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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빠진 IPO]상장 철회 잇따라…증시부진·회계감리 '복병'

등록 2018.09.2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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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게임즈 상장 철회..2조원대 현대오일뱅크는 '안갯속'

공모 및 심사철회 기업 10社, 공모기업수는 작년 웃돌듯

[힘빠진 IPO]상장 철회 잇따라…증시부진·회계감리 '복병'

【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대어(大漁)가 실종되며 때이른 찬바람이 불고 있다. 카카오게임즈가 코스닥 상장을 철회했고 예상 시가총액 2조원대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신흥국 위기 등 불확실한 대외 여건으로 증시가 횡보하며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는 데다 회계 감리 이슈까지 발목을 잡은 탓이다. 하반기 공모시장엔 그야말로 '빨간불'이 켜졌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을 기준으로 코스피 일반기업 신규상장은 4개, 코스닥은 41개로 집계됐다. 공모규모는 코스피가 5491억원, 코스닥이 1조35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공모규모 4조4484억원(8건), 3조5258억원(73개)의 각각 12.3%, 28%에 그친다. 

대어급 기업이 사라진 영향이 크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넷마블게임즈, ING생명이 공모규모만 1조원을 넘어 전체 공모시장을 견인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던 SK루브리컨츠가 상장을 철회했고 이달 들어 카카오게임즈까지 물러서며 전체 공모시장의 축소가 나타났다.

공모규모가 1조원을 초과하는 기업은 현재까지 제로다. 올해 공모규모가 가장 큰 기업은 애경산업으로 1979억원에 불과하고 티웨이항공(1920억원), 롯데정보통신(1277억원), 우진아이엔에스(315억원)에 순이다. 코스닥 역시 공모규모가 10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나마 JTC가 89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아이큐어 780억원, 카페24 513억원 순이다.

다만 상장 승인 후 공모를 진행 중인 기업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을 포함하면 공모기업 숫자는 지난해 수준을 웃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코스닥은 스팩을 제외하고 85개사가 상장할 예정으로 2005년 거래소 통합 이후 13년래 최대치 달성할 전망이다.

◇SK루브리컨츠, 카카오게임즈 상장 철회...심사 철회 기업까지 10개 

연초 IPO시장은 공모건수와 공모 금액이 최고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정부가 발표한 '코스닥 활성화 방안'에 코스닥 상장 요건의 전면 개편안이 담긴데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들의 상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대어급 기업들의 연내 상장 소식도 훈풍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4월에는 '코스닥 벤처펀드'가 출범하며 신주 투자 경쟁을 야기하기도 했다. 

문제는 하반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공모 철회와 심사 철회 기업은 10개에 달한다. 이례적으로 상반기 SK루브리컨츠에 이어 9월에는 에이치디씨아이서비스와 카카오게임즈도 연내 상장을 접었다. 7개 기업 중 에코프로비엠이 심사 미승인으로 상장을 철회한 것을 빼면 6개 기업은 승인을 받고도 철회했다.

이지훈 SK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공모시장은 코스닥 벤처펀드 신규 자금 유입 둔화, 공모가 고평가 논란 및 신규상장 이후 수익률 부진, 대내외적 악재 속 가라앉은 증시 분위기 등으로 인해 탄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선 미중 무역분쟁과 신흥국 금융 위기 우려 등 전반적인 증시 침체 분위기가 IPO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신규 상장 기업들의 공모가 고평가 논란과 함께 상장 후 수익률 관리 측면에서도 보수적인 수요예측 참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근 상장을 철회한 HDC아이서비스는 기관 투자자의 수요예측 결과가 공모가 밴드 하단에 못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올해 상반기에는 총 5조원 규모 기대주로 꼽혔던 SK루브리컨츠 역시 지난 4월 기관 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후 상장을 보름 앞두고 돌연 코스피 입성을 포기했다. 시장에서는 공모가가 고평가됐다고 판단,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다.

 일부 기업의 흥행 실패 및 수익률 부진도 IPO시장에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올해 상반기 애경산업에 이어 하반기 롯데정보통신, 티웨이항공 등도 기관 참여가 부진했다. 특히 티웨이항공은 밴드 하단을 밑도는 가격에도 상장을 진행한 뒤 주가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힘빠진 IPO]상장 철회 잇따라…증시부진·회계감리 '복병'

◇코스닥 기대주, 카카오게임즈 회계 감리에 '발목'

제약·바이오 업종의 연구개발비의 자산 평가 논란에서 시작된 회계 감리 이슈도 IPO 시장의 복병이다. 연구개발비의 비중이 높거나 자회사 지분의 변동이 있을 경우 테마성 이슈가 있는 기업의 회계 감리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18일 코스닥 상장을 취소, 내년을 목표로 기업 공개를 재추진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한공회의 감리 과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5개 게임개발사 지분 가치 평가 문제가주효한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한공회 위탁감리위원회는 카카오게임즈가 보유한 게임개발사에 대한 지분 가치 반영 내역과 산정 기준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고 이에 대한 소명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관련 내용을 소명하지 못하면 회계기준원 질의를 통해 회계처리기준 위반 여부를 가릴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코스피 시장의 최대 관심사인 현대오일뱅크의 상장도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금융감독원의 회계 감리 절차를 밟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대오일뱅크가 지분 60%를 보유한 합작 투자사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변경해 회계와 재무제표를 수정했다. 현대오일뱅크는 8월 중순 상장예심을 통과한 후 8월 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두 달 가까이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 갯수도 중요하지만 하반기 IPO시장은 대어가 없다. 공모 금액이 얼마나 될 지 모를 정도로 쪼그라들 것 같다"며 "시장이 불확실한 이유도 있고, 감리가 강화된 측면도 있다. 한쪽에선 상장을 활성화한다고 하고, 한쪽에서 회계 감리로 발목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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