은 자신들이 걸려들지 않을 것이라고 착각을 하는 경우가 상당해 우려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사회 이슈를 이용한 증시 불공정거래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 서울남부지검 증권·금융 수사부서, 금융감독원,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준법감시협의회 등 총 30여개 기관, 150여명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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