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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우주전쟁의 막이 올랐다

등록 2018.10.05 10: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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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광 국회 미래 연구원 부연구위원(외교/안보/북한)

유재광 국회 미래 연구원 부연구위원(외교/안보/북한)

지금 인류는 아주 먼 미래에나 올 것이라 믿었던 우주전쟁의 가능성이 점점 현실이 되어가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월9일 미래전쟁의 한 형태인 우주전쟁 (space war)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까지 미국이 우주방위군(U.S. military Space Force)과 이를 관할하는 사령부 (the Space Command)를 창설할 것이라고 공식화했다.

 부통령 펜스는 펜타곤 연설에서 “광활한 우주공간에서 등장하고 있는 새로운 위협에 맞서야 할 미국의 다음 세대들은 미국의 제복을 입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미국 의회가 트럼프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미국의 여섯번째 병과 (the Sixth Branch)로 만들어질 우주 방위군과 그 사령부를 지원할 부서와 이를 돕는 예산관련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러한 우주전쟁 이니셔티브는 인류의 탄생과 함께 그 궤적을 같이해 온 전쟁의 과거, 현재, 특히 ‘미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근대 민족국가에 기반한 국제체제가 등장한 이후 인류는 국가간 대규모 전쟁을 주로 육지에서 벌여왔다. 때로는 사회진화론과 식민주의에 경도되어, 때로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영토제일주의에 사로잡혀 대규모 병력이 전장에 동원되었고 그 결과 인류는 광활한 육지에서 피비린내 나는 살육 전쟁을 벌였으니 이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1차대전의 유명한 참호전(trench warfare)이다. 자동소총, 수류탄, 와이어, 대포, 모타르 그리고 지뢰 등이 참호전에 사용돼 수많은 병사들의 목숨을 빼앗아 갔다.

 소수 독재자들의 전체주의 이데올로기 광기에 기반한 2차 대전은 인류의 전쟁에서 해전과 공중전이 본격화된 최악의 비극이었다. 비약적 군사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전장(battlefield)은 대부분의 대륙과 해양 그리고 공중으로 확대되었다.

 전쟁에서 사용된 무기의 화력과 성능도 크게 발전하여 전투기, 고성능 폭탄, 탱크, 전함 그리고 잠수함 등이 총동원되었고 이는 인류역사상 최악의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1·2차대전후 전쟁은 바야흐로 인류 최고의 공포가 되었고 역사학자 홉스봄 (Eric Hobsbawm)은 이 시기를 ‘극단의 시대’ (Age of Extremes)라 명명하기에 이른다.
 
 2차대전 이후 등장한 냉전과 핵무기의 고도화는 역설적이지만 인류를 전쟁의 공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만들었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등 주요 전쟁과 수많은 대리전쟁(proxy war)이 미국과 소련이라는 양극체제를 기반으로 발생했지만 국가간의 전쟁은 그 빈도와 규모면에서 2차 대전까지의 시기와 비교해 급감했으며 인류는 이 시기 공포의 핵균형(balance of terror), 민주주의 확산, 경제적 상호의존성 확대, 그리고 국제기구의 등장 등에 힘입어 많은 갈등을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저명한 외교사학자 게디스(John Lewis Gaddis)는 이를 인류사에서 유래를 보기 힘든 긴 평화 (Long Peace)라고 정의하고 그 역사적 의미를 재고하자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냉전 붕괴이후 미·중 갈등이 최고점에 이르고 있는 지금 인류는 새로운 형태의 전쟁 즉 우주전쟁이라는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우주전쟁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는 세가지 즉 ‘미래,’ ‘우주,’ ‘최첨단 무기’다. 우선 이 전쟁은 다가올 미래 강대국간 주요 전쟁의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이 전쟁은 고전적 전쟁의 공간 즉 육-해-공을 넘어서는 우주 공간에서 벌어질 것이다. 셋째 이 전쟁에 사용될 무기체계는 전통적 화력이 새로운 형태의 최첨단 무기(most advanced weaponry system)에 기반할 것이다. 즉 인류는 가까운 미래에 기존 전통적 전쟁의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새로운 형태의 전쟁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 군사력의 최고 정점에 있는 미국은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론 펜스 부통령은 이런 움직임이 공세적(offensive) 군사 운용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러시아와 중국을 직접 인용하며 이미 우주 공간이 잠재적 적들과 미국이 대결해야 하는 전쟁의 영역(warfighting domain)으로 변환되었다고 단언했다.

