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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인 가수' 있다면 바로 임창정, 쉬워보인다는 것의 어려움

등록 2018.09.2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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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인 가수' 있다면 바로 임창정, 쉬워보인다는 것의 어려움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여유가 생겼다고요? 하하.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세월이 흐르면서 가슴에 무엇인가를 쌓아놓았는데, 그것이 잘 표현될지 모르지만 그냥 끄집어내는 거죠."

가수 겸 배우 임창정(45)이 19일 정규 14집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다'를 발표했다.

동명 타이틀곡은 임창정과 '또 다시 사랑' '내가 저지른 사랑' '그 사람을 아나요' 등 히트곡을 작업한 작곡가 멧돼지가 지었다. 임창정은 힘을 빼고 노랫말을 썼다.

"사랑 누구나 하는 흔하디 흔한 이야기/ 시작의 이유도 헤어짐의 이유도/ 그 땐 모르기에 그저 치열한 날들", 결국 '사랑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소리다. 임창정식으로 표현하면 '치열한 사랑'이 아니고, '현재 진행형의 사랑'도 아니다. "갓 구워낸 빵 같은 것이 아니라 뒤안길에도 만날 수 있는 사랑을 이야기했어요."

'남자들의 마음'을 담은 제목이기도 하다. "주로 남자들은 이별을 겪고 나서, 사랑했던 상대에 대해 미안해해요. 익숙함이라는 것 때문에 상대에게 소홀해지고 색깔이 연해지죠. 근데 그걸 또 여자들은 알아요. 그래서 '나를 사랑하냐'고 반문하게 되고, 변화에 민감한 거죠. 하지만 남자들은 자신의 마음이 똑같다고 생각하고. 이후 놓치고 나서 항상 미안하게 생각하고 ‘하루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적은 없다’고 생각하게 되죠. 그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임창정은 어느덧 연예계 데뷔 30년을 바라보고 있다. 1990년 영화 '남부군'을 통해 배우로 먼저 데뷔한 그는 1995년 1집 '이미 나에게로'를 발표하며 가수로 나섰다. 이런 그에게 최근 아들 또래의 팬들이 생겼다. 자신의 콘서트장에 3대가 함께 와 히트곡 '소주한잔'을 같이 부르는 모습을 봤다.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다'의 편곡을 세련되게 한 이유다. "젊은층도 좋아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번 타이틀곡은 '영'하게 가고 싶었죠."

'달인 가수' 있다면 바로 임창정, 쉬워보인다는 것의 어려움

임창정은 솔직하기로 유명하다. 이번에는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다'를 완창하기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녹음할 때는 마디 등을 끊어서 부르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데, 라이브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불러야 하기 때문이다. "몇년 전에는 됐을 거예요. 어제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완창을 했는데 원래보다 반 키를 낮춰 가능했어요."

다행히 목관리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는 계기가 됐다. "생각을 해보니까 제 나이가 마흔 여섯 살이 됐어요. 그렇게 되는 나이인 거죠.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 절실히 깨달아서 다음 앨범에는 무서워서 제대로 관리해야죠. 하하."

임창정은 중견 중 드물게 음원차트 상위권에 드는 가수다. 새 앨범을 낼 때마다 책임감 또는 압박감이 들 법도 하다. "한 단계만 넘어서면 책임과 압박감이 놓아진다"고 답했다.

"어느 순간 팬들이 지인이 되면서 응원을 주고 받는 관계라기보다는 소주 한잔을 기울이는 사이가 됐죠. 곡을 낼 때마다 그 친구들에게 숙제를 검사 받는 느낌이에요. 제 매장(술집)이 늘어나면서 놀러오는 팬들이 늘었고, 그런 관계가 형성됐죠. 팬들이 놀러오면 앨범 나오기 한달 전부터 데모를 들려줘요. 제 팬이기 때문에 당연히 노래를 좋다고 할 텐데, 그 뻔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그렇게 하죠. 순위 등은 그 이후에요. 물론 1등을 하면 좋겠지만 저는 많이 해봐서요. 동생들, 후배들의 미래가 있고 제가 언제까지 그 자리를 차지할 수는 없거든요."

임창정은 지난해 제주에 새 작업실을 차렸다. 이번 앨범은 이 작업실을 통해 처음 나온 앨범이다. 앨범 작업 때는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그는 전인권, 조용필, 임재범, 김건모 등 자신이 아끼는 선배들처럼 음악을 하고 싶어한다.   "음악으로 말을 한다"는 임창정의 본보기 가수들이다.
'달인 가수' 있다면 바로 임창정, 쉬워보인다는 것의 어려움

  
"저도 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음악이 삶에 배어 있어야죠. 그래야 온몸으로 품어내고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저는 못하는 것이지만 따라는 해보고 싶어요. 그게 제 음악 철학입니다."

나이가 들어 예전만큼 가창력을 뽐내지 못하거나 목소리를 제대로 못 내도 서글프지는 않다. "지금 형태로 지금 목소리 그대로 노래를 하면 된다"는 마음이다.

"다만 콘서트를 하면서 지금처럼 30, 40곡을 같은 키로 완창하지 못하면 아쉬움은 있을 거 같아요. 그래서 이번 콘서트 때부터 마음 먹은 것이 있어요. 엘턴 존처럼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하는 거예요. 제가 코드는 알지만 악보 전체를 볼 수는 없어서 하나둘씩 악보를 통째로 외우고 있어요. 나중에는 기타로도 연주할 겁니다."

요즘 사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는 임창정은 다양한 구상을 하고 있다. 내년부터 후배들을 제작한다. "제가 지금 활동을 시작했으면 임창정이 됐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아마 '노래 잘하는 주방장'이 돼 있겠죠. 오디션에서 100번, 200번 떨어졌을 겁니다. 그래서 저도 저를 믿어준 분들처럼 누군가에게 그 구실을 하고 싶어요. 더 늦으면 감이 떨어질 거 같아요. 제2의 임창정을 만들고 싶죠."

'달인 가수' 있다면 바로 임창정, 쉬워보인다는 것의 어려움

가사 외에 글쓰기에도 재미를 붙인 그는 드라마 시나리오도 쓰고 있다. 지금까지 영화 공동제작 4편에 참여한 그는 내년에 드라마 제작에도 참여한다. 드라마 제작은 처음이다. "최근 출연한 영화가 망해서"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정우성, 고소영 주연 영화 '비트'에서 조연 '환규' 역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던 그는 "영화에서 저를 돌아봐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조단역을 맡고 싶어요"라며 웃었다. "영화배우 임창정을 재편하고 싶은 느낌"이라는 얘기다.

임창정은 이번 앨범 타이틀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다'를 인용, "하루도 일을 사랑하지 않는 적이 없었다"고 했다. "어떤 행복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되요. 더 잘 살고 싶고 더 행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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