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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관 경영이야기③]글로벌 경제경쟁력 없는 국방·외교력은 모래성

등록 2018.09.29 06: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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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울 서초동

【서울=뉴시스】 현명관의 '경영 이야기' ③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서 우리는 좋든 싫든 '경쟁', '경쟁력'이라는 단어를 끼고 살아가야 하는 운명입니다. 개인차원에서 슬픈 현상이기는 하지만, 경쟁력이 없으면 도태됩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 교장선생님이 "너희들은 언제 어디서든 있어서는 안 될 사람, 있으나 마나한 사람이 아니라 그곳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되라"고 훈시하곤 했는데, 그러려면 경쟁력을 갖춰야함은 물론입니다.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방력과 외교력, 다 중요하지만 경제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국방력과 외교력은 사상누각입니다. 분배와 복지 또한 중요하지만 국가경제에 글로벌 경쟁력이 없다면, 실현은 연목구어에 불과합니다.

 기업은 어떻습니까. 두 말할 것도 없이 그 기업은 망합니다. 기업에게 경쟁력은 생존, 성장, 발전의 전제조건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경쟁력은 기업경영의 알파요 오메가입니다. 이는 경영 상식입니다. 기업경영(국가경영도 마찬가지)은 이러한 경쟁력과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 나라의 산업정책, 기업정책이 그 나라의 산업 또는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수립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기업이나 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를 논하는 것도 그 자체로서는 의미가 없으며,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지배구조가 좋은지'라는 관점에서 다뤄야 합니다. 지배구조 때문에 기업의 경쟁력이 현재보다 약화한다면, 무엇을 위한 지배구조입니까. 기업이 없어지고 규모가 축소되고 나면 지배구조에 어떤 의미가 있겠습니까. 좋은 지배구조란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경쟁력의 본질은 차별화입니다. 나만이 가지고 있거나(ONLY), 내가 좀더 많이 가지고 있을 때(MORE) 차별화가 이뤄집니다. 이렇게 될 때 경쟁력이 생기게 됩니다. 즉, 경쟁력의 본질은 '온리 오어 모어(ONLY or MORE)'인 것입니다. 따라서
누구나 다 하는 것, 또는 누구한테나 다 있는 것인 '원 오브 뎀(ONE of THEM)이나 표준·기준인 스탠더드, 또는 매뉴얼을 따라하는 것만으로는 차별화가 되지 않습니다. 나만의 특별한 것 또는 다른 사람, 다른 기업과 다른 무엇이 있을 때 비로소 차별화가 생겨 경쟁력이 되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차별화는 '섬싱 스페셜', '섬싱 디퍼런트'입니다.

호텔에 차를 몰고 가면 도어맨이 문을 열어 주면서 "어서 오십시오"하고 인사합니다. 이렇게만 하면 그 호텔 도어맨 서비스에 경쟁력이 있을까요. 요컨대 다른 호텔들과 차별화될까요. 아닙니다. 거의 모든 호텔이 다 이렇게 합니다. 그런데 "김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어서 오세요"라고 하면 어떻습니까. 뭔가 대접을 받는 느낌, 나를 알아주는구나하는 느낌이 듭니다. 이게 차별화입니다.

또 호텔을 나오면서 몇 번 차를 불러 달라고 하면 도어맨이 호출 서비스를 해줍니다. 이런 서비스는 어느 호텔에서나 다하는 것입니다. 경쟁력이 있으려면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고 +α알파가 있어야 합니다. 몇번차 불러달라고 얘기하기 전에 도어맨이 미리 알아보고 "김 사장님 차, 몇 번 나오세요"라고 한다면 분명 차별화가 됩니다.(도어맨의 손님얼굴과 차량번호 많이 알아맞히기 경진대회 사례)

 식당에 가면 메뉴판을 가져오고 주문을 받습니다. 이런 서비스는 모든 식당이 다 하는 기본입니다. 이것만으로는 안 되고, "지난 일요일에 오셨을 때는 안심요리를 드셨는데 그때 맛있다 하셨죠. 오늘은 무엇을 드시렵니까"한다면 어떻습니까. 이런게 경쟁력입니다. 사후 서비스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경쟁력이 있으려면 사전 서비스여야 하며 더 나아가 '나를 알아주는구나'하는 서비스라야 합니다.

위 사례에서 보듯 경쟁력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고 고민, 연구, 벤치마킹 등을 통한 차별화의 산물입니다. 다른 호텔에는 없는, 우리만의 고객관리 시스템, 차량번호 맞히기 경진대회 등 우리만의 노력이 있어야 되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우리 삶의 평범한 상식입니다.

