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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포 거두자는 남북, 군축까지 의제 확장하나

등록 2018.09.21 10: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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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L·NLL 일대 상호 전쟁 위협 억제…전쟁 없는 한반도 큰 걸음

군사공동위원회, 전쟁 억제 실질적 협의…군축방안 논의 기대

【평양=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한 후 악수하고 있다. 2018.09.19.photo@newsis.com

【평양=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한 후 악수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오종택 기자 = 남과 북이 18~20일 평양에서 열린 3차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군사분야 합의서'는 그간 문서로만 존재했던 정전협정이나 상호 불가침 선언의 실질적 이행 계획을 담고 있다.

 남북이 통큰 결단으로 이번 합의서에 담은 계획을 성실히 이행한다면 전쟁 없는 한반도,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앞당길 것이란 기대감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박3일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가진 남북정상회담 대국민 보고에서 "이번 회담에서 남북관계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결실은 군사 분야 합의"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면 남북은 우리의 수도권을 겨냥하는 장사정포와 같은 상호 간 위협적인 군사 무기와 병력을 감축하는 논의로 나아갈 수 있을 것"며 "남북 간에 있어 정전협정 이후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을 종전하고 더 나아가 미래의 전쟁 가능성까지 원천적으로 없애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은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임석한 가운데 상호 군사적 긴장을 억제하고, 전쟁위협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와 이행계획이 담긴 합의서에 서명했다.

 두 정상의 만남에 가려졌지만 남과 북이 둘로 갈라져 총칼을 겨눈 이래 국방수장이 실질적인 군사 조치에  합의한 역사적인 장면이다.

 합의서는 육해공 모든 공간에서의 적대행위 금지를 위한 완충구역 설정하고, 비무장지대(DMZ)의 실질적 비무장화와 평화적 이용, 서해 평화수역 조성 등의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담고 있다.

【서울=뉴시스】남북은 서해 남측 덕적도~북측 초도 약 135㎞, 동해 남측 속초~북측 통천 약 80㎞ 해역을 완충수역으로 설정하기로 했다. 이 지역에서는 포병·함포 사격과 해상기동훈련 등이 중지된다. (그래픽=안지혜 기자)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남북은 서해 남측 덕적도~북측 초도 약 135㎞, 동해 남측 속초~북측 통천 약 80㎞ 해역을 완충수역으로 설정하기로 했다. 이 지역에서는 포병·함포 사격과 해상기동훈련 등이 중지된다. (그래픽=안지혜 기자)[email protected]


 남과 북이 마주하고 있는 군사분계선(MDL)과 북방한계선(NLL) 일대는 지구상에서 가장 군사력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정전협정 이후로도 꾸준히 무력 충돌 가능성이 상존해 있었다.

 남북은 1953년 7월 정전협정을 체결한 뒤 MDL 일대에 군 병력과 장비를 꾸준히 배치해 왔다. MDL 설정 이후 한반도의 허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군사력이 밀집한 화약고가 됐다.

 국방부가 발간한 2016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군은 육군 전력의 70%를 평원선 이남에 배치했다. 군사분계선 가까이 배치된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는 한강 이북의 모든 지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NLL 북쪽 황해도 해안과 섬에는 122㎜ 방사포를 비롯한 포병과 특수전부대 등이 집중적으로 배치돼 서해 5도를 겨냥하고 있다.

 북한 해군은 전체 함정의 60%인 480여척을, 공군은 전투기 전력의 40%인 320여대를 MDL 가까이 전진 배치했다.

 우리 군도 육군 1·3군사령부를 MDL 가까이 주둔시켰다. 북한 장사정포 위협에 대응해 155㎜ K-9 자주포, 다연장로켓포(MLRS) 천무를 서해 5대와 MDL 부근에 집중 포진했다.

 이렇듯 언제든 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는 MDL 일대에서 남북이 지상·해상·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의 적대 행위 일체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것은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현저하게 낮춰 종전선언에 가까운 합의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파주=뉴시스】 K-9 자주포.

【파주=뉴시스】 K-9 자주포.


 국방부는 "남북 간 첨예한 대결 상태에 따른 군사적 긴장 고조 상황을 상호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안정적 상황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면서 "과거와 같은 군사적 긴장 및 위협 상황이 반복적으로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남북 군사 당국의 진정성있는 노력을 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판문점선언에 따른 군사적 신뢰 구축에 이어 군사분야 합의서 이행으로 병력과 장비, 무기, 시설 등 실질적인 군 전력의 재배치와 통제를 의미하는 다음 단계의 군축에 돌입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남북이 구성해 운영하기로 한 '군사공동위원회'는 합의서의 이행실태를 점검하고,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상시적 소통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한다.

 남북 고위급 장성이 공동 대표를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군사공동위는 그 동안의 장성급 또는 실무진급 군사회담과는 성격을 달리 한다.

 남북이 서로를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과 무력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 차단 및 항행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행위 중지 문제 등에 대해 실질적인 협의를 하게 된다. 전쟁위험의 실질적 해소를 위한 군축방안에 대한 양측의 의견교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60여 차례 군사당국 회담이 있었는데 이는 군사공동위원회와는 완전히 다르다"며 "회담은 협상을 위한 단계지만 공동위는 공동목표를 가지고 이행해나가는 이행주체가 되기 때문에 진일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군사공동위원회는 이번 합의서에서 마무리되지 못한 사항들뿐 아니라 향후 발생 가능한 남북간 군사문제와 단계적인 군축문제까지 의제를 확장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번 합의의 확실한 이행과 지속을 위해서라도 군사공동위원회 구성 운영이 최우선 선결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주=뉴시스】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파주=뉴시스】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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