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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고통인 사람들'…임금체불 피해자 21만명 육박

등록 2018.09.24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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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말 기준 체불액 9992억원…작년 같은기간 보다 노동자 9%·체불액 28.5%↑

'추석이 고통인 사람들'…임금체불 피해자 21만명 육박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공장을 처분해 월급을 주겠다는 사장님의 약속을 믿고 1년 넘게 일을 했지만 결국 임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결혼생활까지 파탄 났습니다. 추석에 가족들 볼 자신이 없네요."

 경기도 평택의 한 전자기기 생산회사에서 일하다 수 개월치 월급을 받지 못해 관할 노동지청에 진정을 내고 사측과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밝힌 한 노동자의 말이다.

 2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임금을 받지 못해 고통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20만7159명에 달한다. 체불액은 9992억원이다. 이들에겐 추석 연휴가 오히려 고통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임금 체불을 당한 노동자는 9%, 피해액은 28.5% 늘어났다.

 임금을 받지 못했음에도 불이익을 고려해 신고를 꺼리는 노동자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실제 체불임금으로 고통받는 노동자 숫자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업종별 체불액을 살펴보면 제조업(4158억원)이 가장 많았으며, 건설업(1767억원),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1252억원)이 뒤를 이었다.

 규모별로는 5인 미만 사업장이 2830억원, 5~29인 사업장이 3779억원으로 소규모 사업장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30~99인 사업장은 1778억원, 100~299인 사업장은 687억원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2146억원으로 체불액이 가장 많았으며, 뒤를 이어 서울(1939억원), 광주(893억원), 경남(693억원), 부산(549억원), 경북(529억원) 순이었다.

 강원 건설노조는 지난 20일부터 추석 연휴 귀향 준비가 아닌 강원 평창군 평창조직위 사무소 앞에서 천막 농성을 준비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대회과 패럴림픽대회가 폐막한 지 반년이 훌쩍 지나가고 있음에도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건설노조 관계자는 "새벽잠 떨치고 성공적인 올림픽을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경기장, 도로, 올림픽 지원시설을 건설했는데 노동자들은 아직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임금체불이 우리 사회에서 고착화되고 있는 것 같다"며 "근로의 대가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임금을 받지 못한다면 근로자의 가계에 주는 충격은 물론이고 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임금 체불이 늘어난 게 경기침체와 함께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반영된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송언석 의원 "경기침체 여파로 제조업과 건설업 부진이 장기화되고 최저임금 급등으로 영세사업주들의 지불능력이 하락해 체불임금이 증가하고 있다"며 "근로자와 가족들을 피폐하게 만드는 임금체불업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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