경쟁력은 '경쟁'이라는 열매를 먹고 자랍니다. 이는 경제 상식입니다. 경쟁력을 강화시키려면 치열한 경쟁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온실 속에서 자란 나무는 혹한이나 비바람, 혹서를 견디지 못하고 죽습니다. 여러분이 잘아는 '메기이론'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차 야적장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차 야적장

오늘날 남한과 북한의 경제규모에는 엄청난 갭이 있습니다. 1945년 광복될 때는 정반대였습니다. 주요 산업시설, 발전설비는 다 북한에 있었고 남한은 농업이 주였습니다. 그리고 원래 북한사람들은 남한사람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억척스럽고 열심히 한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70여년이 지난 지금, 왜 이런 경제력의 갭이 발생한 것일까요. 체제 때문입니다. 남한은 사유제산제도와 시장경제원리를 도입함으로써 주인의식과 경쟁원리가 몸에 배어 있는데 반하여 북한은 공산주의, 국가계획경제체제로 인하여 정반대로 공동소유, 공동분배와 배급제도가 도입되어 경쟁할 필요가 없을뿐 아니라 아무리 열심히 해봐도 내것이 되는 것이 아니고 또 내가 더 많은 소득이나 몫을 차지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 고민, 연구할 동인이 없어진 결과입니다. 경쟁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경쟁력이 생기지 않은 결과가 이런 엄청난 갭인 것입니다.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에서도 그 예를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수립 후 오늘 현재까지 역대 정부가 빠짐없이 역점정책으로 내건 것이 바로 '농업, 농촌과 중소기업의 보호육성'입니다. 그러면 70여년이 지난 지금 이런 정책을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70여년 전에 비해 우리나라 농업과 중소기업이 양적이나 질적으로 괄목할만한 성장, 발전을 이룩한 것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선진국의 농업과 중소기업의 경쟁력과 비교해 봤을 때 그 갭이 과거에 비해 축소됐을까하는 관점에서본다면 문제가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농업과 중소기업의 육성정책은 경쟁력 강화정책이어야 하며, 그러려면 치열한 경쟁생태계를 만들어 줘야합니다. 온실 속에서의 단순한 보호정책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합니다. 물론 이런 정책수행과정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애로(특히 정치적인 면에서)가 분명 있습니다만 큰 방향을 놓치면 결국에는 더 큰 폐해를 자초하게 마련입니다.

 우리나라의 전자산업은 삼성과 LG(과거에는 금성)의 숙명적인 라이벌 관계로 치열한 경쟁생태계가 조성되어 오랜 기간 자존심을 건 경쟁을 한 결과 국제경쟁력이 강화된 좋은 예라 할 것입니다. 삼성이 자동차를 계속했더라면 현대와 삼성의 치열한 경쟁환경이 만들어져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좀 더 발전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삼성이 자동차산업에 진출하고자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일본의 경제를 뒷받침하는 양대 기둥은 전자산업과 자동차산업입니다. GDP나 수출비중에서 거의 비슷합니다. 우리나라 경제도 지속발전하려면 전자와 자동차 산업, 양대 축의 글로로벌 경쟁력 확보가 매우 중요합니다. 단기적으로는 그룹차원에서는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하더라도 장기적 관점, 그리고 특히 한국경제의 장래를 위해서,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관점에서 진출하려 했던 것입니다.

경쟁은  피곤하고 고달픕니다. 결과는 냉혹하고 필연적으로 갭, 차이를 초래합니다. 경쟁을 두려워하고 피하고싶고, 경쟁 안 하고 편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까닭입니다. 이는 인간의 속성입니다. 그러나 세계경제 질서가 사유재산제도와 시장경제를 축으로 하는 자본주의체제인 한, 우리가 살아 남으려면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이를 피한다면 가난과 도태라는 결과만이 기다릴 뿐입니다. 이것이 엄연한 현 글로벌 경제환경입니다.

 한편으로는 경쟁에서 낙오되고 약자로 전락하는 사람들을 위한 사회정책, 안전망 설계가 아울러 필수적으로 강구되어야 합니다. 오늘의 사유재산제도와 시장경제체제는 치열한 경쟁생태계를 만들어 그 나라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킴과 동시에 또 한편으로는 부작용들인 양극화 문제, 부의 편중 문제, 불공정 거래 문제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부작용을 보완·보정하는 정책이 병행, 강구되어야 자본주의가 건전하게 유지, 발전될 수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느냐하는 것입니다.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만 그 나라, 그 사회구성원들의 컨센서스에 의하여 방향과 무게중심을 어디에 둘는지가 결정되는 것이고 결국은 그 나라 그 사회가 처한 상황에 따라 비교평량하여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입니다. 일반론적으로는, 경제 개발과 성장이 시급한 개발도상국은 아무래도 경쟁력 확보 쪽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을 것이며 글로벌 경쟁력이 일정수준에 도달한 일류 선진국은 부작용에 대한 수정·보완에 자연히 역점을 두게 될 것입니다.

또 같은 나라일지라도 현재 그 나라 경제가 처한 상황에 따라 중점 방향이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글로벌 경쟁력이 어느정도 있어서 경제가 성장국면일 때와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고 그 나라 경제도 침체국면일 때와는 당연히 정책의 무게중심이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세계와 우리나라의 현재와 앞으로의 경제상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의견이 다를 것입니다.

전 삼성물산 회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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