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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노벨 평화상, '전시 성폭행' 문제 전면에 등장시켜

등록 2018.10.05 23: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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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평화상 수상자 무퀘게와 무라드  AP

노벨 평화상 수상자 무퀘게와 무라드    AP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5일 노르웨이 선정위원회가 노벨 평화상 공동수상자로 선정한 드니 무퀘게(63)와 나디아 무라드(25)는 위원회의 설명처럼 '전시의 성폭행'과 떼랠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는 삶을 영위했다.

평시의 성폭행도 문제지만 전시의 성폭행은 그 몇 배의 폭력과 비인간성의 기억 그리고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피해자에게 남긴다. 콩고민주공화국(DRC)의 산부인과 의사 무퀘게는 20년 동안 전투와 무력 충돌 상황 속에서 무참히 강간 당한 여성 5만 명을 치료했다.

무퀘게는 전시에 행해지는 강간의 끔찍함을 수없이 목도했다고 한다. 피해 여성 대부분은 질 내부 근육뿐 아니라 야만적 폭행으로 항문 사이가 파열돼 구멍이 뚫리는 상처를 입는데 이 상처는 아물지 않아서 옆사람이 금방 눈치 채게 되며 그때부터 "나병 환자 문둥이보다 더 더러운" 사람 취급을 당한다고 무퀘게는 말했었다.

면적 250만 ㎢에 인구가 8000만에 가까운 DRC는 200개가 넘는 종족에 권력 다툼과 무력 분쟁이 끊이지 않고 무퀘게가 활동하고 있는 동부에 많은 반정부군 세력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웃 우간다 및 르완다 반군도 들어와있다. 무퀘게는 "소녀들과 동침하면 전투에서 죽지 않는다는 미신을 믿고 자고 있는 어린 여자애를 납치해 강간하는 일이 잦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엔 콩고공화국 특별조사관은 DRC(자이레)를 '강간의 세계 수도'라고 한탄했었다. 이때의 강간은 평시가 아닌 전시적 상황에서 행해진 만큼 무퀘게가 보아온 목불인견의 참상을 수반한다 . 

여성 공동 수상자인 무라드는 이라크 북부 산악지대 산자르에서 고유 이슬람을 지키고 있는 야지드족 일원으로 수니파 극단조직 이슬람국가(IS)에 의해 공동체가 공략 파괴된 2014년 8월부터 3개월 동안 IS의 성노예 노릇을 해야했다. 21세의 무라드는 한 날에 남자 형제 6명과 나이들어 성적으로 쓸모없는 어머니가 살해되는 것을 보아야했으며 다른 여자 형제들과 같이 IS 대원 사이에서 이리저리 팔리는 최악의 인신매매 '물품'이 됐다.

수니파 가족의 도움으로 12월 북부 모술로 피신해 노예 생활에서 벗어났으며 2015년 유럽 대륙을 휩쓴 이주자 물결에 동참해 독일에 정착할 수 있었다. 2016년 유엔과 유럽의회에서 IS의 잔학함과 야지드족의 고통을 증언해 야지드족에 대한 인식을 세계에 새롭게 했다. IS에 의해 40만 명에 달하던 산자르 야지드 공동체는 완전히 와해되었으며 성노예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3000명의 야지드 여성들은 제 명에 다하지 못하고 일찍 사망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무라드의 여자 형제들도 포함되어 있다.

무라드는 국제사회 증언에서 독일이 이주자에게 문을 열어준 점을 찬양했으며 이와 관련해 영국 등을 비판했었다. 2016년부터 유엔의 '인신매매 생존자의 인권적 품위에 관한 유엔 친선대사' 타이틀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7년에는 자서전을 냈다.

노르웨이 평화상위원회는 331개 추천 리스트 가운데 무퀘게와 무라드를 올 수상자로 선정 발표하면서 그 취지로 "전시 성폭행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경각심을 드높일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선정위원회의 베리트 로이스-안데센 위원장은 "10년 전 유엔 안보리가 결의안을 통해 성폭행을 전쟁과 무력 분쟁의 무기로 사용하는 것을 전쟁범죄이자 국제평화의 위협으로 규정한" 사실을 상기시켰다.이보다 10년 앞선 1998년 전시 성폭행을 중대한 국제법 위반으로 못박은 로마 조약이 체결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4년 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설립되었다.

전쟁은 극복해야 될 인간의 악이며 전시의 성폭행은 그보다 앞서서 제거되야 될 악행이다. 우리는 전시 성폭행 근절 노력을 통해 전쟁 근절의 지난한 일에 도전할 수 있다.   

무퀘게와 무라드의 평화상 수상은 이 점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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