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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500일]행색은 '부' 행동은 '청'....중소기업정책 '지원'보다 '육성'에 초점을

등록 2018.09.19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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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당·정 협의 대책마련...실효성 의문

최저임금·근로시간단축에 경영 악화일로

청 단위 조직 한계 못 벗었다는 지적도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17.11.30.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17.11.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공약을 기억하고 이행한 대통령은 몇이나 될까. 포퓰리즘이 만연한 선거철 난국을 떠올린다면 중소기업청을 '부'로 승격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킨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는 모범상이다.

 그런 문재인 정부가 오는 21일 출범 500일을 맞는다. 임기의 3분의 1을 지나는 시점의 평가는 어떨까. 부처로서의 위상정립이라는 성과 이면에는 소득주도 성장을 향해 치닫는 정부를 향한 상반된 평가가 존재한다.

 새 정부 유일의 신생 부처로서 중소벤처기업부는 나름대로의 대책마련에 충실했다는 평가다. 120여일의 공석 끝에 임명된 홍종학 중기부 장관이 선두에 나서 '낙수효과' 지우기에 앞장섰다. 조직은 먹을 것이 귀하던 산업화 시절 고착화 된 '대기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톱니를 굴렸다.

 올 9월까지 중기부는 당·정 협의를 거쳐 3개 대책을 내놨다. 지난 2월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대책'을 필두로 4월에는 '납품단가 현실화 방안'이 마련됐다. 3개월 뒤에는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 생태계 구축방안'도 발표됐다. 이 같은 문제는 모두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한국 재벌(財閥) 사회의 고질병이었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저임금 납품단가 반영 당정협의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04.05.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저임금 납품단가 반영 당정협의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에 주인공이 된 업계로서는 일단 환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실효성. 기술탈취 대책의 핵심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2011년 도입 이후 실제 적용된 사례가 한 건도 없다. 납품단가 현실화 대안으로 제시된 '공공부문 입찰제한' 역시 비슷하다. 단가 인상의 여파를 고스란히 받는 뿌리산업 관계자는 "도대체 공공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기업들은 어떤식으로 제재할 수 있는가. 위반시 신고하는 중소업체들의 익명성이 과연 보장될 것인가. 결국 기존과 달라질만한 대책으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일련의 대책들이 유효한가에 대한 여지는 남아있지만, 인색한 평가는 섣부르다는 시선도 있다. 중기청은 오랜시간 산업부 외청으로 존재했다. 심지어 1996년 이전에는 산업부의 중소기업국이었다. 청 단위 조직이 전문 인력의 보강없이 부처업무를 원활히 처리하는 하길 바라는 것은 무리다. 대·중소기업 구분없이 산업 정책을 집행해온 과거를 지우고, 중소기업만을 위한 조직으로서 시작부터 만사형통을 바라는 것은 성급하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중기부의 정책 기능상 문제는 이미 예고된 것이라는 의미다. 중소기업 관련 조직만 떼어낼 경우 정책 기능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던 산업부의 입장은 어느정도 맞아 떨어졌다. 중기부는 중소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보다 '일방적 지원'에 집중했던 청 시절의 기조를 유지했다. 대표적인 예가 '생계형적합업종' 특별법이다.

 오는 12월13일 시행을 앞둔 이 제도는 생계를 소상공인들의 사회안전망을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달리 강제성을 가진다. 벌금과 이행강제금 부과에 이어 제도는 품목으로 지정되면 5년씩 무기한 연장을 허용한다. 사실상 특정 산업군을 중소기업에게만 허락하는 것이다.

 제도는 각계에 불협화음을 만들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어느 축에도 끼지 못하는 중견기업들은 시장이 막혀 존폐에 섰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계는 신청단체 기준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제도와 직결되는 소상공인들은 "신청요건이 너무 낮아 정작 소상공인들은 혜택을 보지 못한다. 기대와 동떨어졌다"고 평가했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언제까지 지원책으로 중소기업을 살릴 수 있단 말인가.이 같은 제도는 산업 자체의 쇠퇴를 야기할 수도 있다. 부처는 지원보다는 '육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임금이다. 중소기업들은 2년 간 29% 상승을 기록한 최저임금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앞선 문제들이 사후 효과에 대한 우려라면, 임금인상은 기업들의 생사와 직결된다. 줄도산이 더 이상 남일이 아닌 상황에 이른 것이다. 실제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내수부진에 치솟은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폐업을 선택하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시화·반월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한 밀집지역에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여기에 '근로시간 단축'이 더해지며 상황은 악화일로다. 하도급 업체가 대부분인 중소업체들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납기 경쟁력' 마저 상실하게 됐다.

 생계를 위해 거리를 활보하던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 규탄' 피켓을 들고 광화문 광장으로 나왔다. 지난달 29일 8000여명의 소상공인들은 빗길을 뚫고 청와대 사랑채까지 행군하기도 했다. 5인 미만 사업장만이라도 최저임금을 차동 적용해달라는 소상공인 측은 "중기부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심지어 장관님은 이날 제주도에 가 계셨다. 우리는 애비없는 자식"이라고 토로했다.

 현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평가는 그 어느 때보다 '소통'으로 판가름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업계의 요구를 조화롭게 수용해나가길 조언한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29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8.29 소상공인 총궐기, 최저임금 제도 개선 촉구 국민대회’에서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 공동대표인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이 대회사를 통해 제시한 ‘소상공인 현안 해결을 위한 3대 원칙’과 ‘5대 요구사항’에 대해 구체적인 수용 계획을 밝힐 것을 정부 당국에 촉구했다. 2018.09.03. (사진=소상공인연합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29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8.29 소상공인 총궐기, 최저임금 제도 개선 촉구 국민대회’에서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 공동대표인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이 대회사를 통해 제시한 ‘소상공인 현안 해결을 위한 3대 원칙’과 ‘5대 요구사항’에 대해 구체적인 수용 계획을 밝힐 것을 정부 당국에 촉구했다. 2018.09.03. (사진=소상공인연합회 제공) [email protected]


 전직 중기부 산하 기관장을 역임했던 한 교수는 "현 시점에서 정부 정책은 정교하지 못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중소기업으로 볼 때는 어리석은 것"이라며 "시장에만 기울어진 운동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정책에도 기울어진 운동장이 있다. 이번 정부에서는 중소기업계로 기울 줄 알았는데 오히려 대기업과 노동쪽으로 기울기가 세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 공감하듯이 업계에서도 정부의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도 과속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나. 속도조절이 없었던 것이 문제"라며 "업계에서 제시하는 방안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조선·기계 등 구조조정 업종에 대해서라도 유예를 허용하는 등 디테일 한 부분에 집중해 기업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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