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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방탄소년단, K팝 새 역사···북아메리카 투어 성료 의미

등록 2018.10.07 15:3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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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빌리지'로 불린 텐트촌 주목

뉴욕지하철 당국, 지하철 추가 운행

미국 대중문화 중심으로

'러브 유어셀프' 투어, 유럽·일본으로 이어져

방탄소년단 뉴욕 시티 필드 공연

방탄소년단 뉴욕 시티 필드 공연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그룹 '방탄소년단'이 '팝의 본고장' 미국에서 K팝 새 역사를 썼다.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월드투어 '러브 유어셀프' 북아메리카 투어 피날레를 장식했다.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스타디움에서 공연했다.

◇K팝 첫 미국 스타디움 공연 의미는?

세계적 권위의 대중음악 순위인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K팝 가수 최초로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의 다음 목표는 '스타디움 월드 투어'였다.

스타디움 투어는 3만 명 이상 수용하는 공연장을 도는 투어로 팬덤과 히트곡 수, 공연 역량 등 조건이 충족해야 가능하다. 지난해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공연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브릿팝 밴드 '콜드플레이' 등이 스타디움에서 투어한다.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 홈구장인 시티필드는 스타디움 공연장 장소 중에서도 상징적인 곳이다. 영국 밴드 '비틀스' 출신 폴 매카트니, 비욘세, 레이디 가가 등 팝스타 중에서도 손꼽히는 뮤지션만 오른 곳이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시티필드를 가득 메운 4만여 팬과 함께 3시간 가까이 축제를 펼쳤다. 리패키지 앨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의 타이틀곡 '아이돌'로 포문을 연 방탄소년단은 'DNA' '페이크 러브' 등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 곡들을 물론 '아이 니드 유' '런' '마이크 드롭' 리믹스 버전 등 히트곡을 열창했다.

다양한 인종, 연령, 국적으로 구성된 객석에서 끊임없이 '한국어 떼창'과 함께 환호가 터져 나왔다. 방탄소년단은 명실상부 'K팝' 라벨을 떼어낸 첫 K팝 그룹으로 통한다. 단순히 한국 그룹으로 해외 진출이 목표가 아닌 새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자연스레 세계가 무대가 되는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북아메리카 투어는 이를 증명하는 자리였다. 지난달 5일 로스앤젤레스(LA)를 시작으로 오클랜드, 포트워스, 해밀턴, 뉴어크, 시카고를 거쳐 이날 뉴욕 시티필드에서 화려하게 마침표를 찍었다. 총 15회 공연의 좌석 22만 개가 단숨에 매진됐다.

방탄소년단이 공연한 4만석 규모의 뉴욕 시티필드 전경.

방탄소년단이 공연한 4만석 규모의 뉴욕 시티필드 전경.

방탄소년단은 "LA를 시작해 오늘 이곳이 북미 투어의 마지막 밤이다. 시티필드까지 오다니 믿기지 않는다. 소중한 꿈 하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빌보드 200'에서의 두 번째 1위, 새 투어 시작, 유엔 연설, 미국에서의 첫 번째 스타디움 공연 등 정말 영광이다. 이 모든 것을 실현할 수 있게 해준 아미(ARMY)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번 방탄소년단의 시티 필드 무대는 공연 전부터 일찌감치 다양한 화젯거리를 만들었다. 'BTS 빌리지'로 불린 텐트촌이 대표적이다. 방탄소년단의 열혈 팬 '아미'들이 이틀 전부터 선착순으로 입장하는 스탠딩석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텐트를 치고, 밤샘 노숙을 이어오면서 텐트촌이 형성됐다.

공연장 측은 처음에 주변에 캠핑이 불가함을 공지했으나 팬들이 밀려든 탓에 주차장 한쪽을 결국 내줬다. 뉴욕 경찰들이 텐트촌 현장을 지키기도 했다.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도 "시티필드 입구에는 1500여 팬이 선착순 입장을 위해 이틀 전부터 텐트를 친 채 콘서트를 기다렸다"고 확인했다.

빌보드는 영상을 통해 텐트촌 풍경을 소개하는 동시에 팬들의 인터뷰도 전했다. 지역방송 채널 CBS 뉴욕도 방탄소년단 공연을 앞두고 시티필드 주변에 텐트촌이 만들어졌다고 보도했다.

공연 당일에는 일찍부터 시티 필드 주변이 축제의 장으로 변신했다. 빅히트는 "이날 이른 아침부터 시티필드 일대는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기대하는 팬들의 활기찬 모습으로 진풍경이 펼쳐졌다"고 전했다. 방탄소년단 노래를 합창하는가 하면 '단체 플래시몹'을 선보이며 공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뉴욕 지하철 당국(NYCT)도 시티필드까지 운행하는 지하철을 추가 편성했다.

방탄소년단의 시티필드 무대를 앞두고 공연장 주변뿐만 아니라 뉴욕 도심까지 떠들썩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캐릭터 제품을 판매하는 라인프렌즈의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매장에 방탄소년단 멤버 캐릭터 굿즈를 사려는 아미들의 긴 줄이 이어졌다. 타임스퀘어 광고판에는 방탄소년단이 모델로 활약하는 LG전자 스마트폰 광고가 연이어 걸렸다.

◇세계 대중문화 중심으로···음악 너머 사회적인 영향력

빌보드가 보도한 방탄소년단 시티필드 텐트촌

빌보드가 보도한 방탄소년단 시티필드 텐트촌

방탄소년단은 북아메리카 투어와 동시에 현지 프로모션도 활발하게 벌였다. 특히 NBC 토크쇼 '지미 팰런 쇼',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 ABC 아침 뉴스 프로그램 '굿모닝 아메리카' 등 현지 지상파 방송 메인 프로그램의 러브콜을 잇달아 받았다. 방탄소년단이 팬덤을 기반으로 미국 대중문화 전반에서 점차 인지도를 쌓는 것을 방증한 셈이다.
 
