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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주미 강, 참 어렵게 구한 피아노 파트너···알레시오 백스

등록 2018.10.04 17:5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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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주미 강, 참 어렵게 구한 피아노 파트너···알레시오 백스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페루치오 부조니(1866~1924)는 이탈리아 태생이지만 그의 음악은 독일의 전통을 이어 받았다. 바흐, 베토벤, 브람스 등이다. 바흐 샤콘느의 피아노 편곡을 통해 건반 전문가로도 알려졌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31)이 2년 만인 14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치는 리사이틀에서 부조니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2번을 연주한다. 독주회 희귀곡으로 통하는 작품이다.

하마마츠(1997)·리즈(2000)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알레시오 백스(41)가 반주자로 나선다. 리즈는 김선욱(2006), 하마마츠는 조성진(2009)이 우승한 대회다.

주미 강은 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오드메종에서 "부조니는 악보에 이탈리아어 또는 독일어로 주문을 해놓았어요"라면서 "이탈리아어는 이탈리아적인 테크닉, 독일어로는 영적인 것을 명기해놓았죠. 그만큼 특별한 곡"이라고 소개했다.

독일을 기반으로 하는 주미 강과 이탈리아 출신 백스의 만남 만으로도 부조니 소나타 2번 해석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음악적 성향이 다른 두 사람은 이번에 무대 위에서 처음 함께 연주한다.
 
클라라 주미 강은 "제가 성격이 강한 연주자를 좋아해요. 본인의 색깔이 강할수록요. 그럴수록 존중하는데 처음에 조금 저랑 맞지 않은 음악적 성향의 연주자와 함께 할 때 결과가 좋아요"라며 웃었다.

클라라 주미 강, 참 어렵게 구한 피아노 파트너···알레시오 백스

"타협을 하고 중간 지점을 찾는 것이 좋아요. 오늘 백스가 일본을 가서 일주일 뒤에 만나는데 연구하고 다시 만나면 기쁨이 더 많이 생길 것 같아요."

 바이올리니스트가 독주회 파트너로 마음에 맞는 피아니스트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에 드는 연주자를 찾는 것 자체가 어려운데, 러브콜을 보내고 싶은 연주자는 스케줄이 꽉 차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2년 전 독주회애서 절친한 피아니스트 손열음(32)과 함께 해 환호성을 내지른 그녀다. 이번에 백스는 두 사람과 공통된 주변의 지인을 통해 연결이 됐다. 지인들은 백스를 적극 추천했다.
 
"피아노 파트너를 정하는 것은 평생 고민거리인 동시에 축복이에요. 제가 바이올린만큼 피아노를 좋아해서 피아니스트에 대한 애정이 커요. 시즌 중에 피아니스트를 찾는 것이 정말 힘든 일인데 알레시오와 함께 하게 돼 정말 기뻐요. 바이올리니스트 협업 경험이 많고, 솔리스트로서 기량도 너무 탄탄하죠."

백스도 음악친구들을 통해 주미 강의 명성과 연주력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는 한국계 캐나다 피아니스트 루실 정의 남편이기도 하다.

클라라 주미 강, 참 어렵게 구한 피아노 파트너···알레시오 백스

백스는 "주미 강은 역시 만나자마자 매력적이고 훌륭한 사람이더라"면서 "고요하고 내면적인 사람이지만 연주에서는 파워풀함을 느꼈다"며 흡족해했다. "기술과 유연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연주자로서 가지기 어려운 조합인데 영민한 동시에 영감을 주는 파트너"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주미 강의 말을 빌리면 부조니 소나타 2번은 피아니스트에 비해 바이올리니스트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모든 주제를 피아노가 시작하거든요. 보이싱(voicing·멜로디에 하모니를 붙여 멜로디를 제외한 파트를 작성하는 것)이 많아요. 피아노가 보이싱을 만들어주면 바이올린은 그것을 입히는 정도죠. 또 피아노가 템포, 분위기를 세팅하는 역도 하죠."

그럼에도 두 사람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백스는 "주미 강이 독일의 문화와 언어를 잘 알고, 내가 이탈리아의 언어와 문화를 잘 아니 그런 부분이 잘 조화를 이루는 것 같다. 부조니 소나타 2번은 최선의 선택"이라며 웃었다.

관계를 중시하는 주미 강답게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을 채우는 작곡가들 역시 서로 긴밀하게 연관이 돼 있다. 부조니 소나타 2번 외에 프랑코벨기에 악파의 최고봉 외젠 이자이의 '슬픈 시', 세자르 프랑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드뷔시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가 연주된다.

"네 작곡가는 공통점과 연관성이 있어요. 가장 잘 알려진 것은 프랑크의 소나타는 이자이의 결혼 선물이죠. 드뷔시, 부조니, 이자이 세 작곡가는 8~10년 사이에 태어난 평생을 서로 얼굴을 자주 마주하고 연주도 자주 함께 했어요. 서로의 작품에도 영감을 주고받고요."

2010년 '인디애나폴리스' 우승에 이어 2015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4위를 차지하며 주목 받은 주미 강 역시 동시대 클래식 아티스트들과 영감을 주고 받고 있다.

클라라 주미 강, 참 어렵게 구한 피아노 파트너···알레시오 백스

리사이틀에서 손열음, 백스와 함께 한 것은 물론 지난 7월 '제15회 평창 대관령 음악제'를 위해 젊은 연주자들이 뭉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악장을 맡기도 했다. 여름에 실내악 페스티벌을 통해 다른 연주자들과 내내 호흡도 맞췄다.

"여름에 실내악을 하면 굉장한 에너지를 많이 받고 새 시즌을 시작할 수 있어요. 여러 색깔을 가진 연주자들과 협업을 하면서 느끼는 것도 많지만 사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영감도 많이 받죠."

자신의 에너지를 과하게 낭비하지 않는 현명함을 익히고 있다. "그동안에는 가리지 않고 연주 경험을 쌓는 것에 의미를 뒀어요. 작년부터는 하고 싶은 연주, 꼭 해야 하는 연주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피아니스트를 미리 구할 수 없어 다음 프로그램을 미리 계획하기 힘들다는 주미 강은 "개인적으로는 전곡 연주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베토벤, 모차르트요. 2년이라는 시간이 빨리 돌아오더라고요. 우선 이번 연주에 집중해야죠."

한편 이번 리사이틀은 예술의전당 공연에 이어 16일 강릉아트센터, 18일 노원문화예술회관, 19일 안성맞춤아트홀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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