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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 '분양가 통제'에 서울아파트 공급 차질 불가피

등록 2018.09.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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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심의기준에 공급확대 역행" 볼멘소리

9.13대책 발표로 청약내용 확정 2~3개월 지체

공무원 인사까지 겹치며 연내 분양 사실상 힘들듯

분양가 심의위 형식적…국토부 눈치보다 공급 지연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이재광 사장이 26일 서울역 사옥에서 사회임대주택 금융지원센터의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회임대주택은 사회적 경제주체(사회적기업, 비영리·공익법인, 주거관련 협동조합 등)가 저렴한 임대료로 주거취약계층에게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2018.06.26.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이재광 사장이 26일 서울역 사옥에서 사회임대주택 금융지원센터의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회임대주택은 사회적 경제주체(사회적기업, 비영리·공익법인, 주거관련 협동조합 등)가 저렴한 임대료로 주거취약계층에게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2018.06.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로 서울지역 분양 일정이 대부분 내년으로 밀릴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집값을 안정하겠다며 대규모 공급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HUG의 모호한 심의 기준으로 분양가 협의가 불발되면서 공급 확대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서 HUG의 분양가 규제로 인해 일정이 늦어지는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또 다시 9.13 대책을 내놓으면서 청약제도가 일부 바뀌었고 이에 대한 세부 내용이 확정될때까지 2~3개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사실상 연내 분양은 어렵다"면서 "분양가 협의도 안되는 상황이고 HUG 역시 무조건 기다려보라고만 하고 있어 분양 일정에 차질이 크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도 "10월이면 지자체 과장급 공무원들의 인사가 있는데 담당 공무원이 바뀌면 그동안 했던 협의가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간다"면서 "정부가 공급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분양 자체가 안되면서 대책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초우성1차를 재건축한 '래미안 리더스원'(1317가구)은 올 초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마감재 등 지연 문제를 끝내고도 분양가 협의를 마치지 못해 아직 분양 일정을 잡지 못했다.

 HUG는 분양가로 '신반포센트럴자이' 수준인 전용면적 3.3㎡당 4300만원 정도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은 이보다 높은 수준을 원해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서초우성은 총 1317가구 중 232가구가 일반분양돼 분양가가 사업성에 미치는 영향이 커 갈등이 심하다.

 특히 이곳은 변경된 청약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나오는 단지라 유주택자들의 관심이 높다. 정부가 9·13대책에서 분양 추첨제에서 100%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하겠다고 하자 1주택자들이 반발에 나섰다. 이에 정부는 추첨제 물량의 50∼70% 정도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 30∼50%는 무주택 낙첨자와 1주택자가 함께 경쟁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주택공급규칙을 개정해야 하고 입법예고도 거쳐야 하기 때문에 12월 초 쯤 변경된 방안이 적용될 예정이라 그 전에 분양하는 단지에 유주택자들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HUG의 분양가 규제로 분양일정이 미뤄지면 유주택자의 정부에 대한 불만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분양 예정이었던 동대문구 청량리4구역 재개발 단지 롯데캐슬 SKY-L65’(1435가구) 역시 분양가 협의가 끝나지 않아 분양 일정을 연기했다.

 롯데건설은 지난 4월 분양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기부채납과 인·허가 등의 문제로 올해 6월로 분양을 미뤘다. 여기에 분양가 협상 과정에서 진통을 겪으며 하반기로 일정이 다시 연기됐다. 하지만 조합과 HUG가 요구하는 분양가 차이가 커 사실상 연내 분양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 발표 전 인사하고 있다.정부는 수도권 대규모 택지 4~5곳 조성, 서울시와 그린벨트 해제 지속 논의 등을 발표했다. 2018.09.21.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 발표 전 인사하고 있다.정부는 수도권 대규모 택지 4~5곳 조성, 서울시와 그린벨트 해제 지속 논의 등을 발표했다. 2018.09.21.  [email protected]

인근에 2014년에 입주한 '래미안 크레시티' 전용 84.98㎡ 21층이 9억4000만원대 거래됐는데 HUG는 이보다 낮은 수준의 분양가를 롯데건설과 조합 측에 권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건설 바로 앞에 동부청과시장을 재개발하는 한양도 올 10월 분양을 목표로 했지만 사실상 인허가 과정이 길어지면서 내년으로 분양을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3.3㎡ 당 3000만원대의 분양가를 책정했지만 HUG의 분양가 통제로 2700만원까지 낮추려고 했지만 HUG는 2300~2500대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대문구 용두5구역 재개발 사업인 'e편한세상 청계 센트럴포레'(823가구) 역시 다음달 분양을 목표로 하고 있었지만 마지막 관문인 분양가 협의가 남아 일정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외에도 개포주공4단지를 재건축하는 '개포그랑자이'(3343가구), 서초무지개 아파트 재건축 단지 '서초그랑자이'도 당초 분양 목표 시기인 오는 12월까지 일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분양가를 협의 중인 상황이다.

 결국 이러한 분양가 통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으면 올해 분양을 예정한 서울시내 주요 단지들이 내년으로 연기하는 사례가 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 조합은 분양가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아예 후분양으로 돌리는 것도 검토 중이다.
 
 HUG는 현재 신규 아파트 분양 가격이 사업장 인근(반경 1㎞ 이내)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 또는 평균 매매가의 110% 이하, 사업장 해당 지역(자치구)에서 입지·가구 수·브랜드 등이 유사한 최근 1년 이내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 이하 등에 해당하는 사업지에 대해서만 분양 보증을 승인하고 있다.

 그러나 비교 기준이 되는 아파트 단지가 주관적이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이라는 지적이다. 

 HUG의 분양가 통제가 계속되며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아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는 '로또 분양'이 많아지면서 청약 과열도 이어진다. 이제 건설사들이 낮은 분양가를 올리기 위해 발코니 확장비나 유상옵션 등으로 만회하는 '꼼수'도 늘어나 사실상 이러한 분양가 통제가 맞는 정책인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분양가 심의위원회가 따로 있는데 HUG가 멋대로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서 "500명도 안되는 직원들이 일일이 일을 처리하다보니 일정도 늦어지고 국토부 눈치만 보다가 정작 주택 공급이 늦어지는 역효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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