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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관 경영이야기④]대한민국, 당하고 말 것인가···'경쟁력 이전 법칙'

등록 2018.10.06 06: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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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병철 회장

고 이병철 회장

【서울=뉴시스】 현명관의 '경영 이야기' ④

경쟁력은 반드시 이전됩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강자는 없습니다. 2000년 동안 세계를 호령한 로마제국이 멸망했고, 해가 지지 않는다고 자랑하던 대영제국도 결국 제국의 자리를 미국에 물려줬습니다. 현재 세계를 주무르고 있는 미국도 언젠가는 그 자리를 넘겨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50년 후냐, 100년 후인가 하는 시간문제일 따름입니다.

경제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한 나라 또는 한 기업이 특정 산업이나 품목을 영원히 지배할 수는 없습니다. 조선은 영국~미국~일본~한국, 자동차는 영국~미국~독일과 일본, 메모리 반도체는 미국~일본~한국, 섬유는 영국~미국~일본~한국~중국···. 보기는 많습니다. 이것이 곧 세계 정치사, 경제사의 변천 과정이었습니다. 역사의 법칙이기도 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질까요. 두 말 할 것도 없이 경쟁력이 이전되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경쟁력은 필히 이전되게 마련입니다. 이를 '경쟁력 이전의 법칙'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경쟁력 이전의 법칙의 시사점과 우리의 대책은 무엇일까요. 한 마디로 유비무환입니다. 이병철 삼성 회장은 "호황일 때 불황에 대비하고 불황일 때 호황을 준비하자"고 했습니다. 잘 나갈 때 자만하지 말고, 다 어렵다고 할 때 치고 나가자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뭘 먹고 삽니까. 반도체(메모리), 스마트폰, 자동차, 철강, TV 등 전자와 가전 제품을 수출해서 먹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품목들은 다 아는 바와 같이 우리가 창조한 것이 아닙니다.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경쟁력을 쟁취한 것입니다. 이런 품목들의 경쟁력이 앞으로 다른 나라로 이전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언제까지 우리가 이런 품목의 경쟁력 강자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이미 조선은 강자의 자리를 넘겨주고 있으며 철강도 일부품목을 제외하면 중국으로 이미 넘어갔습니다. 스마트폰 또한 주지하다시피 저가품목 중심으로 이미 중국업체에 자리를 내줬으며 메모리반도체마저도 중국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어떤 품목을 세계의 강자로 키우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와 오랜 기간이 소요됩니다. 기득권자인 세계시장 지배자와 운명을 건 '세계대전'을 치러야 하며, 그 전쟁에 지면 망할 수도 있는 리스크 테이킹과 도전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우리기업이 이러한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나요. 모든 것을 건 리스크 테이킹을 하고 있나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5년간 우리나라 기업의 당기 순이익 증가율은 18.5%이고, 현금과 현금성 자산의 증가율은 8.8%입니다. 총투자 증가율은 4.8%이고, 이 가운데 비금융 법인의 경우만을 분리해 보면 1.7%에 불과합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합니까.

우리 경제와 우리 기업의 중대한 위기 국면입니다. 결단이 필요합니다.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획기적인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현재 우리가 먹고 사는 산업과 품목의 경쟁력이 다른 나라, 다른 기업으로 이전되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어 시간을 벌어들임과 동시에 이 기간 동안 신성장 동력이라 할산업과 품목을 발굴해야 합니다. 말은 쉽지만 이렇게 하려면 막대한 투자, 특히 연구개발 투자가 있어야 하고 그 분야 세계 일류인재의 육성과 영입이수반되어야 합니다.

그동안 신성장 동력이라는 얘기는 많이 나왔고 또 역대정부가 역점정책으로 추진해 왔습니다만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신성장 동력을 만드는 것은 기업이지 정부가 아닙니다. 정부는 다만 조세, 재정 지원정책으로 그 환경을 만들어줄 뿐입니다.
[현명관 경영이야기④]대한민국, 당하고 말 것인가···'경쟁력 이전 법칙'

신성장 동력 품목 선정에서부터 연구개발 방법과 수단 등에 대해서까지 정부가 직접 개입하려고 드는 데 실패의 원인이 있습니다. 품목 선정, 그 실천방법 등 구체적 사항은 기업에 맡겨 기업이 하도록 하고 정부는 분기별 실천상황만을 피드백해 부진사항을 지원, 격려하고 성공사례는 사업화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대책을 종합적으로 강구해 주면 되는 것입니다.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스스로에게 다음 질문을 항상 해야 합니다.

-우리 그룹은, 우리 회사는 현재 무엇을 먹고 사는가.
-언제까지 이것으로 먹고 살 수 있을 것인가.
-이 다음에는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 하나.
-지금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그 준비는 되어 있는가.

즉 5년, 10년 후를 내다보고 국내뿐 아니라 세계 전체 시장의 경쟁상황을 체크함과 동시에 자기회사와 경쟁 상대방의 경쟁력을 원가, 품질, 디자인, AS, 마케팅, 기술력 등 항목별로 비교분석하여 자기의 현 위치, 그러니까 갭을 확인하고 격차가 크고 열세인 항목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한 다음 중장기 실천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여기서 놓쳐서는 안되는 것이 '사람'입니다. 경쟁력이 열세인 부분에 대한 1차적인 대책은사람입니다. 그 분야 또는 항목에 대하여는 아주 치밀하게 세부적인 기술까지 구체적으로 분석한 후, 경쟁력이 떨어지는 핵심기술이 무엇인지 정밀 파악하고 철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인재를 스카우트할 것인지, 직접 양성할 것인지, 아니면 그 인재가 있는 회사를 흡수합병, 인수할 것인지 등 방법론을 확정한 후실천해야 합니다.

