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노래 잘만드는 예쁜 누나' 야마가타, 이게 다 한국팬 덕분

등록 2018.10.16 00: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노래 잘만드는 예쁜 누나' 야마가타, 이게 다 한국팬 덕분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한국에서의 경험은 항상 내게 '우리가 세상 어디에 있는지에 상관 없이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방식으로 나를 감동시킨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레이철 야마가타(41)는 이제 '한국에서 활동하는 가수'라 불러도 무방할 듯싶다. 2009년 첫 내한공연한 그녀는 11월 6일 부산 동아대 부민캠퍼스 다우홀, 9일과 10일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 콘서트홀에서 10번째 내한공연한다. 매번 그녀의 공연은 매진됐다.

지난 4월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OST로 한국과 더 깊은 인연을 맺었다. 자신의 곡 '비 섬바디스 러브(Be Somebody's Love)' 등을 삽입하며 한국 첫 OST 작업에 참여했다.

이 곡이 실린 자신의 새 EP '포치 송즈(Porch Songs)'는 12일 한국에 가장 먼저 발매했다. 1000장 넘버링 한정판으로 찍었다. 지난 정규 앨범 '타이트로프 워커' 발매 당시 한국에서만 공개한 '워스리스(Worthless)'도 이번 EP에 재수록했다.

야마가타는 소니뮤직을 통한 e-메일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쌓은 우정, 만남을 가진 아티스트들, 에너지···, 나를 회복시키는 느낌이다. 지금 이 인터뷰 답변을 한밤중에 뉴욕 우드스톡에 있는 우리 집 테라스에 앉아 쓰고 있지만, 한국에 있는 모두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낀다"고 분명히 했다.

야마가타는 2015년 내한 당시 비무장지대(DMZ)를 방문, 한반도 분단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최근 남북 화해무드는 그녀에게도 새롭다. "남북 분단 상황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 보고 들었다. 가족들이 서로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도 통일될 수 있다는 희망이 항상 살아 있다는 것이 가슴 아팠다. 한국 사람들을 위해 어떤 식으로든 통일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 평화가 유지될 수 있었으면 한다."

 다만, 이 상황에 대한 복잡한 면들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정치 상황에 대한 코멘트를 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며 신중해했다. "지금 미국 또한 다양한 변화와 심각한 이슈들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할 정도로 사람들을 분열시키는 문제들이다. 열정과 피로가 모두 높은 상황인데, 사람들의 정신(spirit)을 해치는 것이 걱정된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이야말로 보편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희망이 살아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야마가타가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OST에 참여한 것은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내한을 앞둔 지금도 여전히 회자되고 '빔 섬바디스 러브'는 아직도 곳곳에서 울려퍼진다.

 '비 섬바디스 러브'를 이번 자신의 앨범에 실은 이유에 대해 "완벽한 한 사람을 만나게 해달라고 빌며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부는 것 같은 순수한 느낌 때문에 이 곡을 좋아했다"며 즐거워했다. "나를 위한 단 한 명의 솔메이트가 있다는 것을 믿는 것에 대한 곡이다. 이미 써 뒀던 곡들 중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잘 맞겠다고 생각한 유일한 노래이고, 그 러브 스토리를 위해 쓰일 수 있어서 기뻤다."

드라마 OST 작업을 하면서 이남연 음악감독과 수많은 대화를 나눴다.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남연 감독은 드라마의 캐릭터들과 스토리의 범위에 대해 아주 명확한 지식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그 스토리를 대변하기 위해 어떤 단어를 사용할지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만 했다. 이 작업을 하면서 진정한 사랑은 시간과 변화들을 초월할 수 있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했었다."

듣는 재미를 살린 '섬 카인드 오브 윈도(Some Kind of Window)' 등 이번 EP에서는 야마가타의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이 EP가 과거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몇 년에 걸쳐 녹음했지만 제대로 완성되지 않았거나 적절한 발매 시기를 찾지 못한 작품들이다. 지난해 개인적으로 꽤 드라마틱한 변화들을 겪었고, 내가 지금 아주 큰 변화의 지점에 서 있다고 느낀다"고 한다.

