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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서가, 과연 무엇인가···임수식 사진으로 묻다 ‘바벨’

등록 2018.09.24 06: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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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서가, 과연 무엇인가···임수식 사진으로 묻다 ‘바벨’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사진가 임수식(44) 개인전 ‘바벨’이 28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학동사진관에서 개막한다.

 10년 동안 타인의 서가 400여곳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모든 서가가 주인의 지성과 품격을 나타내고 있음을 알았다. 그러한 특징을 잡아내며 한지에 손바느질로 이미지를 이어가는 더딘 작업을 했다.

 사진속 책장은 들로 산으로 바다로 포구로 나온다. 하얀 책장의 책들은 다 흰 포장을 해서 책의 단서를 읽을 수 없다. 누구(소유) 것이었는지, 무슨 책인지, 누가 쓴 책인지 알 수 없다. 이제 책이 의미가 없어진 것인가. 작가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에서 그 미궁을 벗어나려고 한다.

책은 좋은 책이든 나쁜 책이든 일단 책(冊)이라는 단어에서 그 주제를 벗어나기는 힘들다. 말로 흘려 보내기 아쉬워서 엮어두고자 하는 공통된 의지가 책에 깃들어 있다. 그것이 얼마나 공정하고 가치가 있고 재미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지만, 때로는 사적인 명예욕이나 자기 포장을 위해서 만들어진 책 등 필요치 않는 책 또한 적지 않다보니 책에 절대적인 가치를 둘 수는 없을 것이다.

책과 서가, 과연 무엇인가···임수식 사진으로 묻다 ‘바벨’

이렇듯 책의 가치여부에 이견이 있다 해도 책을 관람하는 도서관이나 책으로 공부를 하는 학교는 여전히 신성한 장소로 여긴다. 이런 논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여러 전제를 뛰어 넘는다. 옛날 봉건시대에는 양반과 상놈의 구별이 책을 읽고 안 읽고의 차이였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근대에 와서는 벼락부자가 되면 제일 먼저 거실에 들여놓는 것이 책장과 세계문학전집류였다. 돈 뿐만이 아니라 ‘지식도 있다’는 것을 꾸미기 위해서였다. ‘책가도’가 흔히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전유물이나, 근현대 벼락부자들의 서가를 연상시키는 이유다.

임수식은 어렸을 때 책을 구하기 힘든 개인사정 때문에 책에 대한 경외심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임수식의 ‘책’은 진리의 탐구를 위한 도구였다.

책을 통해 수많은 위대한 석학이 나왔고 과학이 발전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식’해졌다. 심지어 신을 부정할 만큼 ‘분별력’을 갖는다 해도 인간의 행복은 그 해답을 찾을 수 없다. 아니 오히려 더 깊은 절망 속에 빠지게 된다. 지식만으로 행복해질 수 없는 사회의 한계에서 사람들은 절망한다.

책과 서가, 과연 무엇인가···임수식 사진으로 묻다 ‘바벨’

임수식 ‘바벨’의 서가는 지혜의 눈을 외부(타인의 지식과 명성)에서 찾지 않고 마음 안에서 찾고자 하는 의지의 표출이다. 바벨탑은 생과 사, 천국과 지옥, 행과 불행을 인간의 의지로 해결할 수 없음을 말한다.

인간의 뜻이기에 비로소 가능한 그 무엇을 찾아나서는 것이 작가의 작업이다. 비바람치는 땅 위에서 지혜의 근본이 무엇인지 찾아 가고 있다. 이것은 그의 열린 마음에 대한 염원이며 근원에 대한 모색과 성찰이기도 하다.

임수식은 중앙대학교에서 사진으로 학·석사 과정을 마쳤다. 책가도-정물의초상(서울 한미사진미술관, 2017), 풍경3부작-랜드스케이프 오브 디자이어(서울 갤러리 밈, 2016), 책가도(스페인 파시코메디아스 갤러리, 2014) 등 16회의 개인전과덕수궁프로젝트-빛, 소리, 풍경(덕수궁, 2017), 비욘드 랜드스케이프(스페이스 아트N, 중국 상하이) 등 100여회의 국내외 기획전에 참여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한미사진미술관, 라이너쿤체박물관 등에 소장돼 있으며, 제1회 수림사진문화상을 수상했다.

책과 서가, 과연 무엇인가···임수식 사진으로 묻다 ‘바벨’

전시는 10월28일까지다.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매주 월, 화요일은 휴관한다. 개막식을 겸한 작가와의 대화는 9월29일 오후 4시에 열린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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