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상응조치' 남북미 의견 접근할까…文대통령 외교력 시험대
비핵화 구체방식, 미국 상응조치 의견차 좁힐지 주목
평양공동선언 이면 金 제안으로 트럼프 설득할 전망
지난 18~20일 평양정상회담에서 진전된 비핵화 방안이 나왔지만, 구체적인 비핵화 방식과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한 북미 간 이견 가능성이 있어 문 대통령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평양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특히 남북 정상이 발표한 합의문 외 내용을 설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평양공동선언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유관국 참관 하에 폐기하고,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영변 핵 시설을 영구 폐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폐기 과정을 검증받겠다는 의사는 밝혔지만, 미국이 원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참여한 '사찰(inspection)'인지에 대해서는 의견 불일치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과거 IAEA의 핵 사찰을 받았지만, 북측이 신고한 내용과 사찰 결과에 차이가 있어 IAEA가 특별사찰을 요구하자 북한은 이를 거절했다. 지난 5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당시에도 IAEA는 사찰 참여 가능성을 표명했지만, 북한은 수용하지 않았다.
반면 미국은 합의문 상에는 명시되지 않은 IAEA 사찰을 기정사실화하며 압박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양선언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김정은이 핵 사찰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고 적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사찰단에 관해 얘기했고, IAEA 사찰단과 미국 사찰단이 그 일원이 된다는 것은 (남북미 간) 공유된 인식"이라고 밝혔다.
상응 조치의 경우, 미국의 선(先)비핵화 의지가 뚜렷해 의견 조율이 한층 복잡하다.
우선 북미정상회담 때부터 거론된 종전선언의 현실화가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취할 추가 비핵화 조치의 상세 내용이 미국이 수용 가능한 범위에 들어간다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선언의 방식, 시기 등을 협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평양=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후 휴식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2018.09.19. [email protected]
남북 정상이 합의한 평양공동선언에는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정상화 등 남북 경협과제가 포함돼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에서 남북 경협이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북측이 제재 완화 필요성을 언급했을 개연성이 높다.
그러나 미국은 상응조치와 관련해 비핵화가 먼저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나워트 대변인은 대북제재 지속 필요성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제재가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막후에서 논의한 비핵화 구체방안 및 상응조치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미 간 의견 접점이 모아진다면 2차 북미정상회담의 가시화 속도는 빨라질 전망이다.
남북 간 진전된 대화를 기반으로 북미 대화를 복원해야 하는 '수석협상가' 문 대통령의 외교력에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오는 23일 미국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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