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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K팝 타고 전 세계서 한국어·한글 배우기 열풍

등록 2018.10.09 10: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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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해외 팬들. 2018.10.08. (사진 = AP 제공)

방탄소년단 해외 팬들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1980~90년대 한국에서 영미 팝이 대세였다. 학생과 직장인, 너나 할 것 없이 KBS FM 라디오 '굿모닝팝스'에서 흘러나오는 영미 팝으로 영어를 공부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는 K팝을 중심으로 SNS를 통해 한글과 한국어를 공부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이다.

유튜브에는 한국어 노랫말이 흘러나오는 K팝 뮤직비디오 각국 자막을 달아 놓은 영상이 수두룩하다. 트위터에는 '감자밭할매' 등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중심으로 한 K팝 번역 계정이 인기다. 인스타그램에는 해시태그 '#한국어공부'가 붙은 게시물이 13만3000여개가 넘는다.

K팝으로 한국어 배우기 열풍 중심에는 방탄소년단이 있다. 방탄소년단은 명실상부 'K팝' 라벨을 떼어낸 첫 K팝 그룹으로 통한다. 단순히 한국 그룹으로 해외 진출이 목표가 아닌 새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자연스레 세계가 무대가 되는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로 인해 한국어와 나아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늘고 있다.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점차 팬층을 넓혀가는 방탄소년단은 어느새 하위 문화가 아닌, 주류 문화가 됐다.

한국어로 된 노래로 '빌보드 200' 2관왕을 차지한 방탄소년단은 실제 한글 확산에 기여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들 때문에 한글을 배우고 있다는 각국 팬 증언이 SNS에서 쏟아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펼쳐진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 '러브 유어셀프' 북아메리카 투어 피날레 객석에서는 다국적 인종이 4만여 석을 채웠는데 끊임없이 '한국어 떼창'이 쏟아졌다. 뉴욕 지하철역에는 방탄소년단 콘서트 관람을 위해 시티필드 가는 이들을 위한 한글 안내문이 붙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감자밭할매 트위터 계정. 2018.10.08. (사진 = 캡처)  

감자밭할매 트위터 계정

미국의 권위 있는 대중음악 매체 '롤링스톤'은 방탄소년단 뉴욕 시티필드 공연에 대해 "일곱 멤버들은 이전 K팝 그룹이 가지 못한 길을 당당히 걸어가고 있다. 방탄소년단 노래 가사 대부분은 한국어지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빌보드 싱글 차트 '핫100'에서 10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적인 인기를 누린 신곡 '아이돌' 노랫말에는 '얼쑤 좋다' '지화자 좋다' '덩기덕 쿵더러러 얼쑤' 등 우리말 추임새를 포함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트리니다드토바고 출신 팝스타 니키 미나즈(36)가 피처링한 '아이돌' 뮤직비디오 버전에 한글 자막을 삽입하기도 했다.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미나즈가 뮤직비디오에 자신의 영어 랩을 한글로 표기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제안해 영어 랩의 한글 발음을 자막처럼 넣게 됐다"고 귀띔했다.

청와대는 한류와 함께 한글 확산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방탄소년단에게 화관문화훈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일곱 멤버 평균 나이는 23.7세로, 문화 훈장 수훈자 중 역대 최연소로 알려졌다. K팝 아이돌 그룹으로는 처음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외국의 수많은 젊은이가 우리말로 된 가사를 집단으로 부르는 등 (방탄소년단은)한류뿐만 아니라 한글 확산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한류를 처음 세계에 확산한 것은 방탄소년단 등 3세대 아이돌에 앞서 '동방신기' '빅뱅' '슈퍼주니어' 'JYJ' '2PM' 등 2세대다. 이들은 아시아를 넘어 아메리카 대륙, 유럽 등지에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알렸다. 그런데 메시지보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외모가 주된 인기 요인이었다.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인기 핵심은 '메시지'다. '러브 유어셀프' 연작 앨범을 내고 같은 타이틀로 월드 투어를 돌고 있는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유니세프와 함께 한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 캠페인을 통해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설파했다.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해외 팬들. 2018.10.08. (사진 = AP 제공) 

방탄소년단 해외 팬들

지난달 24일 뉴욕 UN 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열린 유니세프(UNICEF·유엔아동기금) 청년 어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 행사에서 대표 연설자로 나서 7분가량 영어로 연설한 RM(24)은 "당신이 누구이고 어디서 왔고 피부색이 무엇이든 간에, 남성이든 여성이든 자신의 목소리를 내십시오"라고 주문했다.

이는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스피크 유어셀프(Speak yourself)'라는 타이틀로 캠페인처럼 번졌다. 여러 나라에서 나이와 무관하게 다양한 인종이 'Speak yourself' 앞에 해시태그를 달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앨범과 콘서트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이뤄진 활동이 사슬처럼 연결고리로 묶여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롤링스톤은 "가사를 찾아보기 전까지 오히려 더 신비하게 느껴지며, 방탄소년단이 전하는 메시지는 정말 아름답다"는 팬들의 인터뷰를 게재하기도 했다.

한글은 각지고, 딱딱한 어감으로 인해 세계인이 함께 부르는 노래 가사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박한 평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애플뮤직 광고에 등장할 정도로 세계 음악 신에서 핫한 존재로 떠오는 DJ 겸 EDM 뮤지션 예지의 노래를 들어보면 이런 편견은 금세 깨진다.

한국계 미국인인 예지는 미국 뉴욕 퀸스에서 출생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자랐다. 힙합 바이브와 아방가르드 팝을 절묘하게 블렌딩한 신선한 사운드와 함께 속삭이듯 읊조리며 주술처럼 전해지는 한국어와 영어의 래핑이 주목받는 이유다. 세계 음악신과 팬들은 EDM 사운드에 섞인 한국어 발음을 신비롭게 듣는다.

【서울=뉴시스】 예지, 한국계 미국 DJ 겸 싱어송라이터. 2018.09.26. (사진 = 리플레이뮤직 제공)      

예지

예지는 미국 인디 음악 전문 매체 '피치포크'와 인터뷰에서 "한국어가 가진 각지고 질감 있는 소리를 정말 좋아한다. 내 목소리를 속삭이는 것처럼 들리게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 DJ 페기 구의 한국어로 된 하우스 곡 '잊게 하네'는 최근 영국 인디음악협회의 ‘올해의 노래’로 뽑히기도 했다.

반대로 해외 팝스타들의 SNS에 한글이 가득한 경우도 있다. '천재 소년'으로 통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 싱어송라이터 마틴(17)의 SNS 댓글이 예다. 그를 좋아하는 한국 팬이 쉴 새 없이 한글로 애정을 드러내서다. 그런 마틴도 K팝에 관심이 많아 e-메일 인터뷰에서 "방탄소년단, 싱어송라이터 딘(26) 등과 작업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최신 한류 트렌드를 분석한 '2018 글로벌 한류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해 한류 콘텐츠 인기와 소비는 방탄소년단이 중심이 된 K팝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연상 이미지로 'K팝'을 떠올리는 한류 콘텐츠 소비자가 16.6%로 가장 많았다. 한국 연상 제품에서 2016년 7위였던 K팝은 이번에 3위로 올라섰다. 한류 콘텐츠 호감도 부문에서는 '한국 K팝 콘텐츠가 마음에 든다'는 응답이 2016년에 비해 18.2%나 증가했다.

국외 한국어·한국문화 교육기관 '세종학당'을 비롯한 한국어 강의 수강생 역시 해외 곳곳에서 K팝 팬을 중심으로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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