이와 함께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대중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드' 초청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 출연 당시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25)는 다음 목표에 대해 "그래미에 가는 것"이라고 외쳤다.

 '그래미 어워드'는 '빌보드 뮤직 어워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와 함께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으로 꼽힌다. 세 시상식 중 가장 권위를 인정받으나 그간 미국 주류인 백인 가수와 음악에 편향됐다는, 다소 '보수적'이라는 평을 들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11일 그래미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운영하는 그래미 뮤지엄의 클라이브 데이비스 극장에서 '방탄소년단과 대화'에 참석했다. 그래미 뮤지엄이 주최한 이 행사에 한국 가수가 참석한 것은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내년 초 방탄소년단이 그래미 어워드에 초청받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방탄소년단의 이번 미국 활동 중 크게 관심을 끈 것은 또 있다. UN 총회 연설이다. 그들은 지난달 24일 뉴욕 UN 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열린 유니세프(UNICEF·유엔아동기금) 청년 어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 행사에 참석했다. 

'러브 유어셀프' 연작 앨범을 내고 같은 타이틀로 월드 투어를 돌고 있는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11월부터 유니세프와 함께 한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 캠페인을 통해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해왔다.

방탄소년단 뉴욕 시티 필드 공연

방탄소년단 뉴욕 시티 필드 공연

이날 팀의 대표 연설자로 나서 7분가량 영어로 연설한 RM(24)은 "당신이 누구이고 어디서 왔고 피부색이 무엇이든 간에, 남성이든 여성이든 여러분의 목소리를 내십시오"라고 말했다.

이는 SNS 등을 통해 ‘스피크 유어셀프(Speak yourself)’라는 타이틀로 캠페인처럼 번졌다. 여러 나라에서 나이와 무관하게 다양한 인종들이 ‘Speak yourself’ 앞에 해시태그를 달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예컨대 어느 트위터리안은 스페인어로 자신의 사적인 비밀을 교사가 알고 부모에게 털어놓았는데, 부모와 관계가 더욱 탄탄해졌다는 고백하기도 했다.

한국어로 노래하는 방탄소년단으로 인해 한국어를 배운다는 증언도 SNS를 통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해외 공연에 한국어로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다니는 팬이 부지기수다. 반대로 UN총회의 RM 연설문을 놓고 영어 공부한다는 한국 팬도 늘어나고 있다.

◇이제 유럽, 일본 무대다

 북아메리카 투어를 성료한 방탄소년단은 이제 유럽으로 '러브 유어셀프' 투어 무대를 옮긴다. 9,~10일 영국 런던 O2 아레나를 비롯해 13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지고 돔, 16~17일 독일 베를린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 무대 등 유럽 투어를 이어간다.

방탄소년단이 유럽 무대에서 공연하는 공연장들도 세계적이다. 런던의 O2 아레나에서는 저스틴 팀버레이크, 프린스, 콜드플레이, 테일러 스위프트, 에드 시런 등이 공연했다. 베를린의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 무대에는 메탈리카, 스팅, 뮤즈, 마돈나 등이 올랐다.

방탄소년단 뉴욕 시티 필드 공연

방탄소년단 뉴욕 시티 필드 공연

유럽 방송들도 방탄소년단 모시기에 나섰다. 12일(현지시간) 영국 BBC 인기 프로그램 '더 그레이엄 노턴 쇼'에 퍼포머로 출연한다. 영국 배우 겸 코미디언 그레이엄 노턴(55)이 진행하는 '그레이엄 노턴 쇼'는 현지는 물론 유럽에서 영향력을 자랑하는 프로그램이다. 톰 크루즈, 베네딕트 컴버배치 등 톱배우는 물론 레이디 가가, 엘턴 존 등 팝스타가 다녀갔다. 방탄소년단이 출연하는 날에도 배우 우피 골드버그, 모델 겸 배우 제이미 도넌, 가수 해리 코닉 주니어 등이 라인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방탄소년단은 미국과 함께 세계 양대 팝 시장으로 통하는 영국에서도 주가를 높이고 있다. 최근 발매한 리패키지 앨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 타이틀곡 '아이돌'은 영국(UK) 오피셜 싱글 차트에서 한국 그룹 최고 기록인 21위를 차지했다.

대륙마다, 나라마다 방탄소년단 콘서트 티켓이 매진하면서 암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온라인 티켓 거래 사이트와 음악 커뮤니케이션 사이트 등에서는 방탄소년단의 유럽 등지 공연 티켓이 수백만원대를 호가하고 있다.

일본 첫 돔 투어도 주목할 만하다. 방탄소년단은 11월과 내년 1~2월 도쿄 돔, 오사카 교세라 돔, 나고야 돔, 후쿠오카 야후오쿠 돔 등을 돈다. 지난해 10월 오사카 교세라 돔에서 데뷔 이후 처음으로 돔 공연을 한 데 이어 1년여 만이다. 이전에 돔 한 곳에서 공연했다면, 이번에는 투어를 돌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다.

이번 월드투어 ‘러브 유어셀프’로 방탄소년단이 세계에서 끌어모으는 인원은 총 79만명. 직전 월드투어인 '방탄소년단 라이브 트릴로지 에피소드 3 윙스 투어'가 세계 19개 도시에서 총 40회 공연해 55만 명을 들인 것으로 볼 때 도시마다 공연 규모가 커졌다.

전문가들은 방탄소년단의 꺾일 줄 모르는 상승세를 감안할 때 다음 월드 투어는 100만 명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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