'노래 잘만드는 예쁜 누나' 야마가타, 이게 다 한국팬 덕분

"내 과거에 대한 곡들인데 지금의 나와 잘 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곡들을 들을 때면, 힘든 단계들을 거치고 있는 어린 내 모습을 본다. 그 시간이 이제 다가올 다른 경험을 위한 준비를 시켜준 것 같다."

2003년 데뷔한 야마가타는 2006년 핸드폰 광고에 삽입된 '비 비 유어 러브'로 국내에서 인기를 끝기 시작했다. 하지만 건반과 기타를 아우르며 감미로운 발라드에서 포크, 얼터너티브 록까지 폭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그녀의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감성에 음악팬들이 수없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야마가타 감성의 근원에는 남들과는 다른 배경이 존재한다. 일본계 3세 미국인 아버지와 독일·이탈리아 혼혈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부모의 이혼으로 유대인 새 부모를 만났다. 서로 다른 출신의 부모들 덕분에 다양성을 느꼈다는 그녀는 곡을 쓰고 부르는데도 이런 점이 큰 영향을 줬다고 말해왔다.

"사실 내게 4명의 부모가 있다는 사실이 아주 감사하다. 내가 두 살 무렵 친부모가 각자 재혼을 했기 때문에, 각기 다른 네 가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각각 내 삶에 주요한 영향을 끼쳤다. 그들을 부모로 가질 수 있어 그리고 그들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 4명 모두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면들과 그들의 사랑, 서포트 그리고 내 다문화적인 배경이 세계를 여행하게 했다. 무엇이 우리를 하나로 묶고 또 우리가 사실은 얼마나 비슷한지를 볼 수 있게 해준 것 같다."

사진가 김중만(64)은 그녀를 한국에 알린 또 다른 주역이다.  이번 앨범에 그와의 우정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곡 '중만스 테마(Jungman's Theme)'도 삽입했다. "김중만은 대단히 헌신적이고 감정적으로 풍부한 예술가다. 그가 단순한 것과 웅장한 것 모두에서 아름다움과 슬픔을 볼 수 있는 점을 사랑한다. 그가 느끼는 만큼 세상을 느끼는 것은 사실 꽤 외로운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 곡을 통해서 그의 마음과 연결하고 싶었고, 우리가 깊게 감정을 느끼는 2명의 영혼이지만 같은 달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한국에 팬들이 많은 이유에 대해서는 "아마도 솔직함과 연약함에 공감하는 것 같다"고 여겼다. "나도 역으로 그들에게 그러한 사랑을 전한다." 그러면서 항상 떠올리는 한국 공연을 돌아봤다. "공연장 안의 관객들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정말 짜릿했고, 그들에게 더 가까이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그녀는 순간 무대에서 뛰어 내려 보안 때문에 비워 두었던 첫번째 열의 좌석에 올라 갔다. "그렇게 우리는 관객석에서 연주했고, 정말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밴드 없이 홀로 무대에 오르는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간다. "올해 초 미국에서 솔로 투어를 돌았는데, 내가 정말 해낼 수 있는지 도전하는 시간이었다. 혼자 투어를 돌고, 관객들 앞에서 솔직한 모습을 보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매일 밤이 나를 좀 더 강한 사람으로 만들었고,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놀라게 했다. 그 경험을 한국으로 가지고 와 팬들과 그러한 유대 관계를 만들고 싶었다."

10번보다 더 많이 공연한 것 같다며 웃은 야마가타는 "어서 100번째 공연까지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팬들에게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려주고 싶다. 영원히 내 마음 속 한 공간에 한국 팬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나를 치유해주고, 그들이 사랑하고 스스로를 표현하는 데 있어 보여주는 용기 때문에 외롭지 않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