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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물꼬, 금융서 틔워야⑥]창업·벤처기업으로 자금 흐르게…과제는

등록 2018.09.20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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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차 금융지원 절실...초기·중기에 몰린 자금 지원

자금 회수도 문제...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규제완화, 생산적 금융 위한 전제 조건"

[혁신의 물꼬, 금융서 틔워야⑥]창업·벤처기업으로 자금 흐르게…과제는

지난 6일 창사 17주년을 맞은 공감언론 뉴시스는 '파괴적 혁신'만이 위기의 한국호를 구해낼 화두라는 판단 아래 '혁신 없이 미래 없다는' 기획 시리즈를 한 달간 연재한다. 미국과 중국, 독일은 어떻게 규제를 혁파하고 금융의 물꼬를 돌려 벤처에 자양분을 주고 산업을 키우는지 살펴보고, 작금의 복합위기를 헤치고 한국호가 나아가야 할 길을 집중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① 복합위기 한국경제호(號)…왜 '파괴적 혁신'인가
② 산업정책의 틀, 다시 짜자
③승부처는 첨단 제조업
④ 규제혁파, 이해관계를 돌파해야
⑤ 벤처혁신, 게임산업처럼
 ▶⑥ 혁신의 물꼬, 금융서 튀워야
⑦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 구축에 미래 달려

【서울=뉴시스】이종희 기자 =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비약적 성장을 이룬 혁신 기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은 한 나라의 벤처 산업을 살펴볼 수 있는 지표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초라하자. 글로벌 전체 유니콘 기업 236여개 가운데 3곳만 이름을 올렸다. 반면 미국은 116개, 중국은 64개에 달한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유니콘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벤처가 떠오르지 않는다"며 "여전히 한국에서 벤처는 말그대로 모험"이라고 자조했다.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이 지지부진한 이유로 여전히 부족한 금융 지원을 꼽는다. 스타트업이 자라날 수 있는 토대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한국의 벤처 투자 규모는 아직까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벤처투자 금액은 850억달러로 전체 은행권 대출의 3.67% 정도를 차지한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2조2300억원으로 전체 대출 잔액의 0.28%다.

 우리나라의 경우 1개 기업당 공급되는 투자금이 평균 17억원으로 미국의 11%, 중국의 7.5% 수준이며, 벤처 투자에서 민간자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미국과 유럽은 각각 88%, 79%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지난해 국내 벤처캐피탈(VC)의 신규조성 펀드에서 민간자금 비중이 46%에 그칠 정도로 낮다.

 비상장기업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유니콘 탄생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지난해 상장기업이 자본시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약 42조원에 달한 반면 비상장기업의 직접금융 조달 자금은 67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선진국 중심으로 벤처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 자본시장의 역량은 아직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며 "점차 개선되고는 있지만 금융을 통한 성과는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7년차 금융지원 절실...초기·중기에 몰린 자금 지원

 정부가 벤처·창업 금융 지원에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창업 혁신기업에 자금을 지원할 혁신성잔펀드는 목표 금액을 뛰어넘어 3조700억원이 모집됐다. 또한,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이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등에 4년간 20조원의 대출자금 공급을 추진한다

 이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신규 벤처투자액은 1조6149억원을 기록했다. 한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정부의 자금 지원이 몰리면서 민간투자 규모도 늘어나고 있다. 유동성이 넘쳐난다는 지적도 나온다"며 "투자업계에서는 정책 자금만 먹고 사는 '좀비기업'이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중에 자금은 넘쳐나는데 벤처업계는 돈이 돌고 있지 않다고 아우성이다. 특히, 3~7년자 '죽음의 골짜기(데스벨리)'를 넘어선 스타트업들은 정책 자금 지원에 불리한 처지다.

 중소기업벤처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투자를 받은 벤처기업 전체 342곳 가운데 7년을 초과한 기업은 81곳으로 나타났다. 전체 투자기업 중 30%도 못미치는 수치다. 그만큼 돈이 신생기업으로 몰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청년 창업이 강조되자, 초기 신생기업에 대한 정책 자금은 몰리는 반면에 어려움을 딪고 자라난 7년차 이상 기업은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한 벤처업계 대표는 "벤처 지원 정책에 있어 초기·중기 투자 지원이 강조되면서 몰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7년차 이상 벤처에 대한 단계별 성장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자금 회수도 문제...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한국은 전 세계 스타트업 엑시트(Exit) 순위에서 순위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스타트업 엑시트란 투자자가 투자한 자금을 다시 회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6년 국가별 스타트업 엑시트 순위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40개국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미국은 1600건 이상으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국(11위), 싱가포르(15위), 일본(18위) 등도 30위권에 안착했다.

 자금 회수는 '투자→성장→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중요한 연결고리다. 정책 자금을 지원하는데 실패가 거듭된다면,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민간자금의 경우 벤처투자사들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경향이 있다.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 자금 회수가 이뤄지면서, 자본 시장의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자금 회수가 벤처 투자에 대한 성과지표처럼 활용해서는 안된다. 모험 자본은 그만의 역할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동안 미진한 부분이 있던 만큼 벤처 투자의 선순환을 위해 자금 회수 부분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규제완화, 생산적 금융위한 전제 조건"

 자금 지원도 중요하지만, 투자보다 창업이 먼저라는 지적도 나온다. 창업을 위해 풀어야할 규제는 여전한 데,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만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금융자금 지원도 중요하지만, 스타트업이 다양한 산업에서 자라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문제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통해 사전규제보다 사후규제를 통해 창업의 맥을 틔워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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