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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추석도 최대 명절?…"하루 성묘하고 쉬는 단순 휴일"

등록 2018.09.23 08: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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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연휴 기간 민족대이동…북한에선 위상 달라

"명절이라기보다 조상에 예 갖추고 하루 쉬는 휴일"

北 내에서도 추석 문화 차이…일가친척보단 가족끼리

추석 음식은 햅쌀로, 차례상에 '콩' 올리지 않는 곳도

성묘가 거의 전부…"당일 오후부터 장마당 나가기도"

【파주=뉴시스】전진환 기자 = 2018 북한이탈주민 합동차례가 열린 18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북이탈주민들이 북녁을 향해 절을 하고 있다. 2018.09.18. amin2@newsis.com

【파주=뉴시스】전진환 기자 = 2018 북한이탈주민 합동차례가 열린 18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북이탈주민들이 북녁을 향해 절을 하고 있다. 2018.09.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으로 인해 이번 한가위 가족과 친지들 자리에서도 남북 관계가 주요 화제가 되는 분위기다. 북한에서는 과연 추석 명절을 어떻게 보내는지도 관심사 중 하나다.

 북한에서 한가위의 위상은 한국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공식 명절로 지정돼 있기는 하지만, 실상 주민들은 하루 성묘를 하는 일반적인 휴일 정도로 여길 뿐이라고 한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국경일과 민속명절, 국내 기념일, 국제 기념일 등을 통칭해 명절로 구분한다. 이 가운데 민속명절은 구정과 정월대보름, 한가위, 한식 등이다.

 북한에서 민속명절은 지난 1967년 '봉건 잔재를 뿌리 뽑아야 한다'면서 신정을 제외하고는 모두 철폐됐었다. 그러다가 1972년 한가위부터 성묘를 허용했으며 1988년 추석, 1989년 구정과 한식, 단오 등이 '복권'됐다.

 북한에서 상당 기간 거주했던 주민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한가위는 현지에서 단순히 달력에 있는 '빨간 날'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다.

 물론 성묘를 가거나 차례상을 차리기는 하지만 일가친척이 모여 여러 날 담소를 나누는 풍경이 연출되지는 않는 편이다.

 북한의 성묘는 준비한 음식을 들고 조상들이 묻힌 곳을 찾아가 그 앞에서 제사를 지내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한다. 제사 이후에는 가져간 음식을 나눠먹으며, 묘 주변을 정리한다고 한다.

 새터민 여성 박모씨는 "북한 주민들에게 추석은 명절이라기보다는 조상들에게 예를 갖추고 하루 휴식하는 수준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라며 "국가적 명절처럼 여긴다기보다는 음력 8월15일에는 하루 조상께 인사하고 온다는 정도"라고 기억했다.

 박씨는 "성묘는 가족들끼리 모여서 간다. 친척들이라기보다는 그냥 가족들이다"라며 "어렸을 때 아침 일찍 아버지와 함께 6시간씩 걸어서 성묘를 갔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라고 회상했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 열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함께하는 설 차례상 차리기'에서 전통 차례상이 시연되어 있다. 2018.02.02.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 열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함께하는 설 차례상 차리기'에서 전통 차례상이 시연되어 있다. [email protected]

친척들은 관혼상제 등 큰 집안 행사가 있을 때에나 모인다고 한다. 추석은 주민들에게 큰 의미가 없을 뿐더러 가계 살림이 좋지 않은 곳들이 많아 친척끼리 모이는 것 자체를 부담으로 느끼는 경우도 많다는 전언이 있다.

 더욱이 지역 이동을 위한 증명서를 얻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양강도에서 평양까지 기차를 이용해도 3~5일이 걸리는 등 하루 휴일인 추석을 위해 일가친척이 모이는 것에 여러 모로 제약이 많다고 한다.

 북한 출신 한모씨는 "북한에서 추석은 하루 휴일인데 성묘를 가야하기 때문에 다른 것들을 할 여유조차 없다"라며 "당일에 성묘를 가겠다고 기차에 매달려가고 그런 모습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장이나 기업소에 다니는 이들은 1년 내내 거의 제대로 쉬기가 어려운데, 추석에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하면 대부분 보내준다. 그러니 성묘를 하고나서는 잠자기 바쁘다"라며 "추석 자체를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는다"라고 했다.

 추석 음식은 대체로 '햅쌀'로 만드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형편이 곤궁한 지역에서는 달리 음식을 구하기보다는 평소에 아껴뒀던 먹거리를 차례상에 올리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지역에서는 차례상에 콩과 관련된 음식을 올리는 것을 꺼린다고 한다. 송편 대신 절편과 밀가루 지짐을 놓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처음 한가위를 보낸다는 새터민 A씨는 "한국은 제사상에 콩 음식도 올린다고 하는데, 우리는 안 올린다. 그래서 송편도 안 놓았었다"라며 "두부도 놓기는 하는데, 까만 팥이나 콩 같은 것들은 올리지 않는다. 송편 대신 밀가루 부침 같은 음식을 놓았었다"라고 했다.

 성묘 이후에는 보통 쉬면서 평일인 다음날 일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추석 당일에도 오전 일을 마친 뒤에 오후에 다시 장마당에 나가는 등 생계를 꾸리러 나가는 이들도 다수라고 한다.

 A씨는 "식구들끼리 모여서 조상에게 제사지내고 오면, 집에서 반나절 정도 쉬다가 다음날 사업에 나가거나 장사를 한다"라며 "민속놀이 같은 것을 하지는 않는다. 추석 아닌 다른 명절에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 노래를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최근까진 모여서 놀거나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던 것 같다"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추석 당일은 쉬니까 그날은 크게 나가서 일하는 것은 없어도 오전에 집안 행사를 하고 오후에 장마당에 나가는 경우가 있다. 나가서 음식이나 생활필수품을 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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