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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물꼬, 금융서 틔워야⑥]생산적 금융으로 혁신성장 지원한다는데…자본시장 바뀔까

등록 2018.09.20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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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대비 모험자본시장 규모 세계 5위권…양적 성장은 충족

벤처펀트 출자액 중 정책자금 40% 육박…성장단계 후기에 집중

모험자본 회수시장 확대해야…IPOM&A 규제개선 필요

[혁신의 물꼬, 금융서 틔워야⑥]생산적 금융으로 혁신성장 지원한다는데…자본시장 바뀔까


 지난 6일 창사 17주년을 맞은 공감언론 뉴시스는 '파괴적 혁신'만이 위기의 한국호를 구해낼 화두라는 판단 아래 '혁신 없이 미래 없다는' 기획 시리즈를 한 달간 연재한다. 미국과 중국, 독일은 어떻게 규제를 혁파하고 금융의 물꼬를 돌려 벤처에 자양분을 주고 산업을 키우는지 살펴보고, 작금의 복합위기를 헤치고 한국호가 나아가야 할 길을 집중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① 복합위기 한국경제호(號)…왜 '파괴적 혁신'인가
② 산업정책의 틀, 다시 짜자
③승부처는 첨단 제조업
④ 규제혁파, 이해관계를 돌파해야
⑤ 벤처혁신, 게임산업처럼
 ▶⑥ 혁신의 물꼬, 금융서 틔워야
⑦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 구축에 미래 달려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을 위한 금융정책은 '중소기업 성장동력화' 정책에 집중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소·벤처기업을 혁신성장의 핵심으로 삼고 이 과정에서 금융의 지원 역할을 강화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1월 2일 혁신성장 추진전략의 하나로 발표한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이 대표적이다. 혁신적 중소·벤처기업으로 자금공급을 확대하는 양적 정책과 벤처투자에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으로 크게 나뉜다.

구체적으로 향후 3년간 10조원 규모의 혁신모험펀드 조성, 벤처확인제도의 개편, 사내·분사창업 활성화, 각종 세제지원 등의 대책이 포함됐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핵심 과제로 생산적 금융이 부상했다. 부동산담보대출이나 가계대출 등 손쉬운 영업에만 주력한 금융회사들의 영업방식을 손질해 돈이 혁신형 창업기업(스타트업) 등의 모험자본시장으로 흘러가게 해야 한다는 전략이다.

모험자본시장은 '창업-성장-성숙-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기업 성장단계별 특성 및 시장구조에 부합하는 투자자본 즉, 모험자본이 거래되는 시장을 의미한다. 크라우드펀딩, 액셀러레이터, 엔젤, 벤처캐피탈(VC), PE(Private Equity) 등이 핵심 주체다.

우리나라 모험자본시장은 적어도 양적인 규모면에서는 여느 나라 못지않다.

1980년대 이후 정부의 주도 하에 꾸준히 발전했는데 1996년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정 이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분석한 결과 2015년 기준 명목 GDP 대비 모험자본시장의 규모는 약 0.8% 수준으로 전 세계 5위에 해당한다.

이중 벤처투자(벤처캐피탈 신규투자) 규모만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해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한국경제연구원이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중소벤처기업부의 자료를 인용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벤처투자 규모는 2조380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7% 증가했다. 

신규 벤처펀드 조성액은 2016년에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섰으며 1년 만에 또다시 4조원을 돌파한 4조4430억원으로, 2016년 대비 28.3% 불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의 제도적인 틀 내에서 이들 시장이 형성되고 있어 민간 중심의 모험자본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모험자본시장은 전통적인 모험자본인 벤처캐피탈과 PEF를 중심으로 발전해 아직 크라우드펀딩, 액셀러레이터, 엔젤 등 창업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모험자본시장의 발전은 더딘 상황이기도 하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벤처펀드 출자액 중 정책자금 비중은 40%(2017년, 39.6%)에 육박하나 미국의 경우 정책 자금 비중은 12%(2015년)에 불과하다.

또 지난해 국내 벤처기업 중 벤처캐피탈과 같은 벤처투자기관의 투자를 받은 벤처투자기업은 3.7%에 그친 반면, 보증이나 대출관련 기술보증기금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확인을 받은 기업은 약 90%를 차지했다.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 역시 보증이나 대출관련 자금이 대부분이다.

벤처기업 중 업력이 3년 이하인 기업은 6%에 그쳤고, 성장단계 역시 초기성장(28.9%)이나 고도성장기(46.9%)에 속한 기업이 벤처기업의 주류였다.

전문가들은 혁신적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위한 자금공급과 금융시장의 양적·질적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혁신성장을 위해 모험자본의 선순환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데 공감했다. 혁신형 창업기업에 투자한 만큼 회수가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민간자금의 유입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국내의 경우 벤처투자에 대한 자금회수가 경제규모 대비 매우 낮은 편이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벤처투자 회수금액은 1조315억원으로 GDP 대비 0.06%에 그쳤다. 미국의 회수시장은 GDP 대비 약 0.29%다.

지난해는 더욱 줄었다. 2017년 IPO, 주식매각 등을 통해 회수한 금액은 9251억원으로 10.3% 감소했다.

벤처기업의 펀더멘틀(경쟁력)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있다. 투자 급증세에도 경쟁력 향상이 뚜렷하지 않아서다.

중소기업벤처부가 내놓은 벤처기업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벤처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010년 22.4%를 기록한 후 하락세다. 2016년에는 전년 대비 0.7%포인트 떨어진 7.9%를 기록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014년 5.8%를 기록한 후 2년 연속 하락해 2016년에는 4.4%에 그쳤다. 이와 반대로 해당 기간 대기업, 중소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상승했다.

김종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모험자본 공급 측면에서는 혁신형 창업기업에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 엔젤, 벤처캐피탈 등 혁신형 창업기업 선별 및 지원 능력을 구비한 다양한 유형의 민간 전문투자자를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며 "민간 위탁운용 방식의 정부 벤처캐피탈 프로그램 도입, 크라우드펀딩 및 사모펀드를 활용한 자금조달 활성화, 증권회사의 혁신형 창업기업 관련 리서치 역량 강화 등이 과제"라고 짚었다.

이어 "모험자본 회수 측면에서는 기업공개(IPO) 및 인수합병(M&A) 관련 규제개선, 증권회사의 비상장주식 장외거래 중개기능 강화, 장외 유통시장 규제체계 정비 등이 필요하다"며 "정부 정책자금이 과잉 공급돼 민간투자를 구축하지 않도록 집행 및 운용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태규 한경연 연구위원도 "M&A 부진은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있어 고질적인 취약점이므로 빠른 시일 내에 개선되기 어렵다"며 "꾸준한 정책적 노력을 통해 성공사례를 만들고 M&A 활성화에 장애가 되는 대기업 규제에 대한 정책전환을 전향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힘주었다.

이어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유동성 유입이 지속될 경우 거품을 형성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좀비기업 양산을 막고 효과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 정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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