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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보 예르비 "오케스트라와 좋은 관계의 키는 소통"

등록 2018.10.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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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취리히 톤할레·12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과 내한

파보 예르비 "오케스트라와 좋은 관계의 키는 소통"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언제나 열렬히 환영해주는 한국 관객들 덕에 내게 한국 투어는 항상 기대되는 일정이다. 표현이 남달리 뛰어나고 열정적이며, 공연을 즐긴다는 느낌이 직접 와 닿아 참 좋다. 유럽에서는 만나기 힘든 반응이어서 나는 언제나 한국으로 와 열광적인 관객들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

에스토니아 출신 거장 지휘자 파보 예르비(56)가 3개월 동안 세계적인 악단들과 두 차례 내한한다. 11월3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창단 150주년을 맞은 스위스 대표 오케스트라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취리히 톤할레는 2014년 처음 내한한 뒤, 4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는다. 예르비는 2019~2020시즌부터 이 악단의 새로운 음악감독으로 나선다.

예르비는 유럽은 물론 미국, 아시아를 넘나들며 수많은 오케스트라를 조련한 명장이다. 예르비와 취리히 톤할레의 호흡을 먼저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예르비는 내한 전 e-메일을 통해 취리히 톤할레와 향후 호흡에 관해 "구상 중인 계획은 아주 많이 있지만, 일단 새로운 시작이다 보니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작업들이 우선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취리히 톤할레는 아주 긴 역사를 가진 오케스트라다. 전통과 그들이 가진 다양한 레퍼토리를 이해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최고의 음악을 만들어낼 음악적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는 것이 목표다"고 강조했다.

음악적 신뢰와 인간적 신뢰가 모두 있을 때만 빛을 발하는 것이 바로 음악적 파트너십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신뢰를 먼저 쌓아 가야 한다. 그동안 레코딩과 투어도 할 계획이다."

이번 내한에서 치밀하고 강력한 말러 교향곡 5번을 메인 프로그램으로 선보인다. 예르비는 말러를 두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 중 한 사람"이라고 했다.

파보 예르비 "오케스트라와 좋은 관계의 키는 소통"

"음악가로서 말러 교향곡 5번을 가장 중요한 레퍼토리로 두지 않는 것은 꽤나 힘들다고 할 만큼 뛰어난 작품이다. 말러 교향곡 중 가장 서사시적이고 잘 알려진 작품일 것이다. 말러 음악을 통틀어 가장 완벽한 걸작이다. 하지만 무대 위 지휘자로서 관객에게 기쁨과 감동을 선사하기까지는 아주 큰 도전으로 다가오는, 매우 어려운 작품이다."

이 곡은 그간 대부분 굉장히 낭만적이고 느리게 연주됐다. 그런데 최근 이 곡이 말러가 오스트리아 출신 작곡가인 부인 알마 말러(1879~1964)에게 전한 러브레터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감정적이고 부드러운 해석이 많아지고 있다. "나도 후자의 해석에 정확히 동의한다."

이번 내한에서는 또 조지아의 피아노 스타 카티아 부니아티시빌리(31)가 낭만 레퍼토리의 대표 피아노 협주곡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예르비와 부니아티시빌리는 이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함께 녹음하며 아이튠스 차트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부니아티시빌리는 오랜 기간 음악적 우정을 다져온 친구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녹음하는 과정은 내게 상당히 고무적인 경험이었다. 그녀의 음악은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자연스러운 음악이자 열정적인 음악이다."

예르비는 12월19일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세계적인 캄머(체임버) 오케스트라로 각광받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DKP)도 지휘한다. 예르비는 2004년부터 이 악단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예르비 취임 이후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준 DKP는 정단원이 40여 명뿐인 작은 체임버 오케스트라이지만, 세밀하고 짙은 음색으로 호평을 듣고 있다.
 
"DKP와 2004년부터 함께해 왔으니 어느새 14년이 넘었다. 함께하는 동안 많은 부분이 변했다. 베토벤, 슈만, 브람스, 그리고 최근 슈베르트 사이클에서 함께한 경험을 통해 더욱 성장했다. 흘러간 시간과 함께 발전했고, 나이도 들었다. 그동안 인정하지 않던 가치들을 새롭게 보기 시작했고, 듣기 시작했다. 완벽한 호흡을 기대해도 좋다."

파보 예르비 "오케스트라와 좋은 관계의 키는 소통"

이번 내한에서는 슈베르트 교향곡 중 가장 남성적인 작품으로 통하는 9번 '그레이트'를 연주한다. '바이올린 여제' 힐러리 한(39)이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을 협연한다.

예르비는 '그레이트'에 관해 "많은 사람은 후기 낭만적 관점을 갖고 이 음악을 감상하지만, DKP와 나는 이 작품을 조금 더 고전적 방향으로 담백하게 해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예르비는 유럽과 아시아 등 다양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그가 여러 악단을 지휘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무엇일까. "오케스트라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오케스트라를 리드할 때 가장 중요한 키(Key)다. 단원들과 원활한 소통을 의미한다.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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