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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아이들의 극단적 선택, 남의 일 아니다

등록 2018.10.08 18:50:59수정 2018.10.15 09: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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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아이들의 극단적 선택, 남의 일 아니다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지난 1일 서울 은평구 한 초등학교에서 이 학교에 다니는 6학년 학생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한 생명이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 자체도 그렇지만, 아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은 이 죽음을 더 안타깝게 했다.

 아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다. 학교 폭력, 가정 폭력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타살 혐의점은 물론 학교·가정 폭력과도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학생이 남긴 메모 형식의 유서에는 죽음에 관한 매우 개인적인 이유가 적혀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폭력에 노출되지도 않은 12살 아이가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인가.' 해당 기사에 달린 수천개 댓글은 이른 죽음을 향한 애도와 함께 이 같은 물음이 대부분이었다. 이 사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이 질문에는 두 가지 의문이 있다. '어린 아이들도 자살을 생각하는가.' '매우 강력한 동기 없이도 아이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가.' 답은 모두 '그렇다'라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부터 14세 이하 자살 건수는 연평균 40.5명이다. 전체 자살자수(2017년 1만2463명)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만한 숫자는 아니다. 교육부가 지난해 실시한 '학생 정서·행동특성 검사결과'(초1·4학년, 중1학년, 고1학년 대상)만 봐도 '자살 위험'으로 분류된 학생 수가 1만6940명이나 됐다. 2016년 9624명과 비교할 때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아이들을 보호해줄 시스템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단적인 예로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는 자살 위험군 학생 중 19%가 후속 조치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온다. 교육부에서 운영하는 상담센터인 '위'(Wee)의 전문상담사는 2906명으로 초·중·고 4곳당 1명 꼴에 불과하다.

 현장에 있는 교사들은 숫자로 드러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로 어른들의 인식을 꼽는다. '어린 아이들은 자살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하며 '내 아이는 문제가 없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경기도에서 근무 중인 한 초등학교 교사는 "실제로 '죽고싶다'는 말을 하는 아이들이 심심찮게 있고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도 있어 전문 상담을 권유하고 있지만, 부모나 어른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최근 초등학교에서 '자살송'이 유행한다는 게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아이들은 아주 사소한 일에도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고, 조금만 일찍 상담받고 보살핌 받는다면 최악의 선택을 하지 않게끔 하는 게 성인보다 수월하다"고 말한다. 은평구에서 벌어진 일은 더 이상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 어디에서나 어떤 아이에게서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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