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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3개월 만의 방북…비핵화 로드맵 윤곽 잡힐까

등록 2018.10.07 08: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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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방북, 北 "종전선언" 美 "신고 검증" 평행선

폼페이오 "비핵화 길 위한 노력…대화 목적, 이해"

'상응조치' 공감대 바탕 2차 정상회담 논의될 듯

北 최선희, 중·러 협상…러시아 역할 주목

【워싱턴=AP/뉴시스】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4차 방북 및 1955년 미국이 이란과 맺은 우호조약 파기 등에 관해 기자들에게 브리핑하고 있다. 2018.10.04

【워싱턴=AP/뉴시스】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4차 방북 및 1955년 미국이 이란과 맺은 우호조약 파기 등에 관해 기자들에게 브리핑하고 있다. 2018.10.04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평양을 방문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예고한 터라 그 결과가 주목된다. 비핵화를 약속한 북한이 내놓아야 할 것과 비핵화 동력을 살려 나가기 위해 미국이 내놓아야 할 것들 사이의 틈을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가 이번 만남의 관전 포인트다.

 지난 7월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떠난 직후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 측은 싱가포르수뇌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 들고 나왔다"고 날을 세웠다.

 북한은 4·27 판문점선언과 6·12 북미공동성명에 따라 조속한 시일 내에 종전선언을 하자고 요구했으나, 미국이 선제적인 핵 시설 신고를 요구하면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급격히 동력을 잃었다.

 지난 8월 미국이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일정을 공개하면서 교착 국면을 벗어날 여지가 생기는 듯했으나, 이내 없던 일로 되면서 분위기는 더욱 냉각됐다. 당시 북미는 물밑 접촉을 진행됐으나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해 만남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은 당일치기로 진행된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과의 면담 일정도 사전에 잡았다. 이는 북미 간 물밑접촉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동북아 순방길에 앞서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밝혔으며, 취재진에게는 "평양에서의 대화 목적은 양측 모두 진정으로 얻고자 하는 바를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또한 '평화협정'까지 언급하며 여전히 전향적인 자세로 비핵화 협상에 임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번 폼페이오 방북의 성패는 단기적 상응조치를 설정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북한은 지난달 남북 평양정상회담을 계기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유관국 전문가들이 참관한 가운데 영구적으로 폐기하고, 나아가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을 영구 폐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종전선언을 본격적인 비핵화 단계별 행동에 앞선 신뢰 구축의 출발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협상의 여지가 없지는 않지만 선의에 의한 선제적 조치인 동창리 발사장 폐기를 종전선언의 등가 교환 카드로 생각하고 있을 거라는 관측이다.

 이 경우 영변 핵시설을 영구 폐기할 만큼의 상응조치는 종전선언 이상의 것을 요구할 거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 계기 방미 기간에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외교적 적대관계 종식의 출발점인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9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했다고 10일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정상회담과 북한에 억류중인 미국인 3명에 대한 석방을 논의했으며, 억류된 미국인들은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미국으로 귀국했다. 2018.05.10.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9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했다고 10일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정상회담과 북한에 억류중인 미국인 3명에 대한 석방을 논의했으며, 억류된 미국인들은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미국으로 귀국했다. 2018.05.10. (출처=노동신문)  [email protected]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북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도 진행할 거라고 밝혔다. 이 또한 물밑 접촉에서 비핵화 진전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을 되찾았음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북한이 조금 더 전향적인 자세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을 총괄해온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지난 4일 중국에서 양자협상을 진행한 데 이어 6일 모스크바로 넘어가 북중러 3자 협상을 진행한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직전에 진행되는 것인 만큼 비핵화 로드맵에 관한 입장을 정리하고, 미국과의 협상에서 다양한 카드를 낼 수도 있다.

 러시아까지 참여한다는 점에서 핵 무력 불능화 등에 관한 기술적 문제까지 논의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북한 핵무력이 옛 소련의 핵·탄도미사일을 역공학 방식으로 제조한 것인 만큼 해체 관련 논의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관련해 제3의 해법도 제시되고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북한의 핵 무력이 옛 소련의 핵과 미사일을 원천기술로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의 핵무력을 직접 해체하거나 미국으로 반입하려 할 경우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 점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입회하에 북한 기술자가 직접 핵무력을 해체하고, 북한 지역에 국제기구의 감시하에 보관하는 창의적 대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하루 동안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곧바로 한국으로 들어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이어 중국으로 갈 예정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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