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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부자들만의 리그로 전락하나"…1주택자 전세대출 제한 첫날

등록 2018.10.15 14:21:25수정 2018.10.15 14: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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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오르는데…소득 기준 이상 보증 제한

민간보증 서울보증보험 高보증료율 감당해야

"학군따라 이사 못해" 서울 '부자들의 리그' 되나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2017년 이후 전국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 중 가장 비싼 곳은 서울 강남 마크힐스와 상지리츠빌카일룸으로 각각 보증금이 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은 8일 오전 서울 강남 마크힐스의 모습. 2018.10.08.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2017년 이후 전국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 중 가장 비싼 곳은 서울 강남 마크힐스와 상지리츠빌카일룸으로 각각 보증금이 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은 8일 오전 서울 강남 마크힐스의 모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가윤 기자 = "비현실적인 정책 같아요. 집을 갖고 있다고 해도 교육문제로 전세대출을 받아서 옮길 수도 있는 건데 부부합산소득 1억원이 넘으면 대출을 안 해준다니까. 집값도 오르고 있지만 덩달아 전세값이 계속 오르고 있어서 대출을 받아야 할 것 같거든요."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1주택자 전모(39)씨는 아이 학교 문제로 고민이다. 당초 원하는 학교 근처로 이사할 생각예정이었지만, 15일부터 시행된 전세대출보증 제한으로 문제가 생길까봐서다.

 9.13 대책에 따른 후속조치로 전세보증요건이 강화된다. 1주택자의 경우 부부 합산 소득 1억원이 넘으면 주택금융공사(주금공),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공적 전세대출 신규 보증을 받을 수 없다.

 부부합산 연소득 1억원이 넘는 1주택자라도 민간 보증인 서울보증보험(SGI)에서는 전세대출보증을 받을 수 있으나 주금공이나 HUG보다 보증료율이 높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다주택자는 물론이고 1주택자도 연소득이 높으면 공적 기관에서 전세대출 보증을 받을 수 없게 만들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K공인중개소 대표는 "1가구 1주택자 중 연봉 1억이 넘는데 신규 보증이 되느냐고 묻거나 기존 보증이 연장되느냐고 묻는 전화는 잘 오지 않는다"며 "기준이 너무 명확해서 대출받기 힘들 거라고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현장에서는 1주택자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직장인 이모(46)씨는 "한마디로 부동산 가지고는 재테크하지 말라는 건데 교육 때문에 이사 가지도 말고 테두리 안에서 있으라는 것"이라며 "주택 안정에 많은 도움은 되겠지만 서울은 ‘부자들만의 리그’가 될 것 같다"며 토로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G공인중개소 대표는 "이 지역은 전세가 10억원이 넘는데 부부합산 소득 1억원이 넘는다고 대출도 안 해주면 어떻게 들어오느냐"며 "전세자금대출 보증이 안 되면 현금 없인 전세진입도 힘들어진다"고 꼬집었다.

 이어 "SGI에 수요가 몰리는 등 풍선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전세자금 대출을 편법으로 쓰는 걸 막기 위해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건 우매하다"고도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일 전세대출이 다주택자의 갭투자 등 투기수요로 활용될 우려 때문에 이번 방침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J공인중개소 대표는 "연소득 1억원이 넘으면 SGI에서 높은 보증료율로 보증을 받으라는건데 충분히 부담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정부는 그들에게 더 부담을 씌운 것"이라고 해석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시장가격을 올리는 투기세력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었던 전세자금이 시장으로 자꾸 들어가는걸 차단하는 데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사정상 다른 곳에 가서 살아야되는 사람들이 애를 먹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 센터장은 "이빨 빠지듯이 딱 맞아 떨어지면 좋지만 자금이 생각보다 안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다주택자들을 규제하는 건 좋은데 1주택자까지도 규제하는 건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해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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