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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향 장기수 19인, 평균 87세···정지윤 사진전 ‘귀향’

등록 2018.09.25 06: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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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향 장기수 양희철

비전향 장기수 양희철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경향신문 사진기자 정지윤(49)이 10월 2일부터 서울 청운동 갤러리 류가헌에서 ‘귀향-비전향 장기수 19인의 초상’전을 연다.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비전향장기수들을 만나 그들의 구술을 기록하고 초상과 일상을 사진에 담았다.

‘비전향 장기수’는 자신이 믿는 사상이나 이념을 그와 배치되는 방향으로 바꾸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회와 격리되어 감옥에 장기간 수감된 사람들이다.

비전향 장기수 김동섭

비전향 장기수 김동섭

1930년대 ‘사상전향제도’가 시행됐다.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존재하는 제도였다. 일본의 경우 패전과 함께 제도가 사라졌으니, 사실상 한국에만 존재한 셈이다.

비전향 장기수 류기진

비전향 장기수 류기진

1998년 당시 대통령 김대중에 의해 이 제도가 폐지되고, 2000년 6.15공동선언으로 이들 가운데 63명은 북으로 건너가게 되었다. 그러나 1차 송환 당시 미처 신청을 못했거나, 전향서를 썼다는 이유로 제외된 30여명은 이곳에 남아야 했다. 올 여름,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일념으로 병마와 싸우던 김동수가 세상을 떠나면서 이제 2차 송환을 희망하는 비전향장기수는 18명만 생존해 있다.

비전향 장기수 박정덕

비전향 장기수 박정덕

류기진, 김동섭, 문일승, 김교영, 이두화, 서옥렬, 허찬형, 양원진, 최일헌, 박정덕, 박수분, 오기태, 박종린, 김영식, 강담, 박희성, 양희철, 이광근, 그리고 김동수. 이들의 평균 나이는 87세다. 짧게 3년에서 길게는 37년을 복역했다. 이 19명의 복역기간을 모두 합치면 384년이 된다.

비전향 장기수 김동수(작고)

비전향 장기수 김동수(작고)

수감생활을 마쳤지만, 생활고에 묶이고 병에 묶여 감옥 밖에서도 영어의 몸과 다를 바가 없었다. ‘빨갱이’라는 낙인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웠고, 복역하는 동안 얻은 지병들로 인해 일상생활조차 힘들었다. 대부분이 생계급여와 노령연금에 의지해 궁핍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비전향 장기수 박수분

비전향 장기수 박수분

초상 사진 속에서 노인들은 검은 막 앞에 서거나 앉은 채다. 더러는 지팡이에 의지한 채로, 또는 환자복을 입고 산소호흡기를 꽂은 채로. 하지만 검은 막과 흰 머리칼, 형형한 눈빛의 대비는 그저 ‘노인’이 아니라 비전향장기수로서 끝내 ‘전향하지 않은’ 신념과 자존을 뚜렷이 드러낸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가리워지고 잊혀진 이들이, 검은 장막 속에서 존재를 드러낸다.

비전향 장기수 양원진

비전향 장기수 양원진

작가는 작업을 마친 뒤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부산의 요양원에 있던 김동수의 부고를 접했다. 그리고 태어난 고향이든 사상적 고향이든 ‘단 하루를 살더라도’ 고향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는 이들의 귀향을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귀향을···. 전시회 제목의 귀향은 귀향((歸向)이다. 귀향(歸鄕)이 아니라.

비전향 장기수 이두화

비전향 장기수 이두화

정 기자는 제주 4.3, 쌍용차 해고노동자, 난민인권 등 지금까지 50여편의 다큐멘터리 사진을 기획해 왔다. 

비전향 장기수 19인, 평균 87세···정지윤 사진전 ‘귀향’

전시는 10월14일까지다. 2일 오후 6시 개막행사가 열린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 가능하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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