 즉 인류가 맞이할 미래전쟁이 공상과학 영화에서 보듯 지구인 대 외계인의 대립구조가 아닌 지구촌내의 강대국들 특히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의 대결일 것이며 이 대결의 공간이 우주까지 확장될 것이고 이 대결시 동원되는 수단도 비전통적 군사력 즉 하이테크에 기반한 비전통적 무기체계(nonconventional weapon)일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 우주공간에서의 전쟁의 양상은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극초음속 전투기가 대기권 밖에서 교전하는 영화적 상상력과 거리가 있다.

 미국이 선도적으로 준비하려는 미래 우주 전쟁은 주로 강대국 간 갈등이 첨예해질 경우 미국의 가상의 적들이 우주 공간에 위치하는 미국의 위성(satellite)에 대해 공격을 감행할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 이런 미래 우주 전쟁의 핵심에 위치하는 첨단 기술은 대(對) 위성무기(Anti-Satellite Weapons: ASAT) 특히, ‘대 위성 중장거리 미사일’과 ‘대 위성 레이저’ 그리고 위성의 기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사이버 공격’(cyber-attacks)이다.

 미국은 이미 2008년 기능을 상실한 자신의 정찰 위성을 반위성 미사일로 파괴하는데 성공하였고 중국 역시 같은 실험을 2007년도에 성공적으로 실시하였다. 2015년에는 러시아가 비슷한 실험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우주 방위군 창설 및 방위 사령부 창설 계획이 실현된다면 이는 인류의 다음 세대가 맞이해야 할 국가간 전쟁 혹은 분쟁의 공간과 그 수단에 대해 혁명적 사고전환을 요구할 것이다.

 인류는 과거 전쟁과 관련 시간과 공간 그리고 수단 등 모든 면에서 진화해 왔다. 국가간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은 시간적으론 과거, 공간적으론 육지와 바다, 그리고 하늘 수단적인 측면에선 전통적 화력을 중심으로 수행되었다.

 하지만 미국의 우주 전쟁 대비계획에서 볼 수 있듯이 다가올 미래에는 이러한 전쟁의 공간이 우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하며 그 수단도 위성을 타깃으로 한 최첨단 미사일 및 사이버 공격의 형태를 취할 것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러한 여러가지 미래 전쟁 시나리오가 국제 무정부 상태에서 강대국간의 ‘자국 안보 이기주의’ 추구라는 고전적 힘의 논리에서 한치도 벗어나고 있지 못한다는 점이다.

 우주전쟁의 프론티어를 개척하는 주요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강대국 즉 미국, 중국, 그리고 러시아다. 이 국가들은 자국의 안보이익에 근거해 전쟁의 영역을 우주로 확장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강대국들이다. 따라서 우주는 다가올 미래 세대에게 중립적 공간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강대국들이 자신들의 힘의 대결을 첨예하게 펼치려 하는 그들만의 공간으로 만들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같은 비(非) 강대국도 우주에 대한 이해관계가 분명 존재한다. 비군사적 목적으로 쏘아 올린 기상 및 통신용 위성들의 보호 및 강대국 선점으로 인해 발생할 미래 우주공간에 대한 사용권의 박탈 등이 그것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기간의 수동적인 자세에서 벋어나 격상된 국력에 걸맞은 좀더 적극적인 항공우주정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국회 미래 연구원 부연구위원 (외교/안보/북한)
 오하이오 주립대 (OSU)국제정치학 박사
 연세대학교 언더우드 국제학부 (UIC) 강사
 대표논문: Chung-In Moon & Chaekwang You, "The ARF EEPs: Achievements Limitations and Prospects," Global Governance23(3)(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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