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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 지성 "대사 한 마디도 백 번 연습해야 대중에게 진심 전할 수 있어"

등록 2018.09.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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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

지성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흥선을 인간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몰락한 왕족으로 살아온 그에게 어떤 가치관이 형성했고, 그의 삶이 어떠했을지 상상해봤다. 인간의 숨겨져 있던 욕망, 울분이 광기로 비쳤을 것 같다."

영화 '명당'에서 '흥선'을 연기한 배우 지성(41)은 이렇게 말했다.

 '명당'은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조승우)에게 왕이 될 수 있는 천하 대명당을 얻으려는 이들의 대립과 욕망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 '인사동 스캔들'(2009) '퍼펙트 게임'(2011) 등을 연출한 박희곤(49) 감독의 첫 사극이다.

"사극은 일단 발성이 어렵다. 공부하는 기분이었다. 원래 작업을 즐기기보다는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공부하는 타입이다. 한 번 사는 인생에서 대충 연기하고 싶지 않다."
'명당' 지성 "대사 한 마디도 백 번 연습해야 대중에게 진심 전할 수 있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장동 김씨 일가의 세도 정치 때문에 혼란스러운 조선 후기다. 몰락한 왕족인 흥선은 13년 전 장동 김씨의 보복으로 가족을 잃은 박재상의 존재를 알게 된다.

흥선은 박재상과 함께 세도가를 몰아낼 계획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천하 명당의 존재를 알고 다른 욕망을 갖게 된다. 천하 대명당을 찾아 왕권을 지키려고 한다.

"지금까지 대중이 익히 알고 있던 흥선대원군이 아닌 나만의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세도정치로 인해 장동 김씨는 권력을 쥐고 편했지만, 백성은 힘든 시기였다. 흥선을 '포용의 리더십'으로 명명하고, 다양한 감정의 진폭을 표현하려고 했다."
'명당' 지성 "대사 한 마디도 백 번 연습해야 대중에게 진심 전할 수 있어"

영화 '관상'(2013), '궁합'(2018)을 잇는 역술 시리즈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이다. '관상'과 '궁합'이 개인에게 정해진 운명과 연관된 역술을 다뤘다면, '명당'은 땅의 기운을 통해 나라의 운명, 더 나아가 세대의 운명까지 바꿀 수 있는 역술을 다룬다.

지성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명당'에서의 내 연기를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고 자세를 낮췄다.

"예상한 만큼 좋은 모습도 있고 부족한 모습도 있다. 몇 달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다. 관객이 영화를 재미있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청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조승우(38)에 관해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보고 팬이 됐다"며 "작품을 시작하면서 팬심은 내려뒀다. 캐릭터와 캐릭터로 만났다. 워낙 베테랑이라 자연스럽게 시너지 효과를 낸 것 같다"고 평했다.
'명당' 지성 "대사 한 마디도 백 번 연습해야 대중에게 진심 전할 수 있어"

박 감독에 관해선 "다음 작품에서도 불러주면 좋겠다. 감독과 언제든지 함께하고 싶다"며 치켜세웠다. "내가 어떤 농도로 흥선을 표현할지를 이야기했다. 이를 존중해주면서 살포시 밀어주는 디렉션이 좋았다. 덕분에 의지하면서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

이번 작품은 연기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도 됐다. "'명당'에서의 내 연기를 평가한다면 몇 점을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 봤다. 연기를 '잘한다' '못한다'는 것은 없다. 정성이 중요한 것 같다. 그 정성을 관객이 공감하면 연기를 잘하는 것이리라. 관객이 공감하지 못하면 냉정히 말해 연기를 못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공부를 해왔다면 앞으로는 즐기고 싶다. 좀 더 차원이 높은 표현들을 찾고 싶다."
'명당' 지성 "대사 한 마디도 백 번 연습해야 대중에게 진심 전할 수 있어"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출신인 그는 1999년 SBS TV 드라마 '카이스트'로 연예계 데뷔했다. 드라마 '올인'(2003·SBS)으로 스타덤에 오른 뒤, TV와 스크린을 오가며 연기력과 흥행성을 갖춘 배우로 성장했다.

드라마 '왕의 여자'(2003) 애정의 조건'(2004)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2004) '뉴하트'(2007) '태양을 삼켜라'(2009) '로열패밀리'(2011) '보스를 지켜라'(2011) '비밀'(2013), 영화 '신암행어사'(2004) '혈의 누'(2005) '숙명'(2008) '나의 PS 파트너'(2012) '좋은 친구들'(2014) 등에 출연했다.

대부분 배우가 한 번도 받기 힘든 연기대상을 두 번이나 거머쥐었다. 드라마 '킬미, 힐미'(2015·MBC)에서 팔색조 연기를 선보이며 처음 연기대상을 받았다. 지난해 SBS TV 드라마 '피고인'으로 두 번째 대상을 받으며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킬미, 힐미'에는 어린 시절 학대를 당한 이들의 아픔이 있었고, 아팠던 사람들이 공감하면서 본 드라마다. 내가 연기를 잘한 것이 아니라 아픈 사람들 마음을 대변한 것이다. '피고인'도 뭉클한 작품이다. 특히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엄기준(42)에게 고맙다. 이 친구와 상을 나눠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영광을 혼자 가져가는 것은 송구스럽다."
'명당' 지성 "대사 한 마디도 백 번 연습해야 대중에게 진심 전할 수 있어"

2013년 배우 이보영(38)과 결혼한 지성은 2015년 첫 딸을 품에 안았다. 지난달 둘째 임신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보영과 가족에 관한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연애하면서 사랑을 키워나갔고 믿음과 신뢰가 커졌다. 지금은 한 아이 엄마, 아빠가 돼 있다. 그 과정에서 성숙된 면도 있고, 연기에도 도움이 됐다."

지성은 "신인 시절에는 내 이름 석 자만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며 "돌아보면 내 인생은 외로웠던 것 같다. 배우 생활 덕에 나를 지킬 수 있었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에 힘을 얻었다"고 회상했다.
 
"떠나려는 사람을 붙잡을 수 없지 않냐. 대중에게 계속 사랑받고 기억되는 배우가 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내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내 진심을 알아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지성은 "계속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좋은 배우는 진심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다. 요령을 피우며 대충할 생각은 없다. 대사 한마디를 하더라도 백 번 정도는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중의 마음을 대변하는 배우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명당' 지성 "대사 한 마디도 백 번 연습해야 대중에게 진심 전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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