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차례는 간소하게'…한국국학진흥원 "차례와 제사는 다르다"

등록 2018.09.22 08: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홍동백서, 조율이시 등 진설법 근거 없어

간장 포함 19가지가 기본 30가지로 변질

제사음식 거품 걷어내면 갈등 해소될 듯

 【안동=뉴시스】김진호 기자 = 광산김씨 유일재 종가 설 차례상. 2018.09.22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photo@newsis.com

【안동=뉴시스】김진호 기자 = 광산김씨 유일재 종가 설 차례상. 2018.09.22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email protected]

【안동=뉴시스】김진호 기자 = 원래 차례와 제사는 간소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변질돼 번거로워졌다.

따라서 차례에 간단한 음식을 장만했던 원래의 예법을 준수한다면 조상 제사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22일 한국국학진흥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잘못된 전통 대신 '간소한 상차림'을 권고했다.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차례와 제사는 다르다. 설날과 추석에 지내는 제사를 차례(茶禮)라고 한다. 말 그대로 차를 올리는 예다.

실제 제례문화의 규범서인 주자가례(朱子家禮)에서는 '정초, 동지, 초하루, 보름에는 하루 전에 청소와 재계를 한다. 이튿날 날이 새면 사당 문을 열고 신주를 모셔둔 감실의 발을 걷어 올린다. 신주마다 햇과일이 담긴 쟁반을 탁자 위에 차려둔다. 그리고 찻잔과 받침, 술잔과 받침을 둔다'라고 했다.

특히, 주자가례는 정초와 보름 등에 지내는 차례를 제례에 포함시키지 않고 예(禮)로 분류했다.

 이런 연유로 기제사와는 달리 밥과 국을 비롯한 제물을 차리지 않고 계절 과일을 담은 쟁반과 술, 차를 올린다.

이처럼 설날과 추석은 '해가 바뀌고 수확의 계절이 됐다'는 사실을 조상에게 고(告)하는 일종의 의식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차례와 제사의 구분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자가례를 보면 간장종지까지 포함해 제사음식은 19가지다. 오늘날에는 기본 30가지가 넘는 제물이 차려진다.

 【안동=뉴시스】김진호 기자 = 제례문화의 규범서인 주자가례(朱子家禮)의 제물. 주자가례에는 홍동백서, 조율이시 등의 문구가 없다. 제물도 간장 종지를 포함해 19가지 뿐이다. 2018.09.22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photo@newsis.com

【안동=뉴시스】김진호 기자 = 제례문화의 규범서인 주자가례(朱子家禮)의 제물. 주자가례에는 홍동백서, 조율이시 등의 문구가 없다. 제물도 간장 종지를 포함해 19가지 뿐이다. 2018.09.22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email protected]

그러다보니 명절 등을 앞두고 '제사병'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고 봤다.

또 주자가례에는 과일도 '과(果)'로만 그려져 있다. '조율이시(棗栗梨柿)'의 대추·밤·배·감 등과 같이 구체적인 과일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홍동백서'(紅東白西 붉은 것은 동쪽, 흰 것은 서쪽)나 '조율이시' 등의 진설법은 근거가 없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생선은 오늘날처럼 조기나 방어 등이 아니라 '어(魚)'로만 표시돼 있다.

이런 점에서 제사음식의 간소화는 시대적 변화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제례문화의 원래 전통이었던 셈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이에 따라 오늘날의 제사음식에서 거품을 걷어내고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다면 제사음식을 둘러싼 갈등이 자연히 해소될 것으로 분석했다.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은 "전통시대 선조의 덕을 기리고 친족 간의 화합을 다지는 계기가 됐던 제사 문화가 오늘날 그 반대의 효과를 낳는 것은 전통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라며 "제사 문화의 원형에서 조상의 뜻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