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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새 쓰나미 경보 왜 설치 못했나…7700만원 놓고 부처간 갈등

등록 2018.10.01 12: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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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억원 들여 새 시스템 개발

최종 비용 7700만원 둘러싸고 부처간 갈등

【팔루=AP/뉴시스】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의 팔루에서 30일 강진으로 인해 발생한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간 피해현장이 처참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018.09.30

【팔루=AP/뉴시스】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의 팔루에서 30일 강진으로 인해 발생한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간 피해현장이 처참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018.09.30

【마카사르(인도네시아)=AP/뉴시스】유세진 기자 = 새로 개발딘 쓰나미 조기경보시스템이 도입되기만 했더라도 지난달 28일 인도네시아 중부 술라웨시주를 덮친 쓰나미로 인한 사망자 중 상당수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해저에 많은 센서들과 데이터를 담은 음파 및 광케이블을 설치하는 첨단 시스템은 25만명에 가까운 생명을 앗아간 지난 2004년 대규모 쓰나미 이후 설치됐던 시스템을 교체할 예정이었다.

 미국립과학재단에서 출연한 300만 달러(약 33억3000만원)로 새 쓰나미 조기경보 시스템이 개발됐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부처 간 이견으로 이 시스템을 최종 완성하기 위한 10억 루피아(약 7700만원)의 자금을 마련하는데 실패해 아직까지도 이를 최종 설치하지 못했다.

 규모 7.5의 강진에 이어 6m가 넘는 높은 파도가 덮쳐 팔루와 동갈라를 중심으로 최소 832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과 관련해 술라웨시주 당국은 조기경보 시스템 교체가 늦어져 주민들에게 미리 대피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못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지만 이미 때늦은 후회일 뿐이다.

 쓰나미 조기경보 시스템 개발을 이끌었던 미 피츠버그대학의 재난관리 전문가 루이스 컴포트는 많은 희생자를 낸 이번 술라웨시주 강진과 쓰나미 참사에 대해 술라웨시 주민들의 비극이라며, 하루빨리 조기경보시스템이 도입돼 주민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의 대규모 쓰나미 참사 이후 지진과 쓰나미가 빈발하는 인도양과 인도네시아 지역에 쓰나미 조기경보 시스템을 설치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계속됐지만 성과는 별로 거두지 못하고 있다.

  독일 등의 출연으로 해저 센서와 연결된 22개의 부표들을 통해 쓰나미에 대한 조기경보를 내릴 수 있는 체제가 도입됐지만 실제로 2016년 수마트라 지역에 강진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작동한 부표는 단 하나도 없었다. 유지·보수를 위한 자금 부족으로 파괴돼 기능을 발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절도당한 부표도 있었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쓰나미 조기경보는 육상에 위치한 55군데의 지진관측소의 진동 자료와 134군데의 해수위관측소을 연결한 네트워크를 이용해 문자메시지와 사이렌으로 발령된다.

 인도네시아 기상당국은 지난달 28일 오후 6시(현지시간)께 규모 7.5의 강진이 발생한 직후 0.5∼3m 높이의 파도가 닥칠 수 있다며 쓰나미 경보를 내렸지만 6시36분 쓰나미 경보를 해제했다. 당국은 쓰나미가 지나간 후 경보를 해제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쓰나미가 닥친 정확한 시간은 알려지지 않았다.

 컴포트는 해수위 측정 장비는 가동되고 있었지만 제때에 경보를 발령할 수 없었고 22개의 부표 가운데 제대로 작동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며, 인도네시아 기상당국은 너무 일찍 경보를 해제했는데 이는 팔루의 상황을 기상당국이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쓰나미 추적 시스템이 있었다면 팔루에서의 상황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지구관측소의 쓰나미 전문가 애덤 스위처는 "인도네시아 기상당국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스위처는 "현재의 쓰나미 조기경보 시스템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현 시스템은 단기간에 여러 지진이 반복돼 발생하는 것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해저 산사태의 발생에 대해서도 고려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반둥공대의 쓰나미 전문가 하쿤티 라하유는 사이렌으로 경보를 내리는 것은 지진 발생 후 대부분의 경우 전기 공급이 끊기는 것을 감안하면 아무 소용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진이 발생한데 따른 충격으로 쓰나미가 닥칠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쓰나미가 일어나면 무조건 높은 지대로 대피해 몇시간은 머물러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현 조기경보 시스템 하에서는 쓰나미 발생 후 경보 발령까지 5∼45분이 소요되지만 새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경보 발령까지 걸리는 시간을 1∼3분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말한다.

 팔루를 강타한 쓰나미의 큰 피해는 과거 일어났던 참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자연재해에 대비한 훈련이 이뤄지지 못해 경보 발령 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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