삼성이 반도체를 시작할 때 이병철 회장은 미국의 반도체 전문가와 반도체 회사의 연구인력 중 한국계 교수나 기술자를 직접 접촉, 영입하는 등인력확보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삼성 경영의 핵심은 인재제일입니다.처음부터 우수한 인재를 입사시킨 다음, 철저하게 교육을 하여 국내 제일의 삼성맨으로 양성하고 엄격한 신상필벌과 철저한 성과주의에 의해정실이 아닌, 오직 업적과 업무성과에 의해 급여, 연봉, 상여금과 승진자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기 위하여 국내 최초로 1960년대 초부터대졸신입사원 공개채용제도를 도입하였고 국내 최고수준의 급여, 복리후생을 보장하고, 세계 일류수준의 교육훈련시설과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이건희 회장

이건희 회장

1980년대 중반 당시 미국 크라이슬러 자동차회사 CEO인 아이아코카 회장이 이병철 회장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여 전국의 삼성 사업장을 둘러보고 나서"용인 인재교육원의 시설과 교육 프로그램을 보고 놀랐다. 가장 인상적이고 삼성의 미래가 보였다"라고 했습니다.신라호텔의 건설 계획 때부터 마스터 플랜, 운영 매뉴얼, 사원 훈련 등 모든 분야를 자문하고 지도한(현재는 계약종료) 일본 오쿠라 호텔의아오키 회장(이병철 회장과 오랜 친구) 역시 삼성그룹의 전국 사업장을 순시한 뒤 "삼성의 교육프로그램을 우리가 배워야겠다.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이병철 회장에게 부탁했습니다.

삼성이 얼마나 인재를 중시하느냐, 일화는 많습니다.삼성 생활 30여년 동안 그룹회장으로부터 질책을 당한 것이 2건 정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그 중 하나는 신라호텔 대표이사로 근무하고 있던1989년 1월께 지방호텔에서 간부들과 다음해 경영전략회의를 끝내고 취침 중인 새벽 1, 2시에 벌어진 일입니다. 이건희 회장이 "내일 오전 10시까지 회장 방으로 오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좋은 일은 아닌가보다 각오하고 다음 날 삼성본관 28층 회장실로 갔더니 "왜 호텔에서 가장 중요한주방 조리사와 중견 서비스맨들 30여명을 다른 호텔(당시 88올림픽에 대비해 오픈한 호텔)에 빼앗겼나. 당장 다시 데려와라"고 질책했습니다.

"월급을 2배로, 2단계 승격시켜 준다는 등 파격적 유인책으로 빼앗겼습니다. 죄송합니다.이후 약 40여명을 역스카우트해서 빼앗아왔습니다"고 해서 겨우 그 자리를 모면했습니다.

이병철 회장은 정치권력과의 관계에 대해 평소 "불가근 불가원"(가까이 하지도 말고 너무 멀리 하지도 마라)하라고 늘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반도체 사업 진출을 결심하고 전문인력을 직접 영입하는 등 연구개발에 전념하고 있는데 뒤늦게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그룹이 삼성반도체 핵심인력을 스카우트해 갔습니다. 어지간한 일에는 직접 나서지 않고 사장이나 비서실장을 시키는게 통상인데 이번만은 직접 나서서, 이런 식이면 반도체 사업을 할 수 없다고 정부당국에 강력히 항의해 결국 원대복귀시켰습니다.

삼성은 교육 우선주의입니다. 사장단이라 해도 교육강사로 차출되면 설사 그날 외부회의나 해외출장 계획이 잡혀 있다하더라도 교육강의가 우선입니다. 또 교육대상자로 지명되면 정말 특별히 예외적 경우 외에는 거의 100% 참석합니다.

세계 일류국가, 세계 일류기업이란 일류인재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곳입니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일류대학이 제일 많아 우수인재를 가장많이 자체양성하든지, 각국의 인재들이 제일 많이 모여들든지, 어떻게든 우수인재를 제일 많이 가지고 있는 국가와 기업이 일류인 것입니다.

미국이 왜 일류국가입니까. 세계 일류대학이 가장 많고 각국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면서 미국으로 모여들어 두뇌 일류국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현 시점의 경제전쟁은 두뇌전쟁입니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인재와 두뇌 쟁탈전입니다.

세계의 우수한 인재가 모여 들기 위해서는 그 사회에 개방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 문화는 포용하는 용광로 문화여야 합니다. 패쇄주의와 끼리끼리 문화로는 안됩니다. 로마와 미국이 이런 포용문화, 용광로문화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로마황제 중 많은 사람이 로마시민이아니고 식민지 출신입니다. 미국은 흑인 대통령을 배출했습니다.

고여있는 물은 썩습니다. 순혈주의보다는 혼혈주의여야 합니다.

전 삼성물